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STAGE/CULTURE CITY

    아리스테_artiste 2012. 1. 19. 09:00

    <Culture City>

     

    <매그넘 세계순회사진전 생명의 기적>

    매그넘 작가 8명이 이야기하는 생명의 희망

     

    2011.12.23 – 2012.03.04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http://www.accesstolife.seoul.kr/index.html





    요즘 쌩쌩 부는 찬바람 때문인지 나가기도 두렵고, 그렇다고 집에만 있기는 심심하고,

    그리고 슬슬 아이들 방학숙제를 걱정하고 계시는 어머님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추운 날씨에 어디로 나들이를 가면 잘 갔다고 소문이 날지 고민하던 제 머릿속에 떠오른 곳!

    바로 전시면 전시, 공연이면 공연, 모든 문화생활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예술의 전당이었어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시, 공연 현수막들이 이렇게 쭈~욱 걸려있었는데.

    이 중 제가 선택한 것은 바로 <매그넘 세계순회사진전 생명의 기적>이었습니다.



    현대 사진발전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 매그넘은 국제 보도사진작가들의 모임입니다.

    보도사진은 사진작가의 독창적 시각이 중시되기보단, 언론사의 제약을 받는 것이 보편적이었는데요,

    2차 세계 대전 종전 2년 후인 1947, 작가의 개성을 반영한 보도사진을 위하여,

    보편적인 것에 반기를 든 4명의 사진가들에 의해 매그넘이 설립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93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다양한 주제의 사진을 선보여 왔는데요,

    이번 생명의 기적 전시는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의 퇴치를 목표로 하는

    국제적인 기관 글로벌펀드와 매그넘의 합작프로젝트로, 8명의 매그넘 사진작가가

    인도, 페루, 베트남, 아이티, 말리, 르완다, 남아공, 스와질란드, 러시아,

    9개국에서 담은 에이즈환자 30여명의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550점의 사진과 9개의 다큐멘터리 필름 등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가 전달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는 전시된 사진들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을 통해 알 수 있었는데요,

    30여명의 에이즈 환자들의 사진들이 모두 치료 시작 전과 후 4개월의 모습을 담고 있어

    자연스럽게 관람객으로 하여금 전 후의 사진을 비교해 보는 것을 통해

    그들의 삶에서 치료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에이즈라는 질병과 관련된 사진을 만날 수 있는 이번 매그넘 전시

    그런데 여러분은 에이즈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에이즈는 30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전 세계 3천 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병입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대륙 전역에서 일어난 내전 사망자 수 보다

    에이즈에 의한 사망자 수가 더 많다고 보고되었는데, 이는 공식적인 집게일 뿐,

    전세계 숨겨진 이들까지 고려한다면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오죽하면 에이즈에 ‘20세기의 흑사병이라는 별칭까지 붙여주었을까요?

     

    HIV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되는 에이즈는 몸의 면역체계가 손상되고,

    이 손상이 심화될수록 치명적인 감염이나 암을 일으키게 됩니다.

    게다가 이 HIV바이러스는 뇌와 기타 기관까지의 침투가 가능하므로

    감염자들의 운동능력, 기억력, 인체의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기까지 합니다.

     

    또한 일반적인 인식 속에서는 에이즈 환자들은 모두 사망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HIV바이러스 보균자 중에는 평범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들이 사망하는 이유는 바이러스 자체가 작용했다기 보다는, 감염이 심화되어

    면역력 감소로 인해 치유 기능이 약화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불치병이라는 편견과는 달리, 오늘날은 치료제가 발달되어 꾸준한 복용과

    지속적인 관리만 있다면, 사망은커녕, 일상생활을 하며 천수를 누릴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 발표에 따르면 2010년 말, 국내 감염자의 82% 이상이 생존해 있으며,

    첫 감염자가 나온 85년 이후 꾸준히 그 생존자수가 증가 추세라고 하는데요,

    이는 치료제를 통해 완전히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수준으로 억제시켜 면역기능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해요.

     

    그런데 약만 잘 복용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왜 에이즈 퇴치에

    국제적 관심을 촉구하며, 심지어 이렇게 모금을 위한 전시까지 하고 있는 걸까요?



    위의 사진의 주인공은 젊은 시절 약물 복용을 하는 과정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주사기를 사용하다가 에이즈에 걸렸다고 합니다.

    후에 이를 안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집에 누워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것이었고,

    가족들은 그가 죽지 않기를 바랬지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당사자는 이미 삶에 대한 희망을 잃었고, 치료제를 구입할 돈도 없었기 때문이었죠.

    그러던 차, 매그넘과 글로벌펀드의 도움으로 에이즈 무상치료를 지원받게 된 그는,

    치료를 통해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 오른쪽 사진처럼 생기를 되찾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가족들에게도 웃음과 가정의 행복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는 이 무상 치료를 통해 새로운 삶을 부여 받았다고 생각하며,

    페인트 공 일을 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자 의지를 불태우지만,

    한편으론 주변 사람들이 자신이 HIV바이러스 보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어렵게 되찾은 일상의 행복을 앗아갈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진 속 작은 꼬마는 말리에 사는 Kassi라고 합니다.

