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시한論

    소다 2005. 10. 25. 07:34
    詩의 묘사와 진술 / 손진은

    1.정의

    ‘시는 묘사로 시작해서 진술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묘사와 진술은 중요한 개념이다. 묘사와 진술은 시를 구성하는 방식, 혹은 시의 언술 형식과 관련된 말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적 언술의 특성과 구조 모두를 일컫는 말이다. 그러므로 모든 시는 묘사 혹은 진술로 풀어나갈 수가 있으며, 이들 안에 화자, 비유, 리듬, 어조 등의 모든 하위 시적 언술의 요소들이 들어 있다. 예를 들어 다음의 시를 살펴보자.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다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 천상병, 「歸天」

    전체가 진술(고백적 진술)로 이루어진 이 시는 비유(은유: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리듬(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등 전체구조), 화자(드러난 화자:나), 행 구성(각연의 반복) 등의 시적 언술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우리는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묘사와 진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크게 ‘관찰을 통한 구상화’와 ‘관조를 통한 해명’으로 그 특성이 드러난다고 말할 수 있다. 즉 대상을 정서적 등가물을 동원하여 그림으로써 가시화하는 언술형식이 묘사라면, 느낌 또는 깨달음 자체를 고백적 선언적으로 가청화하는 것이 진술이다.

    더 자세히 말하면, 묘사는 사물이나 현상이 지닌 성질, 인상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언술형식이다. 시는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느낌을 직접 제시하는, 즉 감정이나 설명을 배제하고 대상의 지배적인 인상을 구체적으로(이미지로) 표현하는 양식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묘사는 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자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묘사에 대한 인식 부족이 비시적 표현의 근간이 된다.

    또 진술은 작가가 심리를 객관적으로 묘사하려 하지 않고 직접 토로하는 형식이다. 이는 주로 깨달음의 형태로 제시된다.
    정리하면, 시적 묘사는 근본적으로 언어를 회화적인 방향으로 가시화하고, 시적 진술은 가청화한다. 묘사가 관찰을 통한 제시라면, 진술은 관조를 통한 감지이다.

    (*묘사:시각적인 인식.가시적 제시적 감각적
    *진술:가청화를 통한 설득과 깊은 관련. 가청적 고백적 해석적 경향)

    그러나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시를 드러내는 방식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나 사물 또는 세계를 바라보는 깊이, 사물에 대한 통찰력이다. 즉 기계적이고 일상적인 우리들 삶에 파묻혀 있는 세계를 관찰하고 관조하여 그것을 언어로 드러내는 일이다.

    2.묘사

    1)종류
    묘사는 크게 설명적 묘사와 암시적 묘사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일정한 대상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만 목적을 둔 묘사이고, 후자는 대상에 대한 지배적인 인상의 묘사를 통하여 뒤에 숨겨진 삶이나 정황을 암시하는 묘사이다. 시가 주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암시적 묘사이다.

    엄격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암시적 묘사도 작가의 심리가 투영되고 있는가 아닌가에 따라 객관적 묘사와 주관적 묘사로 나뉘어진다. 객관적 묘사는 시인이 선택한 한 국면을 통해 현장성 혹은 사실성으로 말하고자 하는 점을 제시하는 형식이고, 주관적 묘사는 심리적, 혹은 감각적 대상파악을 위주로 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모든 작품이 전적으로 객관적이거나 주관적인 형태를 보여주지는 않으며 복합적인 형태로 제시되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작가가 현장과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표현할 때는 객관적 묘사가 적극적으로 요구되고, 심리적 또는 감각적 대상 파악이 기조를 이룰 때는 주관적 묘사가 요구된다고 보는 것이 좋다.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 김종삼, 「墨畵」

    處暑 지나고
    저녁에 가랑비가 내린다.
    泰山木 커다란 나뭇잎이 젖는다.
    멀리 갔다가 혼자서 돌아오는
    메아리처럼
    한 번 멎었다가 가랑비는
    한밤에 또 내린다.
    泰山木 커다란 나뭇잎이
    새로 한 번 젖는다.
    새벽녘에는 할 수 없이
    귀뚜라미 무릎도 젖는다.

