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STAGE/CULTURE CITY

    아리스테_artiste 2013. 4. 26. 09:00

    홍순태 사진전


    1973년에 발표된 황석영의 돼지꿈이라는 작품은 1960년대 후반부터 급속화된 도시화산업화를 배경으로 한다소설의 배경이 되는 마을 역시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의 집합촌이다산업화 과정에서 새롭게 생성된 이 마을은 굴뚝만 흉물스레 높이 솟은 기와 공장이 홀로 서있고’ ‘언덕 아래로 빈터의 곳곳에 간이 주택과 낮은 움막집들이 모여 있는’ 장소로 묘사된다애초에 이 동네는 고향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온 사람들로 구성된 곳이자곧 철거를 앞두고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삶의 보금자리였던 고향을 떠나 새롭게 도시에 정착하게 된 사람들의 대다수는 도시 빈민으로 전락하게 되었고 일부는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


    1970년대의 산업화는 국가적 차원에서 시대적 사명 혹은 국민적 과업으로 강력하게 추진되었다하지만 발전을 거부하거나 발전 과정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던 사람들은 철저하게 소외되고 배척된 채 암담한 밑바닥 인생을 경험해야 했다. 1970년대를 온 몸으로 항거하며 시대에 반기를 제기했던 이도 존재했다서울 청계천의 평화시장에서 미싱사로 일하던 전태일은 열악한 근무 환경인권이 유린되는 공장 노동자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19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라는 외침을 남기고 분신자살을 택하였다.

     

    1970년대를 전태일의 시대와 민중의 시대로 단순히 이원적으로 분류한다면, 무엇보다도 당대의 생활상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후자가 아닐까. 현대인에게는 평범한 민초들의 삶보다는 전태일 열사의 삶이 더 존경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결국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소수의 영웅이 아닌 다수의 민중이기 때문이다.


     


    홍순태의 사진전의 미덕은 1960년과 1970년대를 온몸으로 살아내었던, 절대적 다수였지만 너무나 평범했기에 당대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민초들의 삶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1960년대 중반에서 1970년대 초반의 서울을 다루고 있는 이번 사진전에서는 고단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민초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약 100여점의 사진 속에 담긴 서울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격변의 역사와 세월의 흐름을 가늠케한다. 홍순태 작가는 서울 토박이로 알려져 있는 만큼, 서울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는 따스한 온기가 묻어난다. 특히 소위 달동네로 불리면서 1970년대 도시 재개발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되었던 청계천 둥지의 모습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지금은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청계천이 과거에는 6.25 피란민들의 피난처였다는 사실에 도달하게 되면 사진의 역사성에 놀라움마저 느껴진다.



    신문을 팔기위해 거리로 나선 할아버지, 뻥튀기 아저씨 앞에서 자리를 뜰 줄 모르고 삼삼오오 모여 귀를 막고 서 있는 어린이들, 판자촌 사이로 인생만큼 무거운 물 지게를 지고 걸어가는 아낙의 뒷모습, 서로 다른 조각으로 덧 대여진 채 아슬아슬하게 줄지어선 판자촌, 소쿠리를 머리에 이고 종종걸음을 재촉하는 아낙네들의 모습까지. 1960년 평범한 소시민들의 삶에는 희노애락이 숨쉬고 있다.


     


    “오늘도 서울을 걷는다” 란 제목을 단 이번 사진전은 홍순태 작가의 <서울의 찬가> 시리즈와 청계천 연작을 모아서 한자리에 소개하는 전시로 알려졌다. 서울 토박이로서 약 80년 가까이 서울에 살고 있는 작가라는 사실을 상기해본다면 전시회 제목이 더 인상 깊다. ‘오늘도’ 라는 대목에서는 오늘도 어김없이 서울 구석구석에서 피사체를 찾아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진작가의 모습이 연상된다.


     


    1960년의 진흙투성이였던 서울역은 환골탈태했고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던 아낙네들은 사라졌다. 1960년이 흘러 오늘 2013년에 이르렀듯이, 오늘의 2013년 역시 머지않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해 변화의 속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빨라졌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기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사진이 있기에, 또 사진작가들이 있기에 조금은 걱정을 덜어도 되지 않을까.


    위 글은 LIG 아트홀 컬처리포터 '김지현님의 글입니다. LIG 아트홀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