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 : VIEW/아티스트를 만나다

    아리스테_artiste 2014. 3. 6. 14:55

     

     

     

     

     

    인터뷰: ‘듀오도 트리오도 아닌 음악 어떤 것

    <LIG 문화재단 기획공연Ⅰ듀오 프로젝트>

    색소포니스트 손성제 & 피아니스트 배장은 & 드러머 송준영

    3.15() LIG아트홀•부산 / 3. 21() LIG아트홀•강남

     

     

     

    2014 2월 어느 금요일.

    인터뷰 사진 이상한 거 올려.. 조심해..”

    손성제씨가 포토그래퍼를 의식해 머리를 매만지는 배장은씨에게 귀띔합니다.

    "그럴 리가요~ LIG아트홀은 언제나 아티스트 편에서.. 선생님?? 제 말 안 들리세요?”

     

     

    LIG문화재단 주최, 2014 LIG아트홀의 첫 공연인 [듀오 프로젝트]의 아티스트들 중, 가장 먼저 손성제씨를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손성제씨와는 2009년 리더스폴로 처음 뵙고 오랜만의 인터뷰였는데요. 만나자마자 덕담(?)을 들어 즐겁게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색소포니스트 손성제씨, 피아니스트 배장은씨, 그리고 드러머 송준영씨, 안녕하세요.

     

     (왼쪽부터 드러머 송준영, 피아니스트 배장은, 색소포니스트 손성제)

     

     

    아리스테(이하 아): 세 분이 모이시게 된 계기는 역시 듀오 프로젝트때문인가요.

    배장은: , 셋이는 그렇고 손성제씨하고 저는 가끔 잼 하고 그래요. 손성제씨가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가고

    손성제: 그래도 여태까지 공연 중에 가장 리허설 많이 한 공연이에요.

     

     

    : 텍스트로만 만난 송준영씨를 드디어 뵙게 되네요, 준영씨는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나요?

    손성제: 송준영씨는 소문 듣고 알게 됐어요. 재즈 신이 그렇게 크진 않잖아요. 서로 대부분 잘 알거든요. 가끔씩 누가 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왔다더라 이런 소식은 듣는데 물론 요즘에는 하도 많아져서 누가 누군지 잘 모를 때도 있지만.. 근데 준영씨 같은 경우엔, 미국에 있는 친구인데도 한국에 미국에 그런 사람이 있다더라하고 소문이 들렸어요. (일동 오오~)

     

    ! 제 귀에. (웃음)

    아무래도 주변에 있는 버클리 출신들로부터 준영씨가 잘한다는 소문을 익히 들은 가운데, 귀국 소식이 들려와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죠.

      

     

    : 가히 듣던 대로였나요? 재야의 고수 같네요.

    손성제: 갓 유학하고 돌아온 일명칼 갈고 들어온 사람들은 그 포스가 있거든요. 잘 안 만나려고 해요. 몇 년 있다가 스스로를 좀 내려놓고 독기가 빠지면, 음악 할 준비가 되면 그때 보통 같이 하자고 하는데 준영씨 만나보니까 굉장히 겸손해요. 성격도 좋고.

    배장은: 축하해요. 하하하

     

     

    : 실력도 기대하는 바에 부응하는지.

    손성제: . 저는 남들이 잘한다고 하면 잘한다고 생각해요. (웃음)

    일단 악기 톤이 기본이잖아요. 악기 톤이 좋은 분 중 한 명이에요. 소리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아요. 드럼이 리드미컬한 악기라 리듬, 그루브를 주로 기본 바탕으로 하는데, 준영씨는 여기에 더해서 멜로딕하게 치는 부분이 색다르고 좋아요.

     

     

    : 이번 공연은 여백이 많고 공간감이 많은, 동양화 같은 공연이라고 소개하셨어요.