    - 김춘수, 「處暑 지나고」

    전자가 객관적 묘사를, 후자가 주관적 묘사를 위주로 한 시이다. 그러면서도 두 작품 모두 관찰의 섬세성과 그것을 언어로 가시화하는 능력이 놀라울 정도이다. 「墨畵」는 언어로 빚어낸 한폭의 그림이다. 실제로 시인이 본 광경(혹은 동양화의 한 풍경)을 그린 점에서 객관적 묘사에 속하지만, 힘겹게 하루를 넘긴, 발등이 부은 할머니가 같은 처지에 있는 소잔등에 손을 얹고 있는 세계는 그야말로 삶의 적막과 따스한 사랑이 느껴지게 하면서 성스러운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의 절제된 표현을 한번 보라. 제목이 「墨畵」로 되어 있는 이유를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된다. 그야말로 묘사형의 시는 “절제된 감정과 언어가 빚어내는 가시화된 이미지를 생명으로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시이다.

    「處暑 지나고」가 주관적 묘사임을 명시하는 구절은 “멀리 갔다가 혼자서 돌아오는/메아리처럼/한 번 멎었다가 가랑비는/한밤에 또 내린다.” “새벽녘에는 할 수 없이/귀뚜라미 무릎도 젖는다.”는 구절이다. 메아리처럼 그렇게 한번 멎었다가 내리는 가랑비는 시인의 눈이 아니고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세계이다. 특히 그 가랑비에 젖는 ‘귀뚜라미의 무릎’은 시인의 주관적 심리적 세계이다.

    2)객관적 묘사를 주관적 묘사로 바꾸기
    좋은 묘사는 주관적 묘사와 객관적 묘사가 어울려야 하며, 새로운 미적 공간을 우리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객관적 묘사로 만들어진 시적 구상물(미완성의 작품)을 주관적 묘사로 바꿈으로써 시의 심미성과 깊이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정도의 감각에 도달한 시가 있다고 하자.

    연습 1)
    싸리울 밖 지는 해가 있었다.
    보리 바심 끝마당
    허드렛군이 모여
    허드렛불을 지르고 있었다.
    푸슷푸슷 튀는 연기 속에
    지는 해가 있었다.
    뻐꾸기 소리
    징소리
    도리깨 꼭지에 지는 해가 또 하나 있었다

    - 「點描」

    보리 타작 끝마당의 풍경을 그린 객관적 묘사의 시이지만 이 작품의 아름다움은 하나의 해가 다른 현상 속에 다른 모습으로 있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경험을 우리에게 제시하는 데 있다. 그런데 우리는 주관적 묘사를 넣어 이 시를 시적 구조와 질서에 따라 새롭게 구성함으로써 훨씬 더 깊이가 있는 작품으로 만들 수가 있다. 개인이 도달한 감각의 깊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심상세계는 전혀 새롭게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주관적 묘사 넣어 시 완성하기:
    *이미지와 단순한 수사와의 비교
    1)허드레로 우는 뻐꾸기 소리:이미지(이른 저녁 보리타작을 마무리할 무렵에 드문드문 우는, 쓸쓸히 들리는 뻐꾸기 소리.)
    2)뒷산에서 우는 뻐꾸기 소리:사실적 표현
    3)눈물 흘리며 우는 뻐꾸기 소리;감상적 표현
    4)눈을 굴리며 입을 동그랗게 하고 우는 뻐꾸기 소리:설명적 표현

    연습 2)기형도 「엄마 걱정」
    연습 3)주관적 묘사 작품 읽기
    읽던 편지 마저 읽던 사이/무릎 아래에까지 와 있는 봄/내일이나 모레쯤 바라보려고 미루었던 산에/발진디푸스처럼 돋아나는 아지랑이들/양은솥 뚜껑처럼 바글거리며 올라오는 새 움들, 새싹들/서귀 해안쯤에서나 따뜻한 커피 한 잔 하고 있는가 했더니/어느새 쫓아와 섬돌을 갉아대는 햇살들

    - 이기철, 「봄소식」

    연습 4)객관적 묘사 문제점 지적하기.

    1.전철 안에서/누군가 잠이 들었다//아무도 그를 깨우지 않았다/눈을 뜨면 그는 종점에서 허둥댔다/처음엔 늦게 집으로 향하고/어느 날은 아무렇게나 잠이 들었다//나는 집으로 향할 때마다/깡통을 찼다 - 「집으로 가는 길」
    2.비듬낀/중년남자 몇이서/꾸려가는 복덕방//그 앞도로에는/“공사중 출입금지”라는/표지판 붙어 있고,/그 사이를 비집고/질퍽한 진흙을/묻히며 들어가는/사람들//삼원색으로/썬팅된 출입문/곁에 세워둔 자전거/바퀴에도/세상때처럼 진흙이 묻어 있고,//깃발처럼 창가에 걸려 있는/매매, 전세 시세표/다세대/단독/아파트……//그 맨 마지막 줄에/빨간색으로 써 있는/사글세방 시세표/누군가의 손에/잡혀져서/말없이 삭제되고 있다 -

