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 : VIEW/아티스트를 만나다

    아리스테_artiste 2010. 5. 26. 07:00


    소년의 시선과 댄서의 몸짓으로 수놓은 무대
    <YAC 2010 봄 - FLY>의 류장현을 만나다.


    옛날옛적에~로 시작되는 이야기에나 등장할 법한
    바가지 머리에 진한 황토색 저고리와 치마를 입은 남자가
    따옥따옥 따오기 노래에 맞춰 춤을 춥니다.

     

    5분 여간의 공연 동안
    남자는 그가 바라본 우리 지난 시대, 우리 할머니들의 이야기로
    무대를 가득 채웠었는데요.

     

    작품명은 <지워지지 않는 이름.. 위안부>

    심사위원과 관객들의 박수갈채 속에 2006 동아콩쿨 대상을 수상했던 당시 23살, 무용가 류장현.

    이제 20대 후반으로 접어든 류장현씨가
    LIG아트홀 <YAC 2010 봄> 무대에 지난 해에 이어 오르게 됩니다.

     

    그래서, 지난 주 저는 류장현씨를 만나보았어요. ^_^

     

     

    Part.1 소년, 류장현의 시선

     

    류장현씨를 만난 곳은 성북동에 자리한 그의 연습실이었어요. 깔끔한 회색 재킷과 모자를 쓴 단정한 모습이 흡사 시크한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의 줄임말)을 연상케했는데요.

     

    아: 앗! 머리… 기대했는데.. ^^;;


    류: 아.. 머리요.. 이게 길어서 잘 안 서서..^^:;

     

    라고 하시며 모자를 벗고 환하게 웃으시니, 아 이제 류장현씨를 만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헤어스타일을 직접 안 보면 왠지 섭섭할 것 같았습니다.

     

    아: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류: 요즘엔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Hip-Hop 공연에 게스트로도 출연하고요, 7월에 있는 ‘크리틱스 초이스 2010’ 에서 보일 신작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또, 제가 수상했던 동아무용콩쿨에서 초청공연 형식으로도 무대를 준비하고 있어요. 물론 YAC 공연 연습도 하고요 ^_^

     

    본인이 출연하는 공연의 포스터를 꺼내어 저에게 이것저것 설명해주시는 모습에서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아: 현대무용 이외에도 무용의 여러 장르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어렸을 적부터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하셨다고 하던데, 현대무용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류: 어렸을 때부터 재미있는 건 무조건 좋아했어요. 춤에 재미를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진로를 정한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현대 무용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뭐가 뭔지도 잘 몰랐었죠. 시작할 땐 멋모르고 하다가 대학에 와서 다양하게 배우고 경험 하면서 조금씩 알게되었고 지금 제가 추는 춤에 대한 확신이 생긴 것 같아요.

     

    아: 항상 굉장히 새롭고 신선한 시도들을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혹시 영감을 받는 아티스트가 있나요?

     

    류: Y.A.C의 FLY공연을 보시면 눈치채셨겠지만 제 작품으로 구성할 정도로 마이클 잭슨을 정말 좋아해요. 그의 활동이 사회전반에 끼친 영향과 업적을 높이 사고 있고요.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는 아이콘이기도 하죠. 또한 끊임없이 제 춤의 주제가 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게끔 힘이 되어주는 아티스트이기도 해요. 그의 인생을 보면 진실과 거짓, 왜곡과 상처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심지어 죽고 난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놓지 못하고 있어요. 저 스스로도 마이클 잭슨을 대한 슬픔과 무한한 관심 때문에 더욱 탐구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한, 찰리 채플린도 정말 존경해요. 몸짓, 몸의 움직임 만으로 스토리를 전하고 표현해내는 것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저는 찰리 채플린이 배우, 무용가이자 안무가라고 생각해요. 저는 배우와 댄서를 하나로 보고 싶거든요. 채플린처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 ‘아, 내가 춤을 추고, 평생 공연, 춤을 보면서 살아도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고 느끼게끔 하는 그런 작품을 만드는 사람을 존경해요.

     

     

     

     

    아: 채플린의 무성영화와 무용가의 춤, 듣고 보니 통하는 부분이 있네요.

     

    류: 우리가 ‘말’에 굉장히 익숙하잖아요. 계속 전달 받으려고 하고, 말을 통해서 이해하려고 하고요. 전 채플린의 영화가 최초의 댄스비디오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채플린 영화가 아주 심혈을 기울여 짜여진 무용극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봐요. 얼마 전에도 씨티라이프를 보도 울었어요.^^ 추천하고 싶어요.