    배장은: 멜로디와 공간감을 통해 대화하는 공연이 될 것 같아요. 워낙에 손성제씨가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이고 항상 귀감이 되고 있는 뮤지션이고

    손성제: 훗훗

     

     

    배장은: 일단 이건 만남인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악기 특성상 화성을 많이 다루고, 손성제씨 경우는 멜로디, 준영씨는 리듬. 이런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대화하면서 또 다른 멜로디를 만들어 가는 작업인 것 같아요. 제가 멜로디적인 것을 연주할 때 화성적인 걸 연주하고, 화성적인 것을 연주할 때 어떨 땐 제가 리듬적인 걸 연주하고

    이런 대화 과정을 통해 공간과 시간을 함께 나누면서 대화를 하는 거죠. 거기에서 수평적인 걸 유지하면서 간다면, 여기 송준영씨 같은 경우는 다른 텍스처를 보여주는 거죠.

    듀오 프로젝트지만, 트리오적인 요소가 분명 있어요. 그때그때 만들어지는 음색을 연주하면서도 놀라울 때가 많아요. 이런 것들을 우리가 함께 만들어내고 있구나. 아주 구체적이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함께 연주하면서 느끼는 부분이 굉장히 커요. 관객 여러분들이 보시기에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공연에서 느끼실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저희들의 이야기를 느껴주시면, 즐겨주시면 되지 않을까.

      

     

    : 공연 주제가 딱 와 닿지는 않아요.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송준영: 제가 처음 제의받았을 때 들었던 바로는, 기존의 재즈 뮤지션이나 연주자들이 연주할 때 유지해가는 Form이라든지, Harmony라든지, Time이라든지 이런 틀에서 자유로워지자 하는 제안을 처음에 들었어요. 이 부분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거든요.

     

    배장은: 저희도 잘 알지는 못해요. 중요한 것은 손성제씨가 계속 이런 시도를 제안해 주는 거죠. 그 시도를 이제 끊임없이 함께 하고 있고. 매번 리허설마다 같은 적이 없어요.

    근데 그 매번 다른 연주의 가치가 있어요. 서로 더 잘 알게 되고, 우리가 같이하고자 하는 재료들에 익숙해지고, 그러면서 더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하면서 대화하는 Skill이 점점 생기는 것 같아요.

     

     

    : 오늘과 내일의 연주가 다르면, 부분 부분 어제보다 나아지는 점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잖아요. 연주자로서 그런 부분을 일일이 기억하려고 하는지, 그래도 그때의 느낌에 충실해지려고 하는지.

    손성제: 어제보다 못했다고 느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때그때 다를 뿐이지. 좋고 나쁘고의 차이는 아닌 것 같아요.

    저희가 카페에서 지금처럼 얘기를 하지만, 다음 주에 또 만나서 똑같은 얘기를 하는 건 아니거든요. 무슨 얘길 할지 몰라서 재미있는 거예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재미없을 순 없는 것 같고요.

     

     

    : 준영씨는 어떠셨어요?

    손성제: 듣던 대로.. 하하하하

    장은씨랑 저는 10년 동안 알아왔지만, 준영씨와는 처음이에요. 그래서 기대를 많이 했죠.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역시나 너무 잘 해주고 있어요.

    사실 저하고 준영씨하고 띠동갑이에요. 그래서 제 입장에선 살짝 걱정도 들어요. 늘 끄덕끄덕하고 있는데, 나이 차이가 조금 나다 보니까 얘기를 잘 못하는 부분이 있는 건 아닌지..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그런 부분을 솔직히 표현 못 하는 건 아닌지. 맞나요?

     

    송준영: 음악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어요. 매일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자아(ego)를 컨트롤 하는 거죠. 연주하다가 제가 원하는 방향성이 있고, 이와 다른 남의 방향성이 있을 때 이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는 결국 제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니까. 함께 연주하는 것 또한 하나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내가 이 방향에 한 표를 던져줄 것이냐(동의), 아니면 거부할 것이냐의 단순한 문제인데 (물론 때로는 침묵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아무튼 저는 이 판단을 잘하려고 노력하는 중 이에요. 손성제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대로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다른문제니까요. 모든 연주는 틀린 방향이 있기 보다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가능성이 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 손성제씨가듀오를 제안하셨을 때 어떤 기대나 생각으로 받아들이시게 됐는지?

