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STAGE/CULTURE CITY

    아리스테_artiste 2013. 3. 14. 09:00

    [문래동 예술촌] 시멘트 사이로 피어난 꽃

     

     

           

     

           

     

    문래역 7번 출구로 나가면 낯선 풍경과 맞닥뜨리게 된다. 영화 <피에타> 속 강도가 된 느낌, 내 눈 앞에 이미 사라져버린 청계천의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각종 금속을 갈고 휘고 붙이는 소리에 방정맞은 상상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지만 둘을 붙여 하나를 만드는 그 단순함과 정직함이 가장 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금속은 문명의 상징이다. 인간은 도구를 만드는 순간 발전하기 시작했고 금속은 그 도구의 최후의 진화다. 문명의 원동력이 된 금속과 비물질적인 예술의 만남,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문래동 예술촌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 잡은 건 철공소의 문짝들이다. 아름다움의 정의는 시대와 개인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절대불변의 조건은 바로 균형과 조화다. 문에 숫자를 적는 순간 따라 읽고 싶은 리듬감이 살아나고 페인트로 페인트를 칠하는 소년과 자물쇠를 열쇠로 여는 손은 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물질적인 공간을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

     

           

     

    골목을 잘 들여다보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사슴을 볼 수 있다. 빨간 모자 쓴 소녀는 빨간 꽃을 들도 춤을 추고 파랑새에게서는 금방이라도 은빛 방울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회색빛 담장, 아니 요즘에는 이렇게 좁은 담장도 보기가 쉽지 않다. 그 흔하다 못해 진부해서 외면해버리고 싶은 장소가 어느새 동화의 세계가 되어 버린 것이다.

    모처럼 마음에 드는 그림을 찾았지만 이 작품은 그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팸플릿을 사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보는 순서와 방향을 정해놓고 화살표로 표시해두지도 않았다. 그저 봐주기만 하면 된다. 어느 날 문득 지나치다가 거리의 야생화를 우연히 보게 된 것처럼 그런 의아함으로 이 그림을 그린 이의 존재를 알아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경제논리에 밀린 힘없고 돈 없는 예술가들은 6년 전 이곳에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흔히 예술촌이라고 알려진 홍대나 대학로가 아닌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예술과는 동떨어진 분위기만큼이나 임대료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예술촌에 예술가가 모이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가 모이면 그곳이 예술촌이 된다. 철공소와 예술가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모습은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그래서 ‘문래 창작촌’이란 이름까지 얻게 되었지만 이제는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어 힘없고 돈 없는 예술가들은 다시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나게 되었다.

     

           

     

    교도소의 창살을 연상시키는 곳도 예술가의 손길을 거쳐 노란 빛깔을 입으면 생명을 얻어 그 자체가 작품이 된다. 회색 시멘트에 파란 문과 빨간 문 그리고 노란 창. 그 옆에는 작은 나무 한 그루가 꿋꿋이 버티고 있다. 비록 시멘트 위에 그려진 그림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차갑고 메마른 곳에서도 생명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에는 작품들을 찾기 위해서 작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는데 알고 보니 마을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었다. 각각의 작품들은 그것을 완성시킨 작가의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멀리서 보면 그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금속이 가득한 마을을 가장 인간적인 방법으로 위로해주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자본의 논리에 밀려 또 다른 곳을 찾아 떠나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도 두렵지 않다. 예술이란 원래 시멘트 사이에 피어난 꽃이 아니던가.

     

           

     

     

    위 글은 LIG 아트홀 컬처리포터 '최창순님의 글입니다. LIG 아트홀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