     

    ‘류장현’ 이라는 안무가를 세상에 알린 계기가 된 동아콩쿨에서의 입상이야기를 안 꺼낼 수가 없었죠.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그래도 그 수상이 큰 변화를 가져왔을 것 같았어요.

     

    아: 저도 개인적으로 류장현씨를 동아 콩쿨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정말 인상 깊은 작품이었어요. 어떻게 준비하셨었나요?

     

    류: 잘 만든 안무 한 편이 연극과도 같은 힘을 가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준비 했던 것 같아요. 바쁘신 선생님들 선배님들 붙잡고 많이 질문하고, 배우고 그렇게 하나하나 만들었었어요. 그렇게 저 나름대로 열심히 해서 발표한 작품에 큰 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했고요. 덕분에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기 시작했어요.

     

     

     아: 큰 상이 부담도 될 것 같은데 어떠세요?


    류: 네, 맞아요. ‘앞으로 지켜보겠다’ 이런 기대들도 상과 함께 받게 되죠. 대상을 받게 되면서 제 인생에서 더욱 열심히 무용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계속 더욱 열심히 춤 출 수 있게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죠.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서, 잊지 않으려고 해요.

     

    아: 지워지지 않는 이름.. 위안부는 사회의 무거운 주제에 관한 작품이잖아요. 작품을 구성할 때, 중점적으로 고민하시는 주제가 있나요?

     

    류: 아직까지 제게 크게 다가오고, 가장 제 자신을 고민하게 만드는 주제는 아무래도 나, 개인에 국한되지 않은 사회적인 이슈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사회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개개인의 희망이나 행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 사회적인 문제들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또 다른 주제들로도 관심영역이 넓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_^

     

     

     

    아: 이건 LIG아트홀 트위터를 통해 받은 질문인데요. 혹시 ‘지워지지 않는 이름 조금 긴 작품으로 만들어 정식 무대에 올릴  생각은 없으신가요?

     

    류 :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야죠. 전 계속 배워가고 있고, 계속 과정 속에 있어요.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해야겠다고 해서 하기보다는, 해야만 하는 때가 분명히 온다고 생각해요. 항상 머릿속엔 여러 가지 작품들이 있어요. 특히 위안부 같은 경우에는 제가 공부했던 거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고 싶어요. 근데 기획자라는 사람이 여러 가지를 조율하는 역할을 하잖아요. 관객 확보에도 신경써야 하고. 안 그러면 그냥 나 혼자 하고 집에 가야 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무턱대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하지만 진짜 때가 오겠죠 ^^

     

    Part.2 댄서 류장현의 다양한 몸짓

     

    아: 다른 무용가들의 공연은 많이 보러 다니시는 편인가요?

     

    류: 저는 딱히 무용공연으로 한정 지으려고 하지 않고요, 다양한 공연들을 보러 가는 좋아해요. 유명하고 재미있는 공연들, 예를 들어 라이온 킹, 태양의 서커스 같은 공연들을 보면서, 전 세계적인 흐름도 같이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하는 장르 외의 것들을 많이 연구하려고 해요.

     

    아: 다원예술이 점점 많은 무대에 오르듯이, 류장현씨도 다른 장르와 접목시키는 아이디어를 얻으시나요?

     

    류: 네, 하지만, 저는 ‘믹스’ 를 하기 위해서 다른 장르를 많이 보는 건 아니에요. 다른 장르의 것들을 통해서도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면서, 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개인성을 더욱 발전시키는 거죠. 제가 만든 작품을 하나의 장르로 혹은 무엇과 무엇의 만남으로 규정짓기보다, 제가 관심을 가지는 것, 변화하고 만들어져가는 저의 개인성이 더욱 살아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아: 앞으로 현대무용이 좀 더 인기가 있으려면 말씀하신 것처럼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에게 보여지는 방법을 고민하는 건 어떤가요.

     

    류: 다양한 방법과 장치를 시도하는 것 보다도요. 음.. 예를 들어 음식으로 보자면, 뷔페에서 다양한 음식을 골라먹기보다는, 음, 당근이 있어요. 이 당근 하나라도 정말 좋은 걸 먹겠다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해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직 전 세계적으로 현대무용 관객이 별로 없어요. 그 점을 알면 ‘현대무용은 왜 인기가 없나.’ 이런 질문은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좀 더 좀 더 좋은 것, 발전된 것을 찾는 사람들이 현대무용을 보러 오는 것이죠. 앞으로 더욱 현대무용 관객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아: 우리 모두 아주 맛있는 ‘당근’을 먹도록 고민해야겠는데요~

     

    류: 하하하.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 한국적인 것, 한국의 현대무용이란 어떤걸까요?

