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2022년 05월

25

카테고리 없음 철둑에 서서

철둑에 서서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약점처럼 뒤척이는 시간 귓가엔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렸지 절반의 몸은 새의 울음으로 무너지고 딱딱한 머리는 불안이 숨 쉬지만, 자주 찾아보지 못한 죄책감이 이불 되어 휘감겼지! 백약이 무효라는 진단을 받고 시리고 얼어붙은 감정이 모여 속을 채우고 그때부터 외롭고 춥다는 이유로 한여름에도 긴소매를 입었지만 더 살고 싶다는 마음에 서서히 깔리는 어둠을 보았지 봄꽃들이 아지랑이를 타고 철둑 밑에 있는 집으로 사라지는 날 철길 따라 이어지는 고통도 끝이 났다고 언니는 늘 왜 거기 있잖니 그 시끄러운 철둑 밑을 말했을까? 검은 옷을 입고 흔드는 손짓은 흔적이 없다.

17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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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곶간채》 어떤 승리

어떤 승리 이옥순 산밑에 살고 있으니 저녁이 되면 야생동물 울음소리가 자주 들린다 사는 게 불길 속이었다 그렇다면 사람을 지켜 주는 개를 길러 보자 겉보기엔 사나워 보이는 사냥개 세 마리를 샀다 날이 갈수록 기대와는 달리 말썽만 피우더니 애써 가꿔놓은 곡식을 모조리 짓밟아 놓았다고 이웃들 원성이 잦다 가장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녀석만 두고 두 마리는 보내 버렸다 떠나보낸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혼자 남아도 강해져야 한다고 기를 세워 줬다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개의 심장이 마구 뛰더니 눈을 의심할 정도로 변해 갔다 내가 눈 주는 자리에 앉아 온갖 애교를 떠는가 하면 야생동물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며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없어 온갖 구박을 받으며 살았다 필사적인 노력으로 공존의 세상을 ..

26 2022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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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곶간채》 봄비

봄비 나비는 꽃을 울린다는 편견처럼 봄이면 두통이 찾아온다 삼월부터 사월까지 꽃가루 묻힌 나비가 장대 같은 빗줄기를 몰고 오던 날 뒷밭에서 막 움트던 산수유 꽃망울에 두통이 덜컥 내려앉고 있다 TV는 숨겨둔 진실을 파헤치고 분노한 그는 담 넘는 능구렁이를 죽여서 그 곳에 묻었다 허물을 벗겨도 언제까지 옳다고 믿을 거야, 갇혀 있는 날짜만큼 속이 또아리를 튼다 난 분분 흩날리는 산수유 아래는 여론이 들끓는다 검은 곳에 갇혔던 소주병이 춤을 추듯 날아온다 아무래도 봄은 십 년쯤 더 갇혀야 했나 보다 이제는 화창한 봄 날씨는 신경 쓰지 않을 거야, 머지않아 후유증을 몰고 올 나뭇가지가 반란을 일으키겠지 아마도 슬픔에 갇힌 당신들을 해방하러 보내는 것입니다 미사일보다 빠른 걸음으로.

10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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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곶간채》 울고 난 후에 나머지 시간

울고 난 후에 나머지 시간 강아지 한 마리를 분양받았다 본적이 영국이라는데 검은 바탕에 흰점이 바둑판 같다 어미 젖과 맘까지 가지 오지 못해 울고 형제가 낯설어 울고 별안간 바뀐 환경이 맘에 안 드는지 온종일 칭얼거린다 국적이 어딘지 모르면서 울음은 바다를 건넜을 때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토종 배추 된장국을 먹이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입가에 구수한 된장 맛이 배어들었는지 기적처럼 자라나서 국산 강아지풀 사이를 오가며 웃음을 준다 아무도 오지 않던 오지 외양간, 그 으스러진 풍경이 새로이 확장되고 나머지 시간을 흔들어 깨우는 바둑이로 불린다.

05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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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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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곶간채》 안경원숭이

안경원숭이 엄지손가락만 한 너는 너무 작아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려보내고 싶어 틀림없어, 어릴 적 보았던 왕눈이니까 어둠에서 밝음을 찾는다는 것은 안경원숭이로부터 오는 거니? 이를테면 알이 없는 안경을 써도 눈이 좋아진다거나 금테 안경을 쓰고 눈알을 아무리 굴려도 바로 눈앞에 놓여 있는 작은 것이 보이지 않아 더듬거렸던 슬픈 기억도 많았잖니, 이따금 돋보기를 과거로 보내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개똥이었지 개똥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것도 보았고 걷어찬 발보다 창피한 마음 그것이 더 괴로움을 주었지! 만약 원산지로 떠난다면 이것만 알아줘야겠어. 눈이 나쁜 여자는 지하철에서 절대로 졸지 않는다고 어둠에서 어둠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란다.

11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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