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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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기】/▦ 좋은 시 ▦

2011. 4. 16.

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는

박완호


송사리가 뛰어올랐다 내려앉은
수면이 파르르 떨린다, 소심한
물낯을 흔드는 것은 물고기를 놓친
허공의 자책, 처음 온 곳으로 햇빛을 되돌려 보내는
비늘의 매끄러운 살결에 정신을 놓아버린
바람의 한숨, 조그만 동심원을 그리며
가라앉는 작은 물고기가 사실은
허공의 전부이고 바람의 온몸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 고요하던 수면을 송두리째 흔드는 것은
너와 나, 너의 순간이 나의 순간 위에
지나온 시간의 무게를 얹었기 때문, 잔잔한
물의 낯에 한 겹 한 겹 지문을 새기는 일,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미처 몰랐기 때문






충북 진천 출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1년 《동서문학 》등단
시집 『 내 안의 흔들림』『 염소의 허기가 세상을 흔든다』
동인시집 『유월 가운데 폭설이』  『아내의 문신』.
<빈터>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