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南여행

    소다 2020. 3. 6. 10:59

     

    백악기 공룡들의 레이크 가든 함안 백이산

     

     

     

     

     

    매화는 벌써 몸을 풀었다. 담장 너머 개나리꽃도 이젠 낯설지 않다. 봄 속에서 겨울을 산 듯 하다. 춥지 않은 겨울, 따뜻해서 좋다.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다. 그래도 추우면 움직이기 싫어진다.

     

    비 그친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맑다. 아침 햇살이 충전된 밧데리처럼 빵빵하다. 오늘은 함안 백이산 호랑이? 아닌 백악기 공룡발자국을 찾아보기로 했다. 백이산은 수억 년 전 공룡들이 거닐었던 그들만의 아름다운 호수였으리라.

     

     

     

     

     

    지조와 충절을 떠올리는 백이산

     

    함안 백이산은 경남 함안군 군북면 동촌, 사촌, 명관리에 걸쳐있는 산이다. 백이산은 서산, 별칭으로는 쌍안산이다. 숙제봉은 이전에는 쌍봉산(雙峯山)이라 하였으며 양봉 사이 달이 뜬다 하여 월출봉(月出峯)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백이산으로 불린 것은 조선 전기 생육신의 한 사람인 어계 조려(趙旅)의 충절을 중국 은나라 고죽국 왕자 백이숙제에 빗댄 것에서 유래되었다.

     

    어계(漁溪) 조여(趙旅)는 세종 2년(1420년)에 태어나, 단종 1년(1453년)에 성균관진사가 되었다. 세조 1년(1455년)에 계유정란으로 고향인 함안으로 돌아와 백이산(伯夷山)에서 은거하며 여생을 보내다가 70세에 사망하였다. 숙종 25년(1699년)에 단종이 추복(追復)되자 이조 참판에 추증되었으며, 정조 때는 이조 판서로 추증되었다. 추증이란 관료의 사후에 직급을 높이는 일, 또는 관직 없이 죽은 사람에게 사후 관직을 내리는 일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백이산이란 이름을 가진 산들이 많다. 백이산(伯夷山)은 한자 그대로 백이숙제를 상징하는 산이다. 불리던 이름을 버리고 구지 산 이름까지 고쳐 부를 정도로 백이숙제는 대단한 사람이었을까? 지조와 절개로 꼽으라면 고려시대 포은 정몽주, 조선시대 단종을 지키고자 했던 사육신&생육신등 우리나라 선비들도 차고 넘친다.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숲 갤러리

     

    유난히 소나무가 많은 함안이다. 지조와 충절로 똘똘 뭉친 선비의 고장이라 그럴까? 지난 달 소소여행 검암산도 그렇고 백이산은 전체가 소나무 숲이다. 산길 또한  숨바꼭질하기 좋은 아기자기한 숲길이다.

     

    어제 내린 비로 촉촉한 갈비들이 양탄자처럼 푹신하다. 소나무 사이사이 어린 편백들이 나란히 키를 맞추고 있다. 걷다보면 여러 지점에서 갈래 길을 만난다. 잠시 난감하지만 갈등할 필요 없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길은 한 곳에서 만난다.

     

     

     

     

    가던 길을 멈추고 섰다. 바윗돌 아래 여러 꽃잎이 달린 브로치를 만난다. 누가 떨어트렸을까? 살짝 만져보니 먼지가 풀풀 날린다. 브로치가 아니라 먼지버섯이다. 먼지가 얼마나 많으면 이름도 먼지버섯일까. 비오는 날에도 밟으면 먼지가 난다고 한다.

     

     

     

     

    햇살이 나무 그림자를 만든다. 얼마나 걸었을까 정자 한 채와 너른 평상을 만난다. 운동시설까지 잘 만들어져 있다. 동네 주민 한분 열심히 운동 중이다. ‘백이산은 늘 안개가 자욱해서 아름답다’고 하신다. 둘레길 조성 시에 당신도 남다른 공이 있었다며 뿌듯해 하셨다. 운동 코스로, 호젓한 산책길로도 손색없어 보인다. 곡선과 직선을 번갈아 올망졸망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

     

     

     

     

     

    백이산 정상은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산불초소가 있는 정상입구 허물어진 돌탑을 만난다. 누가 정성스럽게 쌓아 올렸을까? 그 정성도 자연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 멀리 함안 시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고요하다. 햇살이 서서히 쪼그라들고 있다

     

     

     

    평광 호수를 거닐던 공룡들은 어디로 갔을까

     

    정상에서 이정표를 따라 공룡발자국이 있는 곳으로 내려간다. 약수터와 공룡발자국 갈림길에서 갈등이다. 일단 약수터가 몇 미터 되지 않아 내려 가 본다. 제법 길이 멀다. 해를 놓치면 공룡을 만나지 못할 것 같다. 불안하여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안심이다 무덤2기를 만났지만 왼쪽으로 길 따라 무작정 내려간다. 백이산 공룡들은 어디서 어떻게 놀고 있을까? 내리막길이라 조금 가파르다.

