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STAGE/관객의 시선

    아리스테_artiste 2012. 10. 23. 16:55

    [LIG 아트홀 기획공연]  영화와 음악의 화음, 충돌, 대화

    영화음악∞음악영화

     

     

     

    10 18일부터 21일까지 3일에 걸쳐 영화음악∞음악영화가 펼쳐졌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부산 LIG아트홀에서도 진행되었던 이 공연은, 영화와 음악이라는 두 장르의 특별한 만남을 통해 독특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세 명의 영화감독 김수현, 정재은, 이광국의 단편 영화와 실험적인 음악에 도전하는 젊은 음악감독 차효선, 최태현, 연리목의 무대까지, 이 공연만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와 음악이라는 점에서도 공연을 보기 전부터 굉장한 기대를 가지게 했다.

     

    공연의 순서는 음악감독들의 합동무대 → <말로는 힘들어> (영화 이광국 + 음악 연리목) <고양이를 돌려줘> (영화 정재은 + 음악 최태현) → 인터미션 → <연소, 석방, 폭발, 대적할 이가 없는> (영화 김수현 + 음악 차효선) → 음악감독들의 합동무대 순으로 진행되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세 명의 음악감독들이 무대 위에 올랐다. 나른하고 몽환적인 목소리와 악기 연주들이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매력적인 곡이었다. 뒤이어 상영될 영화를 잊게 할 만큼, 그대로 그들의 공연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늘 보아왔던 음악 공연에서 연주자들의 갖추어진 옷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보여주는 듯한 음악감독들의 의상들은 공연을 더욱 편안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첫 번째 영화 <말로는 힘들어>. 사랑하는 소년에게 자신의 마음을 말로는 전할 수 없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소년을 불러놓고,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수줍은 미소만 지어 보낸다. ‘나뭇잎처럼 바람이 목구멍을 간질이지만 긁지 않아도 시원한 느낌이라는 막연한 이야기에 소년은 단칼에 소녀의 마음을 거절한다. 상심한 소녀는 자신의 상상의 세계 속으로 소년을 불러들인다. 상상 속에서 소년은 우연히 듣게 되는 엄마를 떠올리는 음악을 연주한 연주자를 찾아 나서게 되고, 그 연주자는 바로 소녀. 소녀는 소년에게 모든 것이 가능하고 깨끗한 상상의 세계를 가르쳐준다. 현실과 꿈, 상상을 오가면서 진행되는 이 영화 속에서 앞서 공연에서 들었던 음악이 흘러나온다.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음악은, 그 이야기를 모르면서 들었던 음악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노래 안에 소녀와 소년의 마음을 담아, 한층 더 깊게 영화와 음악에 빠져들게 해준다. 

     

     

     

    두 번째 영화 <고양이를 돌려줘>는 애지중지 기르던 고양이를 친구의 집으로 보낸 한 부부가 친구에게서 다시 고양이를 데려오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고양이를 기르면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양가 부모님의 큰 반대에 부딪힌 부부는 눈물을 머금고 친구의 집으로 고양이를 입양 보낸다.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한 고양이와 그런 고양이를 너무나 아끼는 새 주인. 하지만 전 고양이 주인이었던 아내는 떠나 보낸 고양이 생각에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고, 사랑하는 아내가 아파하는 모습을 볼 수 없던 남편은 친구에게서 고양이를 되찾아 오려고 하지만, 새 주인은 딱 잘라 거절한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관심 없다는 듯 지켜보고 있는 고양이를 보다 보면, 웃음과 함께 어딘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졌다. 이 영화에 나오는 고양이를 내게 돌려줘~ 미안한 말이지만 돌려줘~”하는 노래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머릿속을 빙빙 맴돌 만큼 강한 중독성이 있었다. 

     

     

     

    인터미션 후 상영된 마지막 영화 <연소, 석방, 폭발, 대적할 이가 없는>은 한 여자 성우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낮고 중후한, 중성적인 목소리의 주인공은 지금껏 너무나 많이 들어왔던 성우 김상현이다. 그녀는 다양한 역할로 이 영화 속에 등장한다. 거리를 헤매는 미친 여자, 광고를 녹음하는 성우, 연극 <사천의 선인>에서 셴테와 슈이타를 연기하는 여자. 모두 한 인물인 듯 싶기도 하고 모두 다른 인물인 듯도 한, 영화 같기도 현실 같기도 한 이 영화는 종잡을 수 없는 흐름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는 갑자기 정적이 흐르다가 또 어느 순간엔 온갖 악기들이 총출동한 음악이 흐르기도 한다. 쉽게 이해하기 힘든 듯도 했지만,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나름의 매력이 느껴지는 오묘한 영화였다. 

     

    마지막 음악감독들의 공연은 영화 속에서 들었던 음악들이 연주되며 그 느낌과 감동을 더욱 증폭시켰다. 노래와 함께 간간히 추는 춤도 감정을 몰입하는 데에 한층 도움이 되었다. 영화 속 배경음악으로만이 아닌, 자체로서도 하나의 멋진 작품이 되는 음악을 라이브로 들으니 감동은 두 배가 되었다. 

     

    서울에서의 첫 공연에는 6명의 감독과 해당 영화 배우들의 무대 인사가 있었다. 좋은 공연을 보고 난 뒤, 그런 멋진 작품들을 만들어 낸 사람들까지 직접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복한 경험이었다.

    영화와 음악이라는 먼 것 같으면서도 가까운 두 장르의 만남을 한껏 즐길 수 있었던 공연. 내년에 펼쳐질 영화음악∞음악영화에선 과연 어떤 영화와 어떤 음악을 들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위 글은 LIG 아트홀 컬처리포터 '지영' 님의 글입니다. LIG 아트홀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