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 : VIEW/아티스트를 만나다

    아리스테_artiste 2014. 4. 9. 20:26



    안무가 임지애 인터뷰관습화된 몸 너머의 몸을 찾아서

     LIG 문화재단 기획공연 | LIG 아츠 플랫폼 2014

    <1분 안의 10년 - 트랜지션> - 임지애 (한국, 독일, 일본 공동 제작)

    4.11 (금) pm 8:00 ~ 4.12 (토) pm 5:00 LIG아트홀•부산

    벚꽃이 흐드러진 봄날, LIG 아츠 플랫폼 2014 작가로 선정된 안무가 임지애씨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부산을 찾았다임지애씨는 4 11-12일 LIG아트홀부산에서 있을 <1분 안의 10년 – 트랜지션공연 일정에 3월 말부터 LIG아트홀부산에 머물며 공연을 준비해가고 있었다. 3개국의 춤꾼들이 만나 통역을 해가며 작업하는 것이라 그런지 연습시간이 빡빡한 듯 해 보였는데도편안하고 차분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임지애씨에게 감사 드린다한국무용에서 현대무용으로그리고 지금은 아주 실험적인 작업으로 가고 있는 그녀의 이력이 일단 궁금했다.


    아리스테(이하 아): 한국무용 전공에서 현대무용으로 바꾼 것으로 알고 있어요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임지애(이하 임): 어릴 때부터 한국무용을 했고 대학에서도 전공했죠졸업하고 들어간 서울예술단에서도 한국무용을 했지만이 곳은 워낙 여러 가지를 접할 수 있는 단체라컨템포러리 뿐 아니라 뮤지컬뭐 버나도 돌리고 줄만 안 탔다 뿐이지 온갖 걸 접했죠그러다가 객원 안무가로 오신 안애순 선생님을 만나게 됐어요. 선생님은 컨템포러리에 우리 전통춤과 접목하는 작업을 계속 해오셨거든요안애순 무용단 <ONE>이라는 작품에 객원 무용수로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컨템포러리를 하게 되었고이후 서울예술단을 나와 안애순무용단에 들어가서 작업했고요그러니까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된 것 같아요.

    아: 그렇다면 서울예술단과 안애순무용단에서 어떤 작품들을 했나요?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임: 서울예술단 들어갔을 때가, IMF 터지고 무용수들이 대거 나갔을 때거든요. 그러면서 무용단 시스템이 많이 바뀌었죠. 이전에는 안무자가 단원들에게 춤을 주면 하루 종일 그거 받아서 연습하고 공연하는 시스템이었는데, 손인영 선생님이 오시면서 무용수들이 자발적으로 자기 씬의 움직임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야 되는 시스템이 되었어요.

    저도 대학 때 졸업작품 딱 하나 만들어보고 무용단 들어왔는데, 처음엔 혼란스러웠어요. 뭘 해야 할 지 몰라서.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시기에 많이 배웠어요. 원래 무용단에서 안무가와 무용수 간에 위계가 엄청나잖아요. 손인영 선생님 덕분에 안무가와 마주 앉아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걸 처음 해보게 됐죠.

    그러다가 <청산별곡> 때 안애순 선생님이 객원 안무가로 오시면서 창작을 한다는 걸 본격적으로 하게 된 거 같아요. 안무가의 순서를 받아서 하기도 하지만, 내 씬의 움직임을 내가 책임지고 만드는 거, 컨템포러리와 전통춤사위를 만나게 하는 거, 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작품을 볼 수 있게 된 거 등등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아: 손인영 선생님이 무용수도 창작의 일부로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주신 거라면, 안애순 선생님은 작가로서의 작업을 하게끔 환경을 만들어주신 거네요?

    임: 그렇죠.

    ​아: 뭐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특히 서울예술단이 이야기가 많을 거 같은데요.

    임: 음, 서울예술단. 저 짤렸어요. (일동 웃음)

    아: 우와, 이거 엄청난 에피소드네요?

    임: 사실 내부에서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들이 좀 있었는데 제가 관계를 잘 못 맺은 거죠. 결국은 권고사직 당했어요.

    아: 줄도 잘못 섰는데 외부작품까지 하신 거군요. 그 일이 꽤 마음에 상처가 됐겠어요.

    임: 네, 그랬죠. 하지만 이후 안애순무용단에 들어가서 새로운 창작 시스템에서 작업하니 좋았어요. 정서적으로도 다르고, 분위기도 자유롭고. 처음 솔로작품 안무도 해봤고요. 그런데 거기서도 결국 한계가 생기더라고요. 처음에는 한국무용과 접목한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 것도, 기대도 많았는데, 나중에 선생님 스타일에 변화가 생겨서 완전히 컨템포러리로 가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그 수준의 스트레칭을 나도 똑같이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움직임으로 꽉 찬 것들을 하다 보니 고갈된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아: 움직임의 독특성에 치중해서 동작 만드는 것에 시간을 다 쓰는 느낌?

    임: 네. 사유를 할 시간이 없었어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서울예술단 6년, 안애순무용단 6년의 세월을 정리하고 독일로 유학을 가게 된 거죠.

    아: 왜 독일로 가셨나요?

    임: 독일은 학비가 없어요. 그리고 이론과 실제가 반반씩 잘 조화된 학교들을 찾다 보니 Solo Dance Authorship에 가게 된 거구요. 2년 과정으로 안무가 교육을 받았죠.