    Kassi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날 때부터 HIV바이러스 보균자였는데요,

    사진 작가에 따르면, Kassi는 학교에 가는 것을 간절히 바라는, 활기찬 아이였다고 합니다.

    다행이 Kassi는 무상치료지원을 통해 바람을 이룰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릴 수 있었지만,

    Kassi와 같은 상황에 놓여져 있을 또 다른 아이들은 어떨지 생각해보니 먹먹해졌습니다.

     

    자신의 선택도 아닌데 바이러스를 가지고, 가난한 가정에 태어난 아이들의 대다수는

    세상의 밝은 모습을 알기도 전에, 아마 그들은 세상의 편견 속에서

    아픔을 먼저 배우고, 마음에 문을 닫고, 치료할 엄두조차내지 못하다가

    결국 가족의 품에서, 혹은 가족에게 버림받고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고 생각하니,

    가난이, 그보다 사람들의 편견이란 그 어떤 살생 도구보다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매그넘과 글로벌펀드의 공동프로젝트를 통해 무상치료를 지원받은 이들은,

    희망을 잃은 삶 속에서 점점 웃음과 행복을 되찾아 갔습니다.

     

    자신의 부주의로, 혹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에이즈란 병을 앓고 있던 이들이,

    가난한 형편에 혹은 세상의 시선 때문에 이를 숨기고 죽을 날만을 기다리던 이들이,

    그것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저 손바닥에 올려진 알약 속, 작은 희망 때문이었을까요?

     

    그러나 실제로는 사진 속 주인공들 모두가 생존해 있는 것은 아닌데요,

    그 이유는 주변 시선에 두려워 병을 숨기다가 스스로 병을 키워버려

    약을 통해 회복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회복된 이들 역시 주변의 시선을 두려워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주위에 자신의 보균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세상의 편견으로 인해

    어렵게 맞이한 생명의 기적이 다시 절망으로 변해버릴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죠.

     

    실제로 한 여성은 무상치료의 기회를 버리고 치료실에서 도망쳤다고 하는데,

    남편에게 HIV양성 진단을 밝히는 것이 두렵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녀는 일부다처제 생활을 하고 있어, 또 다른 감염자 발생의 가능성이 커

    치료와 질병에 대한 지식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녀는 왜 남편에게 자신의 상태를 밝히는 것을 두려워했을까요?

     

    수혈이나 모유수유, 콘돔 없는 성관계 등 감염자의 체액에만 노출되지 않는다면

    에이즈는 일상적인 접촉만으로는 감염되지 않는 질병이지만,

    대부분은 감염자들과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일 나는 것처럼 여깁니다.

     

    덧붙여 에이즈를 문란한 성생활에 의해 감염되는 질병이라고 생각해

    감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의 기존 인품, 행실 등은 잊어버리고

    새카만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이것은 모두 우리의 무지에서 파생된 편견일 뿐인데 말이죠.

     

    물론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은 가난 때문에 치료의 엄두도 내질 못하긴 하지만,

    무심히 던진 돌멩이가 개구리를 죽이는 것처럼, 우리의 무심함과 편견이

    결국 그들의 삶의 의지를 앗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진 속 주인공들은 이렇게 생명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 이들인데,

    치료를 하면 죽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밝아지는 이들인데,

    그 동안 우리는 어떤 권리로, 그들의 생명을 유린하고 있는 걸까요?

    약 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따뜻한 시선 역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이러한 의미에서 매그넘의 작가들이 사진을 통해 보여준 생명의 희망은

    물론 빈곤층의 무상치료기회 확대를 위한 모금활동의 목적도 있지만,

    우리의 무지함에 대해 부끄러움을 깨닫게 해 준 전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도 생각하게 해 준 것 같기도 하고요.

     

    전 이 전시를 많은 이들은 물론, 아이들이 접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그 이유는, 이 질병에 대한 편견을 갖기 전에 스스로 생각해보는 기회가 있다면,

    좀 더 후의 미래에는 사회적으로 에이즈를 바라보는 색안경의 색깔이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옅어질 수 있겠단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전시된 사진 속 사람들의 표정과 삶을 보고 나면, 에이즈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흐릿하게 나마 생명의 희망을 담은 얼굴이 먼저 떠올라,

    훗날 에이즈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차가운 돌덩이가 아닌, 이런 전시 없이도

    먼저 손을 내밀어 희망을 전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아이들에게 더욱 좋은 전시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전시에 입장하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사진입니다.

    여러 의미에서 제겐 기억에 많이 남는 사진이기도 한데요,

     

    사진의 거장들이 전해오는 생명의 희망, 그 기적이 여러분도 보이시나요?




    위 글은 LIG 아트홀 컬처리포터 '푸른별기린'님의 글입니다. LIG 아트홀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