     

     

     

    함안 명관리 공룡발자국 화석은 중생대 백악기 공룡 발자국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지역은 9천만 년 전 낮은 호수 주변을 공룡들이 지나면서 발자국을 남긴 것으로 추정한다. 발자국의 규모는 100여개가 넘으며 2012년 2월 16일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545호로 지정되었다. 발자국 크기와 보폭으로 보아 시속 500m의 속도로 매우 천천히 거닐었던 것으로 보이며, 확인되는 보행렬은 모두 8개이지만 보행렬의 방향은 제각각이라 다양한 목적의 공룡들이 배회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드디어 내가 찾던 공룡의 발자국들을 찾았다. 새로 만든 데크 아래 공룡들이 지나간 발자국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수억 년 전 여기, 공룡들이 사라진 그 날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공룡발자국 마다 갈빗살이 가득 차있다. 발자국이 얼마나 깊은지 육수만 조금 첨가하면 공룡발그릇 갈비탕이다.

     

     

     

     

    나무계단 아래 표지판에는 명관리 공룡발자국에 대한 설명과 누구에 의해 발견이 되었는지 자세하게 적혀있다. 바로 옆 숙제봉 이정표도 있었지만 누가 해를 갉아먹는지 벌써 반으로 쪼그라들었다. 갈 길은 멀고 해는 데리고 다녀야겠고, 하여 숙제봉은 숙제로 남겨두었다. 100m아래 있는 3번 공룡발자국은 다른 지역에서 본 공룡발자국보다 훨씬 깊고 선명하다.

     

     

     

    공룡발자국 화석 발견한 이영부와 마금자 부부

     

    공룡발자국은 2004년 10월 부부가 백이산 등산을 하던 도중, 잠깐 바위 위에서 쉬다가 우연히 발견하였다. 이영부와 마금자 부부는 2005년 초부터 7년간 돌탑을 쌓았다. 정성스럽게 쌓아올린 돌탑을 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리고 얼마나 행복했을까 생각해본다. 이영부님은 문화재자료 지정 및 보존관리에 힘쓴 공로로 경남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한다.

     

     

     

     

     

    1번 공룡발자국은 철계단을 올라야 한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계단을 오를수록 무섭다. 너럭바위는 비스듬히 누워있었고 공룡들이 이렇게 높은 곳까지 흔적을 남겨두었다. 주변 많은 돌탑에게 눈이 간다. 보면 볼수록 섬세하다. 돌탑은 백이산과 공룡발자국을 찾는 탐방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곳은 공룡발자국 화석 말고는 밋밋할 수 있는 풍경이다. 이미 문화재보다 더 유명해진 이영부 마금자 부부의 가치 있는 삶을 존경하고 응원한다.

     

     

     

     

    돌탑이 오래된 유물처럼 아름답다. 돌탑 군락을 지나 대나무 터널을 따라 내려오면 서재골못이다. 웅덩인지 저수진지 물감을 뿌려놓은 듯 초록물빛이다.

     

     

     

     

     

     

    마을 입구 단아한 한옥 도천재(道川齋)를 만난다. 인천이씨 재실이자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56호인 단서죽백(丹書竹帛)은 인조반정 1624년에 반란을 일으키자, 순천군수 인원군 이휴복(李休復, 1568~1624)에게 임금이 내린 진무공신 3등 책훈교서다.

     

     

     

     

     

    외할머니 품속 같은 평광마을

     

    하늘은 파란색 도화지에 비늘구름을 그려놓았다. 바람이 차갑다. 흙담장과 낡은 창문과 슬래트지붕의 오래된 집을 만난다. 마음이 금세 따뜻해진다. 나무 우듬지 마다 새집 하나는 기본이다. 평광마을회관 옆, 정자와 연못이 있는 자리는 평광숲이다. 이곳은 봄이 먼 듯 쓸쓸해 보인다.

     

     

    백이산 공룡발자국을 찾은 소소 여행은 함안 군북역 주차장 - 나무계단 - 소나무 숲길 - 정자 (운동시설) - 백이산(368m) 정상 - 공룡발자국 2 - 공룡발자국 3 - 공룡발자국 1 (탑돌이) - 서재골못 - 도천재 - 평관마을 - 평광숲 - 군북역 옆 주차장까지 한 바퀴 돌았다.

     

    백이산 소나무 숲이 주는 감동은 그 숲을 걸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백이산은 살아있는 역사이며 우리가 지켜야하는 소중한 것들이 많은 보물 창고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는 변했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키고 싶은 것과 지켜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올곧게 지켜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