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南여행

    소다 2020. 1. 10. 21:31

    산책하듯 걷고 싶은 소나무 숲길 함안 검암산

     

     

    숲에 들었다. 나무가 길을 내고, 낙엽은 켜켜이 몸을 불린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비스킷 깨무는 소리가 난다. 하늘은 구름 속에 해를 숨겨두고 흐린 척이다.

     

     

    검암산(216.7m)은 함안 가야읍 검암리에 있는 산으로 둘레길처럼 걷기 편안한 산길이다. 상검 마을 교차로를 지나 검암교를 걷는다. 다리 아래 입곡천은 아침 햇살이 쏟아낸 보석함이다.

     

     

    가운데 내를 잇는 디딤돌은, 건널 때마다 흔들거리는 돌다리가 아니라 좋다. 걷듯 뛰듯 고양이 춤추듯 건너고 싶다.

     

     

    * 상검 마을 보호수

     

    검암 마을은 가야읍의 관문으로 고려 시대부터 불려왔다. 검암은 한자만 세 번 변했다. 처음에는「黔岩」이라 했으며「鈐岩」으로 바뀌고, 지금은「儉岩」으로 쓰고 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검을 ‘黔’과 비녀장 ‘鈐’ 뜻이 썩 좋은 의미는 아닌듯하다.

     

    상검 마을 모퉁이 650살 먹은 느티나무 한 그루 쇠지팡이에 온몸을 기대고 서있다. 그만 내려놓고 싶은 듯 지쳐 보인다. 입곡천 절벽 위에 동산정은 조선조 세조 때 경상우도 처치사와 병조판서를 지낸 이호성이 창건하고 그의 손자 이희조가 중수하였다.

     

     

    보호수 아래 낚시꾼이 손으로 뭔가를 뭉치고 있다. 주먹밥인가 봤더니 떡밥이다. 이곳에는 붕어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상검 마을에서 시작되는 테크 길은 입곡천을 끼고, 대사 마을까지 이어지는 함안천 생태공원 일주도로다. 절벽 아래 나무다리는 그저 서있기만 해도 그림이다. 여름날 배롱나무에 꽃이 피면 절경이라 한다. 따라 걷고 싶지만 갈 길이 멀다. 벌써 다른 풍경에게 마음이 뺏긴다.

     

     

     

    * 충순당

     

    임도 개울 길 따라 걷는다. 산문(山門)을 찾는데 강도문(講道門)이 보채고 섰다. 지나가는 바람이요 ‘이리 오너라~’ 솟을 삼문이 열리자 팔작지붕 충순당은 햇살 가득 환한 얼굴이다. 이령은 중종 36년(1541) 함안에서 태어났다. 10살 때 벽에다 충순당(忠順堂)이라고 쓴 일이 있는데, 그것이 호가 되었다. 부친이 사망하자 13살에 3년간 시묘살이를 하였고, 모친이 사망했을 때도 3년간 시묘했다고 한다.

     

     

    선조 25년(1592)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부산과 동래가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함안 장정 100여 명을 모아 김해로 달려와 김해성 전투에서 싸우다 전사하였다. 충순당은 당시 의병을 직접 지휘하고 순국한 이령을 기리고자, 후손들이 만든 사당으로 충의 사상이 담긴 상징적 유적이다. 충순당 누마루에 자꾸 눈길이 간다. 특이하게 우측 방 전면은 누마루로 단을 높게 하고, 계자 난간을 설치하여 마루 구조가 비대칭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어 보이는 독특한 공간이다.

     

     

    * 외따로 쓸쓸한 검계정(儉溪亭)

     

    산문 가까이 고택 한 채 쓰러질 듯 적막하다. 검계정이다. 황곡서원 1633년(인조11)이 세워지기 전, 검계(여항천) 검암정사(儉岩精舍)에서 선비들이 학문을 연구한 곳이다. 개울 시멘트 다리를 건너 이정표(검암산 2.1km)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걷는다.

     

     

    발아래 검계정이 나무 덤불에 갇혀 슬퍼 보인다. 동화 속에 나오는 오래된 城처럼 처연하게 아름답다. 그 옛날 검암산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나무들은 길을 만들고 낙엽들은 길을 지운다. 등산로를 정비한지 오래되지 않은 것 같다. 계단에서 향긋한 나무 냄새가 난다. 이제 산행 시작인데 앉아 놀고 싶다. 나무 계단은 낙엽들의 침대다. 바람이 불자 서로 눕지못해 안달이다. 자연과 내가 한 몸처럼 느껴진다. 산이 주는 기쁨은 건강만이 아니다. 봄에는 나무에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계곡과 숲을 보여주고, 가을이 되면 나뭇잎을 물들이며 겨울에는 달콤한 햇살로 우리를 유혹한다.