    「복덕방 풍경」

    3)묘사의 구조와 시점
    ①구조와 시점의 문제
    묘사는 해석보다는 현시를 축으로 하는 언술 형식이므로 형상화된 모든 대상의 세계는 언제나 회화성을 공통점으로 갖고 있다. 이 회화성을 대상의 특성에 따라 분류해보면 서경, 심상, 서사의 구조로 드러나게 된다. 이를 우리는 각각 서경적 구조, 심상적 구조, 서사적 구조라 부를 수 있다.
    서경적 구조는 언어로 그려진 풍경화의 형태라 말할 수 있고, 심상적 구조는 말 그대로 심리적이고 비가시적인 공간을 묘사하는 형태이며(이 점에서 당연히 주관적 묘사이다), 서사적 구조는 이야기의 묘사로 제시된 형태를 가리킨다.

    아울러 이 묘사의 구조는 일반적으로 화자의 위치(관찰자의 각도)에 따라 고정시점, 이동시점, 회전시점, 영상조립시점으로 구축된다. 고정시점은 눈을 고정해 놓고 관찰한 대상을 하나의 시적 공간 안에 구조화 하는 시점, 이동시점은 시점이 이동하면서 (경험적) 사실을 재구성하는 시점, 회전시점은 한 곳에서 일정한 공간을 보고 있으나 집중되지 않고 눈에 닿는 대로 언어화하는 형태, 영상조립시점은 과거의 경험 사실을 마음에 떠올리면서,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영상을 현재시점에서 재구성한 풍경을 가지는 시점을 말한다. 위 서경적, 심상적, 서사적 구조마다 고정, 이동, 회전, 영상조립시점을 각각 가진다.

    푸른 불 시그낼처럼 어리는/거기 조그마한 역이 있다//빈 대합실에는/의지할 의자 하나없고/이따금/급행열차가 어지럽게 경적을 울리며/지나간다//눈이 오고/비가 오고……//아득한 선로 위에/없는 듯 있는 듯/거기 조그마한 역처럼 내가 있다 - 한성기, 「역」
    *과거의 경험 사실 위에 현재 겹쳐지는 심상을 함께 서경화한 공간. 마음 속에 떠오르는 풍경.
    ②서경적(敍景的) 구조와 시점
    ③심상적 구조와 시점
    예)가.과수원에서 사과 한 알/뚝 떨어진다.(객관적 묘사)
    나. 과수원에서 썩은 시간처럼 사과 한 알/뚝 떨어진다.(객관적 묘사에 비유적 수사(인식) )
    다.영혼의 뜰에서 사과 한 알/뚝 떨어진다(심상적 구조)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강물이 흐르네/돋쳐 오르는 아침 날빛이 빤질한/은결을 도도네/가슴엔 듯 눈엔 듯 핏줄엔듯/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이라는 심리적 공간에 시각이 고정되어 있다.(심상적 고정시점).
    강물:실재하는 강물이 아니라 마음 속에서 느끼는 강물 같은 것. 즉 마음 속에서 도도는 은결로 반짝이며 흐르는 어떤 정서를 실재하는 강물처럼 형상화 해서 묘사한 것.
    ③.서사적 구조와 시점
    시 속의 서사는 어디까지나 서사 구조의 시적 수용이라는 형태로 드러난다. 즉 사실적인 또는 극적인 인식을 강조하기 위하여 사건 및 상황이 있는 국면을 기술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여기서는 이 중 개괄묘사와 세밀묘사만 살펴 보기로 한다.

    예 1)조선총독부가 있을 때/청계천변 十錢均一床밥집 문턱엔/거지 소녀가 거지 장님 어버이를/이끌고 와 서 있었다/주인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태연하였다/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 김종삼, 「掌篇․2」
    예 2)그는 아버지의 다리를 잡고 개새끼 건방진 자식 하며/비틀거리며 아버지의 샤쓰를 찢어발기고 아버지는 주먹을/휘둘러 그의 얼굴을 내리쳤지만 나는 보고만 있었다/그는 또 눈알을 부라리며 이 씨발놈아 비겁한 놈아 하며/아버지의 팔을 꺾었고 아버지는 겨우 그의 모가지를/문밖으로 밀쳐냈다 나는 보고만 있었다

