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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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곶간채》

2022. 5. 17.

어떤  승리

 

                  이옥순

 

 

산밑에 살고 있으니

저녁이 되면 야생동물 울음소리가 자주 들린다

사는 게 불길 속이었다

그렇다면

사람을 지켜 주는 개를 길러 보자

겉보기엔 사나워 보이는 사냥개 세 마리를 샀다

날이 갈수록 기대와는 달리 말썽만 피우더니

애써 가꿔놓은 곡식을 모조리 짓밟아 놓았다고 이웃들 원성이 잦다

가장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녀석만 두고

두 마리는 보내 버렸다

떠나보낸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혼자 남아도

강해져야 한다고 기를 세워 줬다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개의 심장이 마구 뛰더니 눈을 의심할 정도로 변해 갔다

내가 눈 주는 자리에 앉아 온갖 애교를 떠는가 하면

야생동물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며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없어

온갖 구박을 받으며 살았다 필사적인 노력으로 공존의 세상을 살았다

밀려나듯 귀촌해서 텃밭을 열심히 가꿨더니

드디어 못 하는 것이 없는 사람으로 불러준다

 

 

개를 한번 쳐다본다

나를 한번 꺼내 본다

승리는 여전히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