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이 규 담
변소를 다녀오다 시계를 보니 아침 다섯시
베란다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하늘을 본다.
별은 보이지 않고
희뿌연 산 안개가 나의 담배연기에 섞인다.
우연하게 1966년에 있었던 순정효황후 윤비의 장례식 행렬의 사진을 보다 생각한 것은, 13살에 자신보다 20살이 많은 사람에게 시집을 와서 32살에 과부가 되고, 한국전쟁 등 여러 풍상을 겪으며 과부로서 40년을 살았다니, 고종의 며느리였던 그녀의 삶도 만만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여튼, 그녀의 남편이던 순종과 비슷한 연배의 이승만(1875~1965)이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이 되었고, 그녀보다는 반년 앞에 죽었다.
1966년 당시에 중학생이었던 나의 어린 눈에 비친 종로의 모습을 중첩하며 사진을 보았다. 장례행렬이 꺽이는 곳이 동대문을 향하는 종로이니 길 복판에 전차 길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사람들이 태어나고, 살다, 죽어간 이야기가 역사라고 앴던가? 헤아려보니 그녀가 나의 어머니보다 18세가 많다. 그런 그녀가 그때 역사의 뒤안편으로 갔다. 나도 이제 순서표를 받은 것 같다.
순정효황후.pp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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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1981년 말), 해안선을 지키는 한 부대가 현지에서 지휘관 회의를 하였다. 회의의 주재자는 해당지역의 대대장이었고, 각 구역을 담당하는 중대장들이 참석하였다. 회의가 끝나고, 그 지역의 중대장이 참석자 모두에게 식사를 대접하였다. 그런데, 식사도중 운전병이 그 식당의 종업원을 귀찮게 하여 중대장에게 맞았다. 식사가 끝나고 찻집으로 이동하였다. 회의 참석자들이 차를 마시고 있는 동안 운전병이 그 찻집의 종업원을 귀찮게 하다가 중대장에게 또 맞았다.
자신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그 운전병은 찻집에서 총을 쏘았다. 결국 사망자가 생겼다. 줄줄이사탕..
그런데, 사망자의 사인(死因)을 조사하던 통합병원의 군의관들은 놀랐다. 사망자의 사인은, 총상에 의한 조직 파괴가 아니라 놀람에 의한 심장마비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