    송준영: 저는 미국에 있을 때나 여행하면서나 듀오 연주를 많이 했어요. 그리고 소규모 연주를 많이 좋아하고, 즐겨 했죠. 왜냐하면 소규모일수록 연주의 가능성이 크거든요. 그래서 이 제의가 더욱 반가웠고요. 지금 많이 벅차 있습니다.

     

     

    : 선생님께선 이런 프로젝트를 LIG아트홀 공연 이외에도 생각하셨던 거네요?

    손성제: 네 근데 듀오로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하하하

    고민을 많이 했어요. 듀오라는 부분이 부담되는 부분도 있고. 근데 결국에는 굉장히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아요.

     

     

    : 계기가 있으셨나요?

    손성제: 어떤 명확한 한 계기는 아니고, 오래 음악을 하다 보니까 결론이 이런 쪽으로 오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가. 음악을 들을 때 어떤 요소들이 나를 흥분시키는가.

    제가 클래식을 전공했잖아요. 작곡을 하다 보면 화성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두 개 이상의 멜로디가 만났을 때 어느 한 지점을 자른 단면을 화성이라고 부르는 거거든요. 여러 가지 레이어가 있는 멜로디 있는 음악이 개인적으로 좋더라고요. 그리고 또 재즈를 공부하다 보니 재즈 히스토리가 클래식 히스토리와 굉장히 닮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히스토리 중에서도 나를 열광하게 했던, 클래식에서 재즈로 돌아서게 했던 음악들은 그런 음악들이었더라고요. 근데 지금은 그게 너무 없어져 버린 것 같아서. 다른 쪽으로 복잡하게 전개가 되어 가는 가운데, 내가 좋아해서 시작한 그 계기, 그 음악을 생각하면서 원하는 대로 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 일반 청중들이 듣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은지.

    손성제: 소프트한 재즈 음악도 했었고, 국악과 함께한 아방가르드한 작업도 있었고, 발라드 작업도 있고 여러 가지 있는데. 결국엔 언어가 다를 뿐이지 다 한 사람이 한 거거든요. 하고자 하는 말은 똑같은 것 같아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로 얘기하면 내용이 똑같을지라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거고. 배우면 똑같다는 거. 한국말만 알아듣는 사람은 한국말로 얘기하는 걸 좋아하고,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이것도 알아듣고. 근데 다행인 것은 이건 언어가 아니라 음악이거든요. 그렇게 이지적으로 분석하려고 하지 않아도 느끼려고 하면 누구나, 남녀노소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5살짜리 어린아이가 더 잘 알아들을 수도 있고요.

     

     

    : 공연은 어떤 식으로 구성되나요?

    배장은:듀오라는 컨셉 보다는 세 사람이 있는데 한 사람, 한 사람이 얘기하다가, 또 다른 사람이 얘기하다가, 셋이 함께 얘기하다가, 둘이 얘기하다가계속 말 걸고 답하고 이런 대화의 형식이 되지 않을까. 여기에 저희가 준비한 프로그램, 멘트들을 가지고 관객에게 전달하지 않을까 싶네요.

     

    손성제: 대화라는 게 셋이 동시에 얘기하기는 어렵잖아요? 한 명 얘기하고받아주고듣고 있다가 끼어들고또 들어주고. 그래서 딱 짜고 하지는 않으려고 하는데.. 또 스텝 입장에서는(웃음) 이런 식의 공연이 생활화가 되어 있는 건 아니라서, 기회를 만들어가는 게 저희의 몫이니까. 저희도 이번 기회로 기회를 조금씩 만들어 가려는 욕심이 있어요. 기회를 만들어 가는 게 저희의 몫이니까.

     

     

    : 대화(=연주)를 하시다 보면, 준영씨와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특별한 장점이 있나요? 준영씨의 드럼이 다른 드러머와 다른 차별점이 있다면?

