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STAGE/관객의 시선

    아리스테_artiste 2011. 10. 6. 17:34

    <Culture City>

     

    YAC 2011 – multiplay

    이것이 젊은 예술이다








    *YAC play 김지욱 <MIST>

     

    새하얀 배경을 뒤로 까만 나무 기둥 하나가 가운데에 비스듬히 서있다.

    그 앞으로는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까만 풍선을 목에 매단 채 서 있다.

    그렇게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물소리가 난다.

    뭔지 모를 마찰음과 파열음이 귀를 괴롭힌다.

     

    하얀 배경으로는 링거에서 물이 떨어지는 모습풀밭 모습이 보여진다.

    심장 소리 같기도 한 일정한 비트에 맞춰 그가 서서히 몸을 움직인다.

    무술 동작 같기도 하고마임 같기도 한 동작들을 통해서

    그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표현하려고 한다.

     

    마치 무엇을 숨기고 도망가는 것 같기도 하고숨겨진 것을 찾으려는 것 같기도 하다.

    가만히 앉아서 그저 보기만 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움직인다.

    그렇게 무대 뒤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그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무언가를 읊조린다.

     

    어느 시점 이후에 나는 항상 나의 존재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깨닫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의 동작들은 한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규정짓기 위한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웃옷을 벗어 나무에 걸쳐 놓고 춤을 추는데 온 몸이 젖어있다.

    그가 그토록 알기를 원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는 이 세상이 안개로 꽉 차 있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가 안개에 싸여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저토록 내 자신에 대해서 알려고 한 적이 있던가?

    어쩌면 자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은 한 인간의 시작이자 끊임없는 의문의 대상이고,

    결국 답을 내리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의 끝이 될 것이다.

     

    무엇이 이 집의 주인으로 자리잡고 있는가자아는 그 자신의 집에서 주인이 아니다.”

    -    SIGMUND FREUD

     


     

    *YAC play 정순원 <>

     

    까만 무대의 문이 열리면서 빛이 새어 나온다마치 천국에 온 기분이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인간에게 공포를 주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귀신이나 괴물이 아니라 무엇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스스로 하는 상상이 자신을 옥죄는 것이다.

     

    청년 두 명이 관객석에서 무대로 걸어 들어간다.

    서로가 손으로 연결되고 서로의 몸을 지탱해주면서 하나의 형체를 만든다.

    다시 두 청년이 더 등장한다서로의 몸이 얽히고 설켜 새로운 형체를 만든다.

    한 사람에 한 사람이 더 등장해서 서로의 몸이 떨어지고 다시 연결되고

    서로의 몸을 지지해주면서 마치 자석을 보는 듯하다.

     

    같은 극끼리는 밀어내고 다른 극끼리는 붙어버리는 자석처럼 서로를 밀어내고

    잡아 당기면서 새로운 형체를 만들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낸다.

    한 사람만 남기고 다른 이들은 연결되어 그 사람을 위협하기도 하고,

    그 사람이 뛰어오르면 공중에서 그 사람을 잡아주기도 한다.

     

    같은 패턴의 동작이 반복되는 것이 마치 진자 운동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오랜 연습과 노력의 결과겠지만 그들의 몸짓의 합이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한 명이 바닥에서 자신의 몸을 띄워 올리면

    다른 이들이 손 만을 이용해서 그를 정확히 받아낸다.

    서로의 호흡이 맞지 않는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고,

    자칫 연습이 부족해서 한 명이라도 행동이 흐트러진다면 보기에 우스워질 것이다.

     

    그런데 장정을 받아내고 던지고 뛰고 구르는데

    마치 무게가 없는 인형이 움직이는 것처럼 너무나 가벼웠다.

     

    하나의 점이 연결되어 선이 되듯이 인간도 어떠한 이유에서 선으로 연결되면 외롭지만

    그 순간만큼은 외롭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답게 그들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어 연결되고 지탱하고 다시 버리고 위협하면서 관계를 만들어냈다.





    *초청안무가 미나유 <Exiles>

    무대 위에 초록빛 조명이 가득하고소파 두 개에 여자 2명과 남자 1명이 앉아있다.

    지하철의 덜커덩 소리와 함께 그들의 몸이 지하철을 타고 있는 사람처럼 흔들린다.

    서로가 서로를 위협한다서로에게 끊임없이 불만이 많은 모습이다.

     

    결국 남자가 무대 뒤에서 마이크를 갖고 온다.

    그 마이크를 자신의 가슴에 힘껏 부딪친다.

    쿵 소리와 함께 그것은 마치 심장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그렇게 자신의 몸에 부딪치고 소파를 이용해서 여러 소리를 만들어냈다.

    흔히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떨어뜨려 쿵 소리가 나는 것은 실수일 테지만

    무대 위에서 그 행동을 하면 그것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익숙한 것을 낯선 곳에서 볼 때는 새로운 쾌감이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반항하던 그들은 마이크를 상대방의 입에 겨눈다.

     

    여자가 말한다.

     

    왜 그런지 말해줄 수 있니물이 왜 100℃에서 끓는 줄 알아?

    때가 돼서 자연스럽게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거짓말을 언제 하는 줄 알아?

    듣고 싶은 말을 원할 때어디 가고 있어목적이 뭐야?”

     

    언어로 다양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사람이 유일한데

    반면에 서로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격리시키고 따돌린다.

     

    여러 사람과 함께 있지만 혼자 있는 것보다 더 외로울 때,

    우리는 철저히 타인이 된다망명자가 된다.

    어쩌면 외로움은 함께 있는다고 해서 치유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조명이 빨강색으로 바뀌고 그렇게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남자 무용수의 감정이 북받쳐 흐느끼는듯한 숨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이 작품을 위해 젊은 아티스트들은 1년여를 준비했다고 한다.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무엇보다 그들은 젊었고너무나 열심히 표현하고 있다는 노력의 힘이 보였다.

    나는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지 반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도 광장에는 취업을 권하는 정부와 학교를 규탄하는

    예술대생들의 집회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젊은 예술가들이

    그들의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것을 보니 다행이다.

    그들을 마음속으로 지지하고 응원한다.



    위 글은 LIG 아트홀 컬처리포터 '최창순'님의 글입니다. LIG 아트홀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