    그는 신발 신은 채/마루로 다시 기어 올라 술병을 치켜들고 아버지를 내리/찍으려 할 때 어머니와 큰누나와 작은 누나의 비명,/나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땀냄새와 술냄새를 맡으며/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소리 질렀다 죽여버릴 테야/法도 모르는 놈 나는 개처럼 울부짖었다 죽여버릴 테야/별은 안 보이고 갸웃이 열린 문틈으로 사람들의 얼굴이/라일락꽃처럼 반짝였다 나는 또 한번 소리 질렀다/이 동네는 法도 없는 동네냐 法도 없어 法도 그러나/나의 팔은 죄 짓기 싫어 가볍게 떨었다 근처 市場에서/바람이 비린내를 몰아왔다 門 열어 두어라 되돌아올/때까지 톡, 톡, 물듣는 소리를 지우며 아버지는 말했다. - 이성복, 「어떤 싸움의 기록」

    3.진술

    1)종류
    진술을 설명하기 위해 다음 시를 먼저 인용한다.

    복사꽃 피고, 복사 꽃 지고, 뱀이 눈 뜨고, 초록 제비 묻혀 오는 하늬바람 위에 혼령 있는/하늘이여. 피가 잘 돌아……아무 病 없으면/가시내야. 슬픈 일좀, 슬픈 일좀 있어야겠다. - 서정주,「봄」

    외형상 드러나는 모양으로는 독백이다. 그러나 이 독백은 의미 있는 깨달음을 바닥에 깔고 있어 정서적으로 큰 호소력을 발휘한다. 특히 “피가 잘 돌아……아무 病 없으면/가시내야. 슬픈 일좀, 슬픈 일좀 있어야겠다.”는 설명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독특한 독백의 양상으로 가청화된다. 이 시는 역설의 구조로 되어 있는데,

    ‘피가 잘 돌고 아무 병 없’는 봄날이면 당연히 기쁜 일이 좀 있을 법한데, 기쁜 일이 있기는커녕 슬픈 일조차 없는 날의 절망을 깨달음의 형식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문학예술에서 진술이라는 말은 가)선언적 성격의 언술이나, 나)주제, 기본적 사상, 작가의 의도를 명백하고 생생하게 드러내 주는 작품의 어떤 부분․국면, 다)예술의 언술 자체의 특성을 포괄적으로 지적할 때 사용한다.

    시적 진술은 독백적 진술, 권유적 진술, 해석적 진술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독백적 진술은 스스로가 시적 대상이 되어 반성하고 기원하는 형태(진술하는 주체 중심의 회고와 반성과 기원이 주), 권유적 진술은 자기의 주장을 불특정 개인 또는 다수에게 적극 동조를 요청하는 형태(타인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주장 중심이 언술), 해석적 진술은 일정한 시적 대상에 대한 시인 나름의 해석과 비판의 형태(객체 중심의 탐구와 비판)를 각각 그 특징으로 한다.

    어떻든 진술은 작가의 깨달음을 토로하는 형태로 내성적(內省的) 자각의 성격을 갖는다. 묘사형의 작품보다는 주관적인 성격에 속하는 해석적 오류(넋두리와 같은)를 범할 수 있다. 즉 진술은 우리들의 정서 밑바닥에 잠겨 있는 상투적인 의미 체계에 새로운 충격을 줄 수 있는 깨달음을 동반하는 표현이어야 한다.

    2)진술의 형태 및 시점
    진술은 해명이 작품의 축이다. 그 해명이 독백의 형태를 하고 있거나, 권유의 형태나 해석의 형태를 하고 있거나 간에 어떻든 이 모두는 자성(自省)이라는 깨달음을 핵으로 갖고 있다. 그러므로 진술은 들려주고 싶은 것을 어떤 형태로 말하고 있는가에 따라 그 구조가 결정된다. 진술은 의식이 흐르는 방향에 따라 시점이 결정된다.

    즉, 독백적 진술에는 회고적 시점(과거를 통한 반성형태:김명인「동두천」등), 기원적 시점(과거와 현재의 반성을 토대로 한 미래의 삶에 대한 희구 형태:김현승「가을의 기도」, 유치환「바위」)이,
    권유적 진술에는 관행적 시점(어떤 단체나 행사의 기념시), 비관행적 시점(아무런 구속이 없는 자유로운 주장:민중시에 많음, 고은 「화살」, 강은교 「가을의 書」)이, 해석적 진술에는 관조적 시점(제일 많이 쓰임. 격언이나 금언, 잠언처럼 체험에서 우러난 단 한 줄의 시구 속에 숨은 뜻을 담는 방식. 대상에 대한 의미론적 또는 존재론적 탐구를 통한 세계의 이해에 적극적인 태도. 정현종「섬」, 정희성「저문 강에 삽을 씻고」), 풍자적 시점(대상에 대한 인간의 대토에 관심,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해석을 주로. 김광규「묘비명」, )이 각각 쓰인다.

