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STAGE/CULTURE CITY

    아리스테_artiste 2013. 4. 19. 14:24

    제 13회 서울 국제 즉흥 춤 축제 


     즉흥도 기획이 되나요?


    시작하기에 앞서서 영화에 이어 뮤지컬로도 제작되어 화제가 되었던 빌리 엘리어트의 명장면 중의 하나를 살펴보자. 뮤지컬 1막 마지막 부분 ‘angry dance’ 장면에서 주인공 빌리는 억눌린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거칠고 대담하게, 폭발할 듯 끓어오르는 댄스 동작을 선보인다. 이 장면에는 대사나 노래가 오히려 작품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뿐이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현명하게도 이 씬에서 대사나 노래 없이 오로지 주인공 빌리의 몸짓에만 초점을 맞춘다. 관객들은 이 고요하고도 대담무쌍한, 말없이 소극적이면서도 기묘하게 적극적인 주인공 빌리의 동작을 통해 솔직하고도 순수한 빌리의 내면을 엿본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즉흥성이란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는 감흥이나 기분에 따라 하는 성질’을 의미한다. 풀어서 말해보자면 우연적이고 자연발생적인, 가공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를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예술에 있어서도 즉흥성은 창작활동의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가장 순수한 몸짓과 만난다! 10개국 150명의 아티스트가 참가!‘라는 설명이 덧붙여진 제 13회 서울 국제 즉흥 춤 축제는 즉흥성을 창조력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 연극이나 뮤지컬 등과 같은 공연예술의 매력 중 하나는 현장성에 있다. 바로 그 시간, 바로 그 장소에서만 벌어지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배우를 같은 무대에 세우더라도 결코 100% 똑같은 형태로 재생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하고 연습하더라도, 대사와 행동, 동선이 같더라도 공연이 매 회마다 다른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같은 무대예술이지만, 서울 국제 즉흥 춤 축제가 강점을 갖는 부분은 바로 결코 재연되거나 반복될 수 없는 순간의 즉흥성에서 연유한다.

    철저히 기획되고 연출된 여타 장르와는 달리, 서울 국제 즉흥 춤 축제는 탈 규격화된 ‘즉흥’의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열정적인 예술가의 몸짓에 창의적인 즉흥을 더하며 1+1 이상의 효과를 낸 것이다.

     


    제 13회 서울 국제 즉흥 춤 축제는 혜화역 2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빨간 벽돌 건물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아르코 예술극장 내 소극장에서 이뤄졌다소규모 극장이 밀집되어있는 대학로의 시설 사정을 감안해본다면비교적 규모가 넓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건물 외벽의 흥미로운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흥미롭게 하는 것’ 이라는 문구를 통해서 이곳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의 예술관을 엿볼 수 있었다.


     


    공연장 내부에는 카페가 있고, 군데군데 조각상들이 전시되어 있다. 순간의 즉흥성을 담고있는 조각상들을 보며 본 공연에서는 어떤 즉흥성을 경험하게 될지 궁금해졌다. 찰나의 즉흥성이 고스란히 박제된 조각상과는 달리, 춤을 통해 표현되는 즉흥성과 감정의 표현은 결코 박제될 수 없다.


     


    아르코 예술극장에는 대극장과 소극장이 있는데, 이번 공연은 소극장에서 열렸다. 좌석규모가 큰 대극장과는 달리, 소극장 특유의 아늑함과 편안함이 느껴진다. 이번 공연을 진행하기에는 대극장 보다는 소극장이 훨씬 적합하다는 판단도 든다. 특별한 무대 장치나 화려한 조명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예술가의 몸짓 그 하나에만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할 일이 쌓였을 때 훌쩍 여행을,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야이야이 야이야이야, 머리에 꽃을 달고 미친 척 춤을~“


    노래 가사처럼 때로는 계획되지 않은 즉흥적인 행동은 반복되는 일상에 브레이크를 걸게 만든다. 현대인들은 미래에 현재를 저당 잡히며 산다. 행복한 미래를 위해 불행한 현재를 감내하며 언젠가는 행복이 올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때로는 철저하게 계획된 삶에 즉흥성을 첨가하는 것도 삶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즉흥성이라는 것 자체야말로 예측불가능한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 모든 가능성에 대한 이해와 긍정을 함축하고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는 to do 리스트 대신 즉흥 리스트를 통해 스스로에게 즉흥성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흥미롭게 하는 것’ 이라는 문구처럼 당신의 삶은 당신이 관람했던 그 어떤 공연보다 흥미로울 수 있을테니까.


    위 글은 LIG 아트홀 컬처리포터 '김지현님의 글입니다. LIG 아트홀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


    23살 하루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