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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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곶간채》

2020. 12. 8.

저문 길

 

낙동강 강둑에는

천 년 동안 흙 속에서 살아온 불상이 있습니다

해 질 무렵에는

딱새들 고픈 배를 채우느라

나뭇가지를 쪼아대

하얀 피가 쏟아집니다

 

흔들리는

풍경 하나 달아 놓고 이끼 낀 마음은 매달지 못했습니다.

믿었던 중심을 버리고 온 것 같아

아득히 먼 지금도 쉬 잊지 못합니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며

오동나무 서랍장을 뒤적이면

삭지 못한 슬픔이 왈칵, 쏟아져 나옵니다

백 년을 넘기고 천년을 기다려도

끝내 내려놓지 못해

세월 안쪽까지 어루만지다 다시 돌아가는 저녁

반사된 강물 빛만 넘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