    예 1)고백적 진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 서정주, 「푸르른 날」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아예 애린에 물들지 않고/喜怒에 움직이지 않고/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억년 비정의 함묵에/안으로만 안으로만 채찍질하여/드디어는 생명도 망각하고/흐르는 구름./머언 遠雷/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두 쪽으로 깨뜨려져도/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 유치환, 「바위」
    그래 너는 아메리카로 갔어야 했다/국어로는 아름다운 나라 미국 네 모습이 주눅들리 없는 合衆國이고/우리들은 제 상처에도 아플 줄 모르는 단일 민족/이 피가름 억센 단군의 한 핏줄 바보 같이/가시 같이 어째서 너는 남아 우리들의 상처를/함부로 쑤시느냐 몸을 팔면서/침을 뱉느냐 더러운 그리움으로/배고픔 많다던 동두천 그런 둘레나 아직도 맴도느냐/혼혈아야 내가 국어를 가르쳤던 아이야

    - 김명인, 「동두천 4」
    예 2)권유적 진술
    눈은 살아 있다/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기침을 하자//눈은 살아 있다/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기침을 하자/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눈을 바라보며/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마음껏 뱉자 - 김수영, 「눈」
    *눈:순결한 생명체. *기침: 살아 있음을 주장하는 소리. 참된 삶을 회복하자.

    허공이 소리친다/허공을 뚫고/온몸으로 가자/점 캄캄한 대낮 과녁이 달려온다/이윽고 과녁이 피 뿜으며 쓰러질 때/단 한 번/우리 모두 화살로 피를 흘리자/돌아오지 말자/돌아오지 말자/오 조국의 화살이여 전사여 영령이여
    - 고은, 「화살」
    *피 뿜으며 스러져야 할 캄캄한 대낮과 과녁이 달려오고 있다는 진술자의 인식의 단호함을 보라. 민중시의 힘이 보이는 시!

    예 3)해석적 진술
    가난이야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 - 서정주, 「무등을 보며」
    더러는/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흠도 티도/금가지 않는/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 김현승, 「눈물」

    한 줄의 詩는커녕/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그는 한 평생을 행복하게 살며/많은 돈을 벌었고/높은 자리에 올라/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비록 이 세상에 잿더미가 된다 해도/불의 뜨거움 굳굳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 남아/귀중한 史料가 될 것이니/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詩人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 것이냐
    - 김광규, 「墓碑銘」

    죽음은 버스를 타러 가다가/걷기가 귀찮아서 택시를 탔다//
    나는 할 일이 많아/죽음은 쉽게/택시를 탄 이유를 찾았다//
    죽음은 일을 하다가 일보다/우선 한 잔 하기로 했다//
    생각해 보기 전에 우선 한 잔 하고/한 잔 하다가 취하면/내일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내가 무슨 충신이라고/죽음은 쉽게/내일 생각해 보기로 한 이유를 찾았다//
    술을 한잔 하다가 죽음은/내일 생각해 보기로 한 것도/귀찮아서/내일 생각해 보기로 한 생각도/그만 두기로 했다//
    술이 약간 된 죽음은/집에 와서 TV를 켜놓고/내일은 주말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건강이 제일이지-/죽음은 자기 말에 긍정의 듯으로/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고는/그래, 신문에도 그렇게 났었지/하고 중얼거렸다
    - 오규권, 「이 시대의 죽음 또는 우화」

    4. 진술과 묘사의 어울림

    진술형의 시에도 묘사가 사용된다. 시적 진술을 이끌어나가는 과정에 서경적 요소나 서사적 요소, 심상적 요소가 필요할 때나, 대상을 구체화하여 들려주고 싶을 때 묘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서 진술이나 묘사만으로 이루어진 시는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묘사형의 문장에 진술을 섞어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된다.

    연습 1) 묘사와 진술로 된 작품 읽기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그믐처럼 몇은 졸고/몇은 감기에 쿨럭이고/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산다는 것이 때론/한 두릅의 굴비 한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모두들 알고 있었다
    - 곽재구, 「사평역에서」
    연습 2)허수경, 「탈상」
    연습 2)묘사와 진술 넣어서 시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