     

    류: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전 뭐든지 개인성이라고 생각해요. 스타일, 학교, 나라, 이런 것 보다도 개인이 가진 개성이죠. 분명히 한국인이 가진 개성이 있어요. 한국에서 자라고 이 땅의 기운을 받아 자란 사람. 그냥 한국사람이 만드는 춤이 한국춤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적인 현대무용이라는 스타일이 있는 게 아니라 한국사람이 만들면 한국의 현대무용인거죠. 그래서 지극히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한국사람이 추는 춤이 한국적인 것이겠죠.

     

    아: 기라성 같은 많은 선배들과의 작업도 하신 걸로 아는데요. 국립무용단 작업을 하셨을 때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무용계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분들과 함께 작업은 어떠셨나요.

     

    류: 제가 국립무용단과 함께 공연을 했을 때 국수호선생님과 배정혜선생님, 이렇게 한국무용의 가장 큰 거장이라고 불리는 분들 옆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었죠. 그때 느꼈던 건, 거장은 ‘어떤 부분이 대단하다’ 정도가 아니라, 그 오랜 세월을 지나 끝까지 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서부터 이미 거장이구나 하는 점을 깨달았어요.

     

     이 사람이 잘하고 못하고를 감히 제가 평가하진 못하지만, 차치하고서라도. 이 사람은 끊임없이 도전해왔고, 지금도 도전하고 있구나, 그런 분들을 보면서 곁에서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제겐 산 교육인 것 같아요. 보고 있으면 제가 그분들의 열정이나 그 힘을 많이 배우니까요.

     

    아: 어려웠던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류: 제가 뭐든지 모르고 있으면 안 되요. 저도 한참 어리지만 대선배님들과 함께 안무가로서 참여한 것이기 때문에, 다 알고 있어야 하는 그 압박감이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무용수들도 다 저보다 나이 많았고, 선생님의 선생님 세대니 힘들고 어려웠어요. 여러 상황들에서 내가 취해야 하는 포지션도 어정쩡했고요. 그때 정말 죽는 줄 알았죠 ^^;

     

    특히 전통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더욱 그랬어요. ‘자, 봉산탈춤이랑 북창 사자놀이를 한번 풀어봐봐.’ 이러시면 정말 …하….ㅠ_ㅠ (도리도리)
    게다가 외부에서는 ‘국립무용단 작품 과연 어떻게 하나 보자.’ 이런 기대감들, 여러가지가 정말 압박스러웠죠.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제가 했던 경험들. 전통문화회관 가서 무형문화재 봉산탈춤 배우고, 배우려고 간 거지만, 결국은 그 자체가 너무 재밌는 거에요. 한국의 전통 문화가 너무 재밌어요. 화려한 건 없는데, 스케일은 있었어요. 정말 재밌어요. 그 작업이 기억에 남고, 마지막까지 많은 거장들이 끝까지 창작의 열을 올리시는 그런 점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죠.

     

    아: 많은 작품을 해오면서 관객이나 평론가들의 평도 많이 들을 것 같아요. 본인을 향한 평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류: 매체를 통한 평론가들의 평, 매우 중요하죠. 하지만 그 평에 휘둘리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어요. 제게 가장 와닿는 평은 인터넷에 있는 제 공연에 대한 리뷰나 글들인 것 같아요. 예전에 제 공연을 보신 분께서 제게 쪽지를 하나 보내신 적이 있어요. 공연에 대해서, 느낌에 대해서. 이게 저는 훨씬 더 크게 다가와요. 전문가적인 지식은 없을 수 있겠지만, 이미 누리꾼들은 거의 프로에요. 그런 살아있는 평들에 더욱 집중하는 편이에요.

     

    아: 그럼 그런 관객이나 인터넷 상의 평으로 인해서 본인이 했던 작품에 수정을 가했거나 노력했던 적이 있나요?

     

    류: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 부분에 대해 생각은 하죠. 그런데 공연자체가 거의 재공연되는 기회가 적어요. 한 프로젝트에서 이렇게 계속 공연의 기회를 주는 자체가 흔치 않죠. 전문가들 보다도 나를 가장 잘 아는 가장 곁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욱 민감해지는 것 같아요. 부모님이나 주위에서 한마디 하시면 오히려 그런 말에 스스로 더욱 반응하게 되죠.

     

    아: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시나요?


