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일기

blues 2008. 3. 30. 14:10

 

수련일기를 쓰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약간은 태만해진 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어제 저녁에도 2시간 정도 아파트 놀이터에서 수련을 하였지만 그 수련 내용과 양에는 만족할 수가 없다. 전반적으로 요즘 수련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 흡족한 수준의 수련은 아니다. 수련의 진전도 없는 듯 보이는 답보상태이다.

 

늦은 나이에 좋은 무예와 사부 두 분을 만나 십팔기(十八技)의 길로 들어 섰다. 그러나 이 무예를 배울 수록 깊이는 깊고 높이는 엄청나다. 아무리 보아도 성취는 멀고 수련은 끊임없는 무예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적 가치평가를 하자면 투자에 비해 효율이 적은 무예이다.

 

요즘 이종격투기나 각종 격기에 비해서도 금방 배워 써먹기에는 영 아닌 무예이다. 제대로(아주 열심히)배우더라도 써먹기가 쉽지 않은 무예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성취가 이루어 졌을 때는 허접한 무술이나 격기는 근접할 수 없는 무게와 품위를 가진 무예이다. (직접 그 정도의 경지를 가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사부 등을 통해 본 모습에서 유추하자면...)

 

따라서 이 무예를 배워 길거리에서 껄쩍거릴려면 애초에 배우길 포기하는 것이 빠르다. 그렇다고 실전과 통하지 않은 공허한 무예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격투기나 왠만한 격기운동보다 더 잔인하고 정교한 무예이다. 관절을 부러뜨리고 급소를 무참하게 가격하는 무예, 혹독하게 잔인한 기술, 무서운 기술이 베이스에 깔려 있는 조선조 국방을 지키던 종합 병장무예이란 점이다.

 

게다가 해범 김광석 선생의 오랜 무공에서 비롯된 문중의 깊은 무예는 그 깊이와 높이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으며, 권법이면 권법, 병장무예면 병장무예에 이르기까지 두루 망라하고 있다. 그래서 성취를 이루기에는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향후 내가 이루어야할 십팔기 수련의 방향도 그런 점에서 권법, 검(도), 장병기(협도, 봉포함)로 한정하고자 한다.

 

십팔기는 입문은 쉬워도 일정 정도의 성취는 무척 어려운 무예이다. 배울 것은 많은데 자질은 부족하고,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일원으로서 전적으로 무예수련에만 매달릴 수가 없는 것도 내 무예가 더 발전하지 못하는(솔직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무예의 완성도를 보다 빠르고 깊게 하지 못하는 스스로의 불철저함을 말한다.) 요인이랄 수도 있다.

 

내가 전국에 수많이 산재한 유명한 무술도장을 마다하고 십팔기란 생소하거나 조금 희소가치가 높은 무예를 수련하는 이유는 첫째, 이 무예의 가치를 입문하기 전에도 알았고 좋아서이다. 둘째, 동양3국의 무예정수를 끌어 모아 놓은 무예도보통지를 이해할 수 있는 무예였기 때문이다. 셋째, 전통 검(劍法 : 조선검 24세, 본국검 등)배울 수가 있다는 점에서 끌렸다. (사실 권법이나 장병기는 십팔기를 본격적으로 수련하기 전에는 관심 밖이었다.)

 

권법을 익숙하게 전개하기 위해 수백, 수천, 수만 번의 주먹지르기와 발차기가 있어야 하듯이 십팔기의 수련도 부단한 반복과 수련과정에서 비롯되는 성찰로부터 무예의 깊이를 더해 간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수련일기를 작성할 것이다. 사소한 것부터 잘 안되는 것, 잘되는 것도 수련일기를 통해 점검하고 향후 수련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

 

수련일기가 꼬박꼬박 작성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시간은 띄엄띄엄 진행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내 수련의 현상이라고 본다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