    손성제: 드럼을 크게 치는 건 한계가 있어요. 그리고 많은 사람이 할 수 있고요. 그런데 작게, 한없이 작게 치는 건 아무나 못하거든요. 대부분 사람들이 피아니시모(Pianissimo)부터 포르티시모(Fortissimo)까지 할 수 있다면, 준영씨는 더욱 세분화되게 피아니시시시시모에서포르티시시시시모까지 더욱 넓은 레인지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중 하나에요.

    , 많이 치고 빨리 치는 건 누구나 잘해요. 목표니까. 그런데 그걸 깨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은데 이 두 분은 그 부분에서는 정말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에요.

     

    김연아 선수가 어제 은메달을 땄다고 두 분이 분개하시더라고요. 조수미씨가 핀란드 국제 콩쿨에 나가서 제일 잘 불렀는데, 1등이 중국인에게 갔대요. 알고 보니 그 해가 핀란드와 중국이 국교를 맺는 해였기 때문에 심사위원 대부분이 중국인이었고 1~3위 입상자도 중국인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조수미씨가 상심해서 4개월 동안 노래를 안 했대요. 그때 조수미씨 어머님 하신 말씀이언제 너에게 1등을 하라고 한 적이 있느냐, 음악은 아름다운 건데, 네가 1등 하려고 하는 순간 그건 음악이 아니다.”라고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바뀌었기 때문에 지금의 조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 마음에서 아름다운 퍼포먼스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근데 제가 그게 안 되네요. 잘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이..ㅎㅎㅎ 잘 안 따라와줘요.

     

     

     

    ※ 인터뷰 중 송준영씨는 윤종신 콘서트 연습이 있어서 아쉽지만 먼저 퇴장

     

     

    : , 이제 준영씨도 가셨으니, 다시 시작해볼까요? 하하하

    손성제: (송준영을 가리키며) 오자마자 바쁘세요. 잘 하는 사람은 오자마자 여기저기 불려다니잖아요. 그런데 요즘 친구들이 더 불리할 것 같다는 생각은 해요. 비슷비슷하게 해서는 절대 잘한다는 평을 받을 수 없거든요. 월등히 잘 하지 않으면. 다행이죠 우리는.

    배장은: 타이밍을 살짝 잘 맞춘..?

     

     손성제: 반대로 우리는 쌓이는 연륜이 있잖아요. 점점 나아지기 위해 사는 거니까. 이 친구들을 우리 10년 전과 비교하면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싶어요. 근데 우리가 잘 타고난 게 아니라, 이런 환경이 부럽기도 해요. 중학교 때부터, 초등학교 때부터 좋은 환경에서. ㅎㅎ 음악도 유투브에 깔렸고, 나 때는 케니지(Kenny G)가 재즈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일동 웃음)

    배장은: 그때 그때의 장, 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가는 것? 그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 배장은씨도 압박을 느끼세요?

    배장은: , 저 스스로 연습이 부족하고 연주가 부족하면 그건 제가 제일 잘 알거든요. 남의 시선 보다는 저 자신 스스로의 문제?

    손성제: 그런 얘기 있잖아요. “연습 하루를 안 하면 나 자신이 알고, 연습 이틀을 안 하면 평론가들이 알고, 3일을 안 하면 관객이 안다.”

    배장은: 그건 정말 속일 수 없는 것 같아요.

    손성제: 나 몇 년 안 했는데 어떡해(일동 야유)

     

    배장은: 저는 스스로 죽어라 연습을 하고 그런 것보다는 제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하나의 불씨라고 생각해요. 제 열정이 타오르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이 불씨가 활활 타오르고, 힘들고 아플 때는 불씨가 작아지잖아요. 그렇다고 불씨를 꺼버릴 수는 없으니까 나중에라도 불씨를 크게 키우기 위해서 평소에도 준비하는 것, 스스로 대비하고 관리하는 것? 좀 그런 편이에요.

     

     

    : 연륜이 높아지면서 후배들을 끌어 올려줘야 하는 위치가 되었어요.

    손성제: 편하게 살고 싶은데 (웃음)

     

    배장은: 손성제씨는 그런 면에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목표를 정하고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졌어요. 없는 걸 만들어내시거든요. 축복이죠.

