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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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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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멀리서 오는 슬픔

멀리서 오는 슬픔 반쯤 쓰러진 나무에 기대어 틈새에 끼어 있는 슬픔을 멀리 보내는 버릇이 있지 기다리지 않고 다가서는 새날들과 마주하며 무모한 도전이 푸른 잎새처럼 겹겹 모여져도 배경화면으로 뜬 파업은 현실이 되는가, 추위에 둘러싸인 일상은 온몸을 통과하지 그 저녁 묻어버린 울음이 생살에 박히는 아우성이었지 아직은 살고 싶다는 숨소리였지 나무 밑에 단단한 돌로 성을 쌓고 등을 기댄 당신 한 계절 반쯤 피는 나무를 따라 반쯤만 흔들리고 꺾인 목은 핏빛으로 떨쳐버리는 생존에 방법도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지.

06 2021년 01월

06

《시 곶간채》 오래된 노을

오래된 노을 3시에 해가 지는 동네 산등성이에 걸쳐 있는 겨울 노을 꽃 거리서 술 취한 아버지 얼굴이었지 호랑이 등에 벗어놓은 이승들 나뭇가지에 걸려 위태롭게 지고 있었지 얌전이 미덕인 시절 너는, 세상 물정 모르고 날뛰는 어디로 튈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사고뭉치였지 날마다 불안하다고 웅성거리는 사람들 무서운 호랑이도 그 앞에서는 죄인처럼 얼굴을 들지 못했지 숨 막히는 생 다 내려놓고 돌아가는 노을에 용서라는 말은 전하지 못했어, 보이지 않는 끈을 잡고 고백한 스무 살 고개만 저물고 있었지.

27 2020년 12월

27

《시 곶간채》

밥 대 식구가 한집에 살 때는 가마솥을 박박 긁어야 하는 주걱이 필요했죠 주걱이 사라지자 남아도는 쌀들 탈출한 가난으로 보기엔 좀 당황스럽지요 뜸이 들지 않아 모래알같이 씹히는 밥 낙동강 강변에 내버릴까요? 서식지를 잃은 철새가 훨훨 안식처를 찾을 때 허기를 내려놓으려면 칠백 리가 남았다는 뜻이겠죠 배불리 먹지 못해 크다가 멈춘 갈대는 방해자가 바람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만 있다면 쓰러지는 일에는 골몰하지 않겠죠 대물림하는 가난 원망하는 목소리로 목이 메지요 다정한 호칭의 밥 밥은 먹었니? 아버지 지게로 지고 가서 너를 빌미로 대가족이 둘러 않아 우아한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지친 눈 번쩍 뜨겠어.

25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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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곶간채》 소리가 모여드는 숲

소리가 모여드는 숲 간밤에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협동이 잘 되는 개들은 한 마리가 짖어대면 온 동네가 시끄럽다 숲으로 도망친 검은 물체는 출구를 찾을 수 없었고 산비둘기 뻐꾸기 딱새 소리 뒤에 숨을 수밖에 숲을 지키는 고로쇠나무 눈은 멀었고 다가오는 소리만 들을 수 있다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갈대의 소리 입시에 낙방한 학생의 기타 소리 정년을 코앞에 둔 가장의 색소폰 소리 취직이 안 되는 실직자의 한숨과 독백도 들어 있었는데 절박한 소리를 듣다 보며 눈으로 보는 일도 가능한 것일까? 펑 뚫린 눈에서 하얀 진액이 눈물처럼 흐른다 언젠가 눈을 찾게 되면 미친 듯이 밀려 나갈 바람 소리 숲은 텅 빈체로 요란한 소리만 울창하다.

18 2020년 12월

18

16 2020년 12월

16

카테고리 없음 입만 살아서

입만 살아서 입만 살아서 물받이 통에 올챙이 몇 마리 동동 떠다닌다. 썩은 물 속으로 기름기 다 빠진 입 어제보다 길어진 꼬리로 수면 위에 떠다니는 것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것이지 우물 안의 쓸쓸함 따위 버리려는 것이지 나뭇잎 한 장 던져 준다. 마음속 격랑을 따라 멀리 떠나라는 것이지 가까운 곳도 볼 수 없고 귀는 먹었지만 입은 살아서 동동 떠다니지 필사적인 입놀림은 미국도 갔다 오고 태평양 바다를 헤엄쳐 다니지 그에 입은 늘 어디론가 떠나고 있지 잠시 다물지 못하고 나불거리는 입 말들이 살아서 흘러 내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