    류: 공연장에 항상 오세요. 누구보다 항상 관심가져 주시고요.

     

    아: 흔히 부모님 세대는 현대무용이라는 장르를 잘 모르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류장현씨 부모님께서는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으신가 봐요.

     

    류: 예술에 관심이 많으시고, 좋은 것, 재밌는 것 찾아다니세요. 아들을 통해서 예술을 알아가고 하는 게 굉장히 재밌으시데요.^^ 부모님의 긍정적이고 호기심 많은 성향들을 제가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깜빡깜빡 보이스레코더의 전지를 교체할 때가 되서, 우리는 잠깐 휴식시간을 가졌어요.
    연습실에 관한 이야기, TV에 관한 이야기. 아이돌을 좋아하냐는 질문, 잘 모른다는 대답.
    아이폰에는 어떤 음악을 넣었냐는 질문. 빌리조엘의 음악, 심수봉과 조용필에 관한 대화.
    학생들을 가르치며 힘든 점, 어려운 점들. 

     

     

      

    Part.3  ‘FLY’, 무대를 넘어 세계를 향한 fly

     

    아: 지난해 YAC- FLY와 올해의 FLY 공연, 달라지는 것이 있나요? 아무래도 재공연이라서 더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요.

     

    류: 시간을 좀 줄이려고 했는데, 줄일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작품은 그대로 가고, 구성이나 디테일 면에서 많이 다듬어 졌고, 무용수도 부상으로 교체되었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 12곡 정도 나오는데, 의상이 계속 바뀌고 교체되요. 그런 변신 자체에 집중했거든요. 근데 이걸 무대 뒤에서 한번 봐주시면 재밌을 것 같은데, 변신의 연속이에요. 거의 죽음이에요. 으악.

     

    우리가 무대 뒤에서 촉각을 다투며 변신하는, 불가능의 기운이 엄습하는 가운데에도 도전하는 것. 무용수 개개인이 한계에 도전하는 것, 인간이 날고 싶어하는 그 욕망, 하루하루 불가능을 극복하며 살아야 하는 그 자체를 보여 주는 것이죠. ‘우리 스스로 끝까지 가는 거다.’ 하면서 50분 동안 미친 듯이 달려가는 거죠. ^_^

     

    아: 그런 무대 뒤의 모습까지도 볼 수 있으면 더 좋겠어요.

     

    류: 그렇죠.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보면 ‘서사’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서사를 뺐어요. 작품에 추상성을 넣고 싶었어요. 저는 꼭 넌센스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예요. ‘지워지지 않는 이름’때와는 좀 다르죠. 그냥 이런 것도 해보고 싶고, 저런 것도 해보고 싶었어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엇? 무슨내용인가.’ 약간 남겨 놓는 것, 그게 저는 넌센스라고 생각을 해요.


    아: 이 인형은 지난 Y.A.C공연때 등장했던 것 맞죠?? 궁금했었는데 여기 딱 있네요^^

     

    류: 얘는 작년에 체코 갔을 때 프라하 벼룩시장에서 산 거에요. 시계 반대방향으로 십여 개국을 돌았었는데, 이걸 딱 발견한거에요. 이게 너무 신기한게요, 이걸 처음 봤을 때 이삼십분 동안 시공간이 멈춘 것처럼 이것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어요. 끊임없이 움직이는데 계속 다르게 움직여요.

     

     

    그래서, ‘이걸로 작품을 짜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이걸로 작품을 짠다기 보단 얘를 꼭 우리 공연에 출연시켜야겠다 라고 생각했죠. ^_^ FLY작품 중간에 잠시 쉬는 휴식부분이 있거든요. 공연이 미친 듯이 달려가는 와중에 이 인형의 움직임이 나오고, 마이클잭슨의 I’ll be there과 함께 ‘너가 불러만 주면 나는 언제든지 너의 곁에 있겠다.’라는 좀 동화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인형를 넣었어요.

     

    근데, 얘가 기분이 안 좋았는지 공연 때는 계속 비슷하게만 움직이고 뭔가 평소 같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얘도 진짜 힘들었구나, 너무 긴장을 했구나’ 싶었어요. 너무 신기하죠. ^_^

     

    아: 이름을 지어서 크레딧에 올려야 할 것 같아요, 참여멤버로^^

     

    류: 하하하하~ 그럴까봐요~얘 자체가 날고 싶어하는 욕망 그 자체인 거에요. 그렇게 따지면 어떤 관념만 통과하면 이미 다 의미들이 이어지는 것 같아요. 그걸 찾기가 힘든 거죠.

