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벨소리는 어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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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기】/▦ 좋은 시 ▦

2011. 4. 16.

오나벨소리는 어디에서

김기택


가슴속에서 벨소리가 울린다
핸드폰을 어떻게 꺼내야 하나
허벅지에서 벨이 진동한다
핸드폰을 어떻게 받아야 하나

허겁지겁 주머니와 가방을 열어
내장을 헤집고 허파와 심장을 뒤져
간신히 핸드폰을 꺼내 받으니
전화 온 게 없다
나한테 온 벨소리가 틀림없는데
옆 사람이 태연하게 받고 있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어디선가 벨소리가 울린다
잠과 꿈과 뒤섞여 뒤죽박죽된 정신을
어설프게 꿰맞춰
용케 전화를 받았는데 수신된 게 없다

전화가 오건말건 벨소리는 울린다
핸드폰을 꺼놔도 울리고
핸드폰이 떨어져 깨져도 그치지 않는다

귓구멍을 후비고 뇌를 다 뒤져서라도
얼른 받아야 되는데
핸드폰이 있건 없건 빨리 받아야 되는데




1957년 경기도 안양 출생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미당문학상 수상
시집 『태아의 잠 』『 바늘구멍 속의 폭풍』『사무원 』
        『 소』『 껌』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