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눈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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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기】/▦ 좋은 시 ▦

2015. 2. 24.

 물속의 눈보라

                             박진성      

  우리는 가만히 앉아 손톱 사이로 들어오는 세계에 대해 말하면 안 되나요 거울 속엔 눈보라, 그리고 걸어가는 사람들 천천히,

 

  몸이 없는 바람과 마음이 없는 유리 그리고 밤하늘을 데려가는 별자리에 대해 말하면 안 되나요

 

  어제 죽은 사람은 모두 서른일곱 명, 유리에 붙어 우릴 보고 있는 좀비들, 자, 우리의 손톱으로 들어올 수 있어요

 

  손가락이 모자라요

  노래는 넘치죠

 

  시계는 시계의 세계에서 돌고 우리는 시간이 없는 것처럼 그리고 그림자를 데리고 사라진 태양에 대하여,

 

  속눈썹에 앉아 있는 세계에 대해 말하면 안 되나요 거울 속엔 여전히 눈보라, 그러나 갈 곳이 없는 식물들, 다른 피로 모든 곳을 갈 수 있다고 다른 피로 당신은 말하겠지만

 

  물에서 녹는 긴 긴 눈, 청어보다 더 푸른 것들에 대해 말하면 안 되나요

 

  청어가 좋아요

  먹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긴 긴 지느러미들, 우리가 물속에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안 되나요 구멍은 없어요 우리가 구멍이니까요 흐르는 흐르는 물속의 눈보라,

 

  물속에서 다 녹아버린 눈들에 대해 우리는 말하면 안 되나요 

 

<시작> 2014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