     

     

     

    * 오래된 바위 숨은 얼굴 찾기

     

    산을 걷다 보면 재밌게 생긴 바위나 희한한 나무들을 만나기도 한다. 특히 오래된 바위나 나무에서, 사람 얼굴을 발견한다. 신기하고 재밌다. 사물은 보이는 각도에 따라 달라 보이므로 발견 즉시 카메라에 담는다. 이런 소소한 재미는 이제 취미가 되었다.

     

     

     

    산허리를 따라 걷는다. 삼거리 이정표에서 검암산 정상까지는 1.5km 남았다. 작은 개울을 건너자 더사연샘을 만난다. 더사연샘은 무슨 샘일까? 안내표시판이 없다. 무슨 사연이 있는 샘일지도 모른다. 마시는 샘물 같은데 물은 나오지 않는다. 더사연샘은 2002. 12. 동지공원 등산로 정비 작업 중, 바위에서 흘러나오는 샘구멍을 더사연(더불어 사는 사회연구소)음영대님이 발견했다. 샘물 수질 검사 결과 음용수로 최적의 약수로 판명되어「더사연샘」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 한다.<출처: 더사연 카페 요약>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진다. 길 모양이 휘어진 숟가락을 닮았다. 오늘처럼 하늘이 맑고 구름 많은 날은 어서어서 걷는 게 좋다. 검암산은 곳곳이 계곡이다. 지금은 물이 흘러가지 않지만, 여름날 비가 잦아지면 발도 담글 수 있지 않을까. 작은 다리 건너 침목 계단이 가지런하게 놓여있다. 숨도 차고 땀도 삐질삐질 흘러나온다.

     

    계단 끝에서 만난 송전탑은 서있는 모습이 마징가 Z를 닮았다. 건너편 양지바른 자리 다소곳한 무덤 한 기 정수리가 반들반들하다. 검암산 정상까지 1.0km 남았다.

     

     

    * 지상 3층 팔각정 전망대 검암산마루

     

    넓은 성주이씨 평장묘를 지나 보도블록이 깔린 산책로를 오른다. 여기저기 봉분들이 많다. 오른편 언덕은 소나무 숲이다. 정상에 도착하자 높은 전망대가 눈에 들어온다. 지상 3층 팔각 정자다. 헬기장까지 갖춘 검암산 정상은 동지공원이라고도 부른다. 여러 산을 다녀봤지만 세상 어디에도 없는 전망대다.

     

    전망대 오르니 속은 확 뚫리는데 시야가 흐리다. 구름이 해를 가리고 서서 비켜주지 않는다. 그나마 검암산조망 안내도가 있어 친절하게 주위 산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검암산마루에서 해지는 풍경을 상상해본다. 아침해는 얼마나 힘차게 떠오르는지 보고 싶다. 2020년 경자년에는 검암산에서 해맞이 하고 싶다.

     

     

    이곳은 성산광평이씨 문중의 협조로 2009년 함안군에서 설치하였으며「검안산마루」라 이름하였다.

    공원에는 군민을 위한 편의 시설들이 많다. 여러 운동기구와 구기 스포츠용 네트는 물론 새마을문고 야외 도서관까지 마련해 놓았다. 검암산 동지공원은 소나무 숲이다. 숲속에 앉아있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검암산 오르는 길은 크게 1코스 하검길(거리 3.2km 소요시간 1시간 25분), 2코스 중검길(거리 2.1km 4.3km 소요시간 2시간), 3코스 상검길(거리 3.3km 소요시간 1시간 30분)이다. 그 외 싸리길, 더사연길, 이수정길로 해서 성산산성까지 둘러볼 수 있다. 산 좀 탄다는 전문 산악인이라면 하루 서너 개 산을 밟는다. 검암산과 주변에 걸쳐있는 자양산, 문암산까지 오른다. 이산 저산 넘나드는 묘미는 정말 짜릿하고 재밌을 것 같다.

     

    나는 3코스 상검길을 걸었다. 상검 마을 검암교 - 마을회관 - 보호수 - 충순당 - 검계정 - 산문 입구 - 더사연샘 - 송전탑- 검암산(동지공원) 전망대까지. 쉬엄쉬엄 놀아가며 걷느라 2시간이나 걸렸다. 하산길은 낙엽에 발이 빠질 수도 있어 더욱 조심조심 내려와야 한다. 늘 떠나고 싶은 소소 여행은 산책하듯 가볍게 다녀온 검암산(동지공원) 겨울 소풍이다.

     

    함안은 곳곳이 유물 곳간이고 유적지다. 볼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까지 가득 찬 종합관광세트다. 잘 보존된 자연환경은 덤으로 따라오는 아라가야, 함~ 안아보면 어떨까?

     

     

     

    <참고 : 2017. 1월 검안천 -입곡천으로 변경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