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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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곶간채》

2020. 7. 25.

붉은 마당

 

늙은 감나무 한그루

하루아침에 출생의 비밀이 밝혀졌다.

장맛비는

근황을 부풀리고

믿기지 않은 듯 둥근 입을 오므리고

습기 가득 찬 개구멍 속으로

흔적을 감추려 한다

풋풋한 풋감 시절에 말할 걸 그랬어,

붉은 마당에 한 발짝 들여놓기 전에

말할 걸 그래서

붉게 익기도 전에

가시넝쿨에 콕콕 머리를 찧는 풋감을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하고

애간장 부여잡고 돌아서는 동안

오랜 불경기에 꼭지 도는 김 노인

떫은맛 토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