     

    아: 극에는 배우의 역할이 있잖아요. 배우들의 본래 캐릭터와 맞추는 건가요? 아니면 100% 연기인가요?

     

    류: 등장인물이 누구누구이고 이 사람은 어떻다 이렇게 정해놓고 나가는 건 연기겠죠. 하지만 그 연기의 틀 안에서도 전 개인성이 무조건 보여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만약 저를 아시는 분이 저희 공연장에 왔는데, 아 저 사람 평상시엔 저랬는데, 무대에서는 저런 모습으로 변한다고 생각하면 재밌는거죠. 개인성 때문에 더욱 재미있어지는 거죠.

     

    아: 그럼 저도 오늘 류장현씨를 만나고 조금 알게 되었으니까, 이번 공연 때는 또 더 재미있어지겠네요^^ 아, 저 사람, 벼룩시장에서 산 인형에 행복해하던 저 사람!!

     

    일동: 하하하 

     

    아: 23살의 류장현으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뒤, 지금까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정립했다고 생각하나요?

     

    류: 제 작품이 무엇이라고 규정짓는다기보다는 계속 진행형으로 가고 있어요. 그냥 춤을 추면서 제 길을 가고 싶어요.

    작품을 짠다고 했을 때도 ‘무조건 저걸로 해야지’하는 순간 막연해지고, 이미 불가능이 시작된 거예요. 어떻게 만들까 라고 했을 때는 거기서부터가 재밌고, 그걸 해냈을 땐 분명히 어떤 힘이 생기는 거죠. 계속 싸우는 거죠. 싸움 잘하는 사람이 무술책을 읽어서 잘하는 게 아니라, 호랑이랑도 싸워보고, 경험치를 올려가면서 달인이 되는 거잖아요. 추노꾼처럼, 대길이처럼 전 그렇게 주어진 것에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아: 10년 후엔 어떻게 되어 있을 것 같으세요?

     

    류: 10년 후면 38살인데, 음.. 제 바램일 수도 있지만, 저는 고정팬을 확보한 댄서이고 싶어요.
    관객들이 류장현 공연한다고 하면 무조건 보러 오는 그런 무용가요. 쉽진 않겠지만, 그만큼 계속 어떤 향기를 뿌려야죠. 제 공연에 1회 당 한 분씩 좋은 관객 분들, 지지를 보내주는 분들이 생긴다면, 100번을 하면 100분 이잖아요. 그렇게 해서 꾸준히 쌓아가는 게 바람이에요. 재미있는 공연을 만드는 사람이자 댄서, 배우요.

     

    아: 세계 무대에 대한 꿈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류: 예. 외국에서 공연도 많이 하고 싶어요. 제 작품을 가지고요. 세계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한국인 기획자가 있으면 더 좋겠죠. 좋은 눈을 갖고 있는, 무용전공 출신이면 더 좋고요, 그래서 그 사람도 성장하면서 저뿐만 아니라 한국의 많은 무용가들이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이미 세계화는 되어있어요. 유투브에서 다 볼 수 있거든요. 안 봐서 그런 거지. 어떤 게 세계화가 될 수 있는 것인지 눈 여겨 보려고요. 그 전에 우선 제 것이 있어야 하겠고요. ^^

     


    이렇게 말해놓았으니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던 류장현씨

    인터뷰를 마치고 바로 대학에 강의를 하러 가신다며 자리를 일어서는 그의 모습에서,
    말 뿐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이뤄가고 있는 부지런한 아티스트임을 느꼈습니다.

     

    인터뷰 내내 자신의 꿈을 조심스럽게 말하는 반짝이는 눈빛,
    단어 하나하나와 문장마다 다른 표정의 얼굴,


    아직 더 많은 것을 보여줄, 무한히 성장할 것만 같은
    순수하고 열정적인 소년 류장현을 보았답니다.

     

    삶에 대한 진지한 시선과 몸짓,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며
    미래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멋진 그림을 그려 나가는 그를 만나고 돌아서는 길에
    저는 이미 류장현씨의 열혈 팬이 되어 있었습니다.

     

    앞으로 무대를 넘어 세상을 향한 그의 FLY가 기다려집니다.

     

     

     


     

    YAC 2010 봄
    5/28(금)~5/30(일)

    LIG아트홀

     

    인정주 <Dance-Interview>
    류장현 <Fly>
    권영호 <더 도어(The Door)>
    미나유<로미오+줄리엣>


     

     

     

    헤어스타일이 정말 신선한데요^^*
    재미있는 헤어스타일이에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