    여러 음반 내셨지만, 들을 때마다 매번 다른 시도에 놀라거든요.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 자리를 잡고 활동을 해 나갈 수 있다면 그것도 저의 또 하나의 희망 사항이에요. 우리 트리오의 케미와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텍스처. 이게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사실 고정된 연주자와의 연주는 별로 안 좋아해요. 같은 곡을 가지고 있어도 어떤 사람이랑 연주하느냐에 따라 다른 세상을 볼 수 있거든요.

    (아니, 왜 세상은 넓은데 키스자렛 트리오(Keith Jarrett Trio)는 개리 피콕(Gary Peacock)과 잭 드조네트(Jack DeJohnette)이랑만 하느냐) 물론 그분들이 대단한 분들이긴 하지만, 저는 보다 많은 분들과 교감하고 싶어요. 이번 손성제씨와의 작업이 저에게 의미 있는 이유는 저도 음악을 오래 했는데 제가 몰랐던 부분들을 이끌어 내주시거든요. 구체적이건, 추상적이건 생각을 하고 나서 실제로 보여주시기 때문에 매번 놀라요.

     

    손성제: 입금은.. 계좌번호 알려주세요. (일동 웃음)

     

    제일 놀라는 건 저예요. 장은씨와 준영씨와 처음 연주를 맞춰보고 제가 한 말이우리 리허설 그만하자였어요. 너무나 느낌이 좋았고, 깜짝 놀랐거든요. 이 끝이 어디 인가, 이 사람들 안에 어마어마한 우주가 들어있구나 하는 느낌이었어요. 천문학자가 갤럭시를 발견한 느낌. 자화자찬처럼 들리는데 (웃음) 이거 잘하고, 못 하고의 문제는 아니에요. 할 때마다 자꾸 다르게 나오니까 계속 모이자고 하고. (웃음)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았는데우리 이렇게 이런 거 하자라고 얘기하고 싶진 않아요. 매일 다른 연주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엊그제 산에 다녀왔는데, 계단이 쭉 놓여 있는데 너무 싫더라고요. 쉬운 길일 순 있지만 똑같은 보폭으로 똑 같은 걸음으로. 그게 싫어요. 제가 그래요.

     

     

    : 손성제씨가 ‘ego’강박에 대한 이야기를 하셔서 놀랐어요. 저희가 본 선생님은 남들의 시선에 별 신경 안 쓰실 것 같았거든요.

    손성제: 놓으려고 하는데 평생 걸리지 않을까요? 다 놓으면 그게 대가죠.

     

     

     

    : 그래도 이번 공연 준비하시며 세 멤버 분이 서로의 듀오(?)에게 만족해하시는 느낌이 있네요.

    손성제: 배장은씨 팬분들이 오시면 굉장히 좋아하실 거예요. 너무 너무 좋아요.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사실 저희끼리 격려하거나, 위로하거나 이런 얘기 잘 안 하거든요. 오늘 처음이에요. 앞으로 이렇게만 갔으면 좋겠어요.

     

    배장은: 우리가 얘기하는 공간, 공기 안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포스가 있어요. 음악으로 그냥 얘기가 되는 거죠. ~, ‘이 느낌 아닌데?’, ‘이거 아닌 것 같은데할 때도 있어요. 그때도 말로 안하고 음악으로 하는 거죠. 분위기를 바꾼다거나, 끝낸다거나. 리허설 중에 한 마디도 안 하세요. 저는 선생님을 리더로서 존경하고 존중하기 때문에, 원하는 그림을 같이 그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물론 준영씨는 어떤지 모르겠어요. 아마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요..

     

     

    : “이 느낌 아닌데?”라고 느꼈던 에피소드라면?

    배장은: 준영씨와 처음 맞췄을 때 놀랐어요. 처음 맞춰 보니까 이게 뭐지?” 했죠. 근데 다음 날 다르고, 그 다음 날 또 다르더라고요. 초면에 인사만 하고 바로 맞춰보다 보니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친구도 대단한 게 사람 마음을 읽더라고요. 기본적인 부분도 정해놓지 않고 연주를 시작했는데 계속 맞춰가는 거죠. 제가 연주하고자 하는 방향에 와주더라고요. 계속 만나면 만날수록 마음을 열어가고 있구나 하는 게 느껴졌고. 그러면서 다시금 손성제씨의 이 모든걸 비롯한 계획들에 놀랐죠.

