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빠진詩

    소다 2018. 11. 23. 19:30

     

     

     

     

     

     

     

     

    흰 호텔 2016년


    허수경


    12층 호텔이 숲 옆에 있었다 숲 안에는 거대한 무대가 있고 오늘 저녁엔 유명한 가수가 공연을 한다고 했다 일 층부터 삼 층까지는 난민들의 집이고 사 층부터가 호텔인데 나는 팔 층에 방을 얻었다


    밤에 누군가의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들 수가 없었다 처음엔 울음인 줄 알았는데 욕설이었다가 그러다가 죽은 가수가 먼 고향을 그리워하다 체념하는 노래 같았다 이를 닦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를 닦으며 흐린 태양도 닦았다


    지난해 겨울 난민 청년들은 인근 지하철역에서 칼부림을 했고 지나가는 여자들의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총을 들고 도심을 누비며 사람들을 쏘았던 남자아이는 총에 맞아 죽었다 이렇게 미쳐가도 되나요 장미는 피고 있었다 더 이상 피지 못할 잎 사이로도 꽃이 올라왔고 사람들은 그 주위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며 치매로 요양원에 들어간 동료에 대해서 말했다 사람들의 잠 속으로 지난해 죽었던 장미 그늘이 들어왔다


     전갈 붉은 전갈 사막 누런 사막 전갈같이 기어다니는 검은 전쟁 누군가 총을 쏘면 하늘에서는 투명한 폭탄이 이 모든 풍경을 집어삼켰는데


    난민 아이들은 오전에 독일어를 배우러 갔다가 돌아와 호텔 앞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흰 호텔을 올려다보았다 호텔은 흰 벽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 흰 벽 한 칸을 얻어 잠을 자다가 뜨지도 지지도 않은 태양을 본 것이다




    『포지션』(2016, 겨울호)

    허수경 : 1964년 경남 진주 출생. 시집『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혼자 가는 먼 집』 등.

     

    오늘은 날이 많이 춥지는 않은거 같아요.
    잘보고 공감하고 갑니다.
    제 블로그에도 공감 부탁드려요.^^
    상당히 춥 습니다 격려 덕분에 히터맨 홈페지 업그레이 하구요 쉰들러 난로 국제급 입니다 알찬 년말
    되시옵소서 ~
    호텔1층엥서 3층까지 난민이 살면 저 호텔 영업에 지장이 있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