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일기

blues 2012. 10. 28. 15:08

 

 

일요일, 요양병원에 입원한 장인, 아이(아내)들과 면회를 갔었다.

답답한 병실을 나와 병원에서 조성한 정원에 설치한 발코니에 가니 벚나뭇잎이 목재데크 틈바구니에 끼었다.

벌레들이 들쑤셔 먹어 구멍이 아무렇게나 나고 적당하게 발색이 된 벚나무 낙옆에 마음이 간다.

이 곳에  마지막 둥지를 튼 황혼의 삶들도 낙엽처럼 바스락 생명이 말라간다.

이 가을처럼 늘그막 안식처 삼아 일몰을 기다리는 요양병원, 그곳에서 자신의 태양이 저무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란 또 어떨까.

언제인가는 나 또한 저렇게 저 곳에서 말라비틀어지는 내 삶의 최후를 보게 될지도...

그러기 전에 스스로를 늘 가꾸고 최후를 손수 정리하였던 스콧트 니어링의 현명한 삶을 닮아야 할텐데.

올 가을이  멋지게 정점을 향한다.

 

 

목요일 수련 - (拳과 劍을 수련하다.)

 

매일 근무하는 삶의 방식에서는 한 치의 여유도 없이 출근 - 퇴근 - 수련 - 귀가 - 출근 - 퇴근 - 수련 - 귀가란 일상이 진행된다.

때로는 일탈하고픈 마음도, 다른 것에 눈을 돌릴 마음도 생기지만 애써 진정하고 그 템포를 유지한다.

다만 그 템포 속에서 늘 성실하고 집중하는 가에 대해선 솔직하게 자신감이 무너진다.

 

매 순간 성실하고 집중하는가에 대해선 아직도 부족한 나는 공부의 과정이고, 머나 먼 길을 걷는 중이다.

목요일 퇴근 후 수련장의 문을 열고 비교적 집중한 수련을 꿈꾼다.

그리고 그에 80% 근접하는 노력을 보였다.

 

몸풀기 - 기본공 - 반뢰권 - 후권 - 포가권을 모두 마치고 현각권을 시작한다.

23분, 마지막 1회는 조금 빠르게 진행하였다.

무엇보다 정확하게 보형을 딛고 자세를 잡으면서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가쁜 숨 몰아가지 않고 비교적 부드러운 호흡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다는 점,

각 동작이 의미하는 숨은 그림들과 그 조각들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였다는 점,

집중된 권법수련을 위해 마음을 모아가고 그에 따른 몸을 집중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는 점이 수련을 값지게 만든다.

 

이런 날이 일주일에 최소 3일은 되어야 하는데 고작 1~2일에 불과하다.

현각권을 모두 마치고 목검을 들었다.

그러나... 수련장에 비치한 목검... 흡사 서툰 목수 연장탓한다고 참 안습이다.

 

중국에서 만든 목검인데, 무게중심도 안맞고, 목검의 형태도 둔하고 검병(손잡이)도 부실히다.

집에 목검을 죄다 갖다 놓았는데 부빙가 목검을 비치해 놓고 수련을 하여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검날 길이가 76cm 정도인 부빙가 목검을 들면 수련하는 맛이 더 날 것 같다.(다음에 기회가 되면 가져와야 겠다.)

 

격자각세, 조선세법 두 어번 하고 수련을 모두 마쳤다.

그런대로 뿌듯한 수련이었음에 감사한다.

 

 

금요일 수련 - 울산수련 (拳만 수련하다.)

 

부지런히 달려 19시45분, 울산에 도착한 시간이다.

가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수련 중인 구00씨와 인사를 나눈다.

구00씨와는 수련시간이 서로 어긋나서 자주 보질 못했다.

 

한켠에서 자리를 잡고 기본공(몸풀고, 보형, 발차기, 단권까지)을 모두하고,

반뢰권, 현각권을 거푸하고 포가권을 조금한 다음 구00씨에게 대련을 하지고 제의했다.

무엇보다 수련은 손을 얽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내년 봄에 2단 승단심사를 앞두고 있는 구00씨는 실제 상당히 힘이 좋은 분이다.