     

     

    : 지금 힐링캠프 녹화하는 거 같아요

    손성제: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저희 만나서 이런 얘기 하는 거 처음이에요. 하하하

    “이거 뭐야?”라고 표현했지만 늘 조화롭지 않은 시간, ‘불협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게 공연 때도 있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협상그래, 그래 OK”하고 명확히 맞아 떨어지면 그게 협상이 아니잖아요. 팽팽한 긴장감도 흐르고, 이쪽으로 치우치고 저쪽으로 치우치다가 극적으로 타결되는 그런 것들. 기적이나 마찬가지죠.”

    배장은: 맞아요. 저희는 연주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들을기적이라고 불러요.

    손성제: 이상하게 그게 너무 소중한 시간이더라고요. 그게 있어야 좋은 연주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거든요.

     

     

    : 준영씨가 아직 한참 어리고, 두 분에 비하면 경험도 적은데 젊은 친구에게 자극받는 부분이 있다면?

    배장은: 힘이요. 에너지.

    손성제: 오히려 이번듀오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준영씨가 경험이 더 많아요.

    배장은: 연주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텍스처가 나와요. 참 신기해요. 제가 연주하는 노트와 선생님 연주하시는 베이스 클라리넷과 아주 신기하게 맞아 떨어지는데 듣도 보도 못한 음인데 아주 듣기가 좋더라고요. 선생님 말씀처럼 저도 놀란 적이 많았어요.

    ~ 좋다 딱 좋다

     

     

    : 연습하면서 말없이도 대화한다고 하신 부분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배장은: 착각인지 모르겠지만너 뭐하냐라고 말 거시는 것 같기도 하고, “도와줘~”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손성제: 신뢰가 바탕이 되니까 뭘 해도 아름답게 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걱정은 없는 것 같아요.

     

    : 말씀들이 너무.. 훈훈해요. 좀 물어뜯고 그래야 인간미가 넘치는데..

    배장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저희 이런 얘기 해 본 적 없어요. LIG문화재단에 감사 드립니다. (웃음)

     

    : 평소 늘 함께 하시던 아티스트 분들이 이번 프로젝트 궁금해하시지 않으세요?

    손성제: , 크게 서로 관심 없는 편이에요. 얼마 전에 뒤풀이에서 여러 아티스트들이 모였는데, 이적씨가 기타를 가지고 와서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이내 사람들이 따라 부르고요. 다 아는 거예요. 장기하씨도 노래를 부르는데 막 따라 부르고요. 보통 잼 하러 가서 내 노래 한다고 하면, 악보 달라고 먼저 하는데.. 왜냐면 못 외웠거든요. 심지어 한 번 한 것도 기억을 못 하는데. 그래서 저 스스로도 반성을 많이 하면서 우리가 하는 행위가문화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장은: 가사가 있는 곡과 연주곡은 다르잖아요. 바하나 모짜르트나 이런 음악들 아니라면. 악보를 보느냐 안 보느냐에 따라 이게 팀이냐 아니냐를 얘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곡을 익히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헌신, 이게 필요하니까요.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다양한 사람들과 연주하는 것이 재미있지만, 제 노래 연주할 때 나만 악보 안 보고 하니까ㅠ 계속 하는데도, “악보 안 가져 왔는데이러고.

    손성제: 그래서 키스 자렛이… (일동 웃음)

    배장은: 그래서 악보 없이 연주하는 분들과 계속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편하니까.

    손성제: .. 그래서 나 안 부르는 거에요? (웃음)

    배장은: , 저도 악보 열심히 외울게요.

     

     

    : 훈훈하네요.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해주실 말씀 있으세요?

    손성제: 그냥 지금 이대로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 감사합니다. 공연에서 뵙겠습니다. 멋진 공연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