새빠진算

    소다 2018. 11. 23. 18:30

     

     

     

     

     

     

     

     

     

     

    섬이 되어 보내는 편지 / 허수경

     

     



    나는 내 섬에서 아주 오래 살았다
    그대들은 이제 그대들의 섬으로 들어간다


    나의 고독이란 그대들이 없어서 생긴 것은 아니다
    ​다만 나여서 나의 고독이다
    그대들의 고독 역시 그러하다


    고독은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지만
    기필코 우리를 죽이는 살인자인 것은 사실이다


    ​그 섬으로 들어갈 때 그대들이 챙긴 물건은
    ​그 섬으로 들어갈 때 내가 챙긴 물건과 비슷하겠지만
    ​단 하나 다른 것쯤은 있을 것이다


    ​내가 챙긴 사랑의 편지지가
    ​그대들이 챙긴 사랑의 편지지와 빛이 다른 것
    ​그 차이가 누구는 빛의 차이라고 하겠지만
    ​사실은 세기의 차이다
    ​태양과 그림자의 차이다
    ​이것이 고독이다


    ​섬에서 그대들은 나에게 아무 기별도 넣지 않을 것이며
    ​섬에서 나도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 섬이 되어 보내는 편지 속에는 눈물이 없다
    ​다만 짤막한 안부 인사만, 이렇게


    ​잘 지내시길,
    ​이 세계의 모든 섬에서
    ​고독에게 악수를 청한 잊혀갈 손이여
    ​별의 창백한 빛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