그와 권추, 철형, 기각대련을 쭉 이어 해보았다.

역시 힘이 좋은 사람이다.

 

그 힘은 국궁을 하시는 최00 선생과는 또 다르고, 여00 사범과도 다른 힘이다.

사람마다 독특하게 간직하고 있는 힘들을 대련을 통해 조금씩 이해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이전의 내 모습보다는 상당히 나아진 점이라고 하겠다.

 

실제 사람마다 힘을 주는 방식,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

사람에따라 굳은 힘, 둔한 힘, 영활한 힘, 얕은 힘, 깊은 힘, 부드러운 힘 등 천차만별이다.

무엇보다 무서운 힘은 영활하면서도 부드럽고 깊은 힘이다.

 

탁 맞닿인 순간 거대한 고목덩걸을 상대하고 있다는, 바위와 같은 둔중한 상대인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 힘을 바탕으로 하여 때로는 영활하고도 아주 동물적인 순발력을 갖춘 힘이다.

오래 전 초단일 적에 에스파니아 바르셀로나에서 십팔기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마크 사범'과 대련할 기회를 가졌었다.

 

그의 주먹과 발길질, 특히 발길질에서 착착감겨오는 채찍과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 관장님의 주먹과 발길질은 무겁고도 매섭다.

가볍게 받을 수가 없는 것이고, 받는 부위인 척골(팔목 바깥뼈)은 그야말로 시뻘건 멍투성이로 변한다.

 

대련을 통해 사람마다 다름을 이해하고 그 감각을 체득하게 된다.

자주 대련을 하여야 하는데.... 혼자서 부산에서 수련하는 것은 언제나 외로운 수련일 수밖에 없다.

구00씨와 대련을 마치고 목검을 들고 조선세법 24세를 두어번 해보고 모두 마쳤다.

 

22시 20분이 다되어 간다.

23시까지 관장님과 차를 나누다가 도장을 나섰다.

 

 

저번에 누군가 함께 운동하신다고 하시더니 그만 두셨나 봅니다
아니면 아직 같이 대련을 할 수준까지 안 되시어 그런가?
여튼 혼자 하는 수련은 보통 집념이 아니면 힘든데 대단하십니다.
나라도 함께 하면 좋으련만... 뼈마디가 골골 하니 선듯 하기가 겁도 나고..ㅎㅎㅎ

아마 힘들었을겝니다.
매일같이 수련을 하자니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지...
3개월, 1년, 2년, 3년... 이렇게 고비가 오는데 그를 견디는 사람이 드물더군요. ^^
저처럼 아집이 있는 작자들이나 사차원적인 수련을 고집하지... 정신바로 박힌 분들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ㅋㅋ

물처럼님께서 하신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합니다.
아마 수련을 오랫동안하시면 뼈마디가 부드럽고도 강하게 변모하실겝니다.
제가 겁납니다.
등반하시는 모습보니 저보다 더 부드럽고 쫘악 펴지신 것 같은데...(ㅠㅠ 두려음에 떱니다.)ㅋ
힘에서도 부드럽고 깊은 힘이 가장 무섭군요,,
사람도 부드럽고 깊음이 있는 사람이 큰 힘을 가진듯 하던데요,,,,,,ㅎ
세상이치나 무술의 이치가 다른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부드럽고도 깊으며 무거운 느낌을 가진 분들이 사실은 가장 무서운 분들이죠.
무술의 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분들이 화가 났을 때 무섭듯, 그런 힘으로 수련을 한 분들의 주먹과 몸은 정말 무섭습니다. ㅎㅎ
저무는 것에
낙엽이 지는 것에
민감한 시인이 되셨습니다^^
이 계절이면 누구나 시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뭐 그린러브님 포스팅도 모두 시적입니다. ㅎ
저 낙엽 나뭇잎 한 장은 시와 딱 어울리겠는데요...
수련 무예인마다 특징이 다르겠습니다^^
저 낙엽... 가만 들여다보니 한해의 연륜미 모두들어 있습니다. 그 자체가 삶이고, 시라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