    아: 참고 삼아 작년에 공연하신 <뉴 몬스터,New monster> 영상을 봤어요. 분절되면서, 갑작스런 움직임, 낮게 잡은 몸의 중심, 발을 질질 끌고 다니는 것, 느리게 응시하는 듯한 움직임, 에너지의 변화 등등이 스즈키 테크닉을 떠올리게 하던데 혹시 트레이닝을 그렇게 받으셨나요?

    임: 그게 뭐죠? 처음 들어보는 건데. 저는 트레이닝이라고는 한국무용밖에 못 받아봤어요. ^^;

    아: 아하. 스즈키 타다시의 연기 훈련법인데, 요즘엔 배우들이나 무용수들이 더러 외국 경험하면서 배우더라고요. 노나 가부키의 요소들을 현대화시킨 신체 훈련법인데, 임지애씨 움직임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다면 왜 그렇게 움직이는 거예요?

    임: 그 작품에서는 변형된 세계, 즉 내가 생각하는 모호한 신화적 세계를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래서 일단 2차원에서 3차원을 오가기 위해 움직임을 평면적으로 압축했다가 다시 입체화시키는 작업을 했고요, 사람도 동물도 성별도 모호한 캐릭터를 만들었죠. 그들의 움직임은 현실세계에서 보여지는, 가령 여기서 여기까지 팔을 들어올릴 때 보통 유기적인 선을 만들어내잖아요. 그런데 그걸 일부러 다 끊어내는 거죠. 유기적인 움직임을 분절화시키면서 그 사이사이에 무용수 개인의 몸에 있는 문화가 드러나게 되는 거구요. 그래서 다른 차원의 움직임이 보여지는 거죠.

    아: 듣고 보니 왜 그렇게 하셨는지 이해가 되네요. 그렇다면 이번 작품에서도 분절되고 평면적으로 움직이는 스타일이 유지되나요?

    임: 좀 나오긴 하는데 이번에는 달라요. 함부르크에서 했던 첫 번째 시리즈를 좀 말씀 드릴게요. 그때는 역사와 몸에 대해서 하려고 했어요. 가령 최승희 같은 인물을 상정해놓고, 나의 진술과 최승희의 진술을 섞어서 새로운, 하지만 예전에 있었을법한 가상의 인물을 만들었어요. 움직임의 분절들 속에 그 가상의 인물이 가질 수 있는 몸의 역사(여러 가지 춤의 경험들)를 넣었고요. 그런데 역사는 역시 거대담론이라 제 고민에 별 의미가 없더라고요. 이번 부산에서는 무용수 개인의 몸에 각인된 역사에 대해서 할거예요. 어떤 춤으로 훈련된, 기계적으로 움직임이 나오는 그런 몸에서 일탈해보려는 거죠.

    저는 한국무용으로, 세르지우 마티스(Sergiu Matis)(이하 세르지우)는 클래식 발레로 훈련되었고 그로부터의 일탈이 각자에게 어떤 춤의 가능성을 만들 수 있을까 궁금해요. 네지 피진(Pijin Neji)(이하 네지)은 부토를 하는데 부토 자체가 하나의 일탈에서 나왔기 때문에 조금 경우가 다르고요. 여튼 서로의 훈련된 몸에서 나와 상대방의 상태를 번갈아 가다 보면 새로운 몸이 되는 거죠. 1에서 10까지의 움직임들 사이에 갭을 만들어서 점점 움직임을 사라지게 하는 것으로 해볼 거예요. 또한 1분, 10분 이라는 정해진 시간 안에 도착지점을 상정해놓고 거기까지 가는 동안에 내 몸에 새겨진 기억들을 풀어가는 과정도 해볼 거구요. 

    “부토는 오노 가즈오와 히지카타 다쓰미에 의해 개발된 아방가르드 양식으로서, 패전에 대한 반성적 예술 운동으로 시작되었다. 노와 가부키같은 일본의 전통 춤 형식과 서양 춤의 고도의 육체적 통제 측면을 보여준다. 움직임의 절제는 부토의 일반적 특징이며, 시간은 서양적 기준에서 보면 아주 느리게 진행되는 수가 흔하다. 그러나 이미지들은 생동감이 있고 명시적이다. 무용수들의 몸은 인간이 아닌 다른 피조물이나 무생물체들의 모습을 띠기도 한다. 삶, 죽음, 변형은 부토의 기본 주제들이다.”


    아: 음악이나 무대미술 스타일은 어떨까요?

    임: 음악이 움직임을 조작하는 것이 싫어서 최소한의 환경만 조성하는 정도로 쓸 거구요, 무대 전체를 하얗게 감싸고, 바닥도 하얗게 할 거예요. 움직임 외의, 무용수의 정체성이나 그 밖의 정보를 최소화하고 싶어요.

    아: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가 어떻게 출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네요. 상당히 댄서로서의 고민에 초점을 맞추신 것 같아요.

    임: 왜냐면 제가 한국무용을 할 때 ‘꼭 어떻게 해야 한다’라는 무게가 싫었거든요. 선생님이 시키면 그 모양대로 해야 하는 건데, 왜 그렇게 춰야 하는지 설명을 들어본 적도, 한 번도 한국무용 자체에 대해서 질문한 적도 없고, 정해진 한국 무용 외에 뭐가 더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제대로 질문하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고, 그 질문을 작업으로 풀고 있는 거죠. 한국무용 자체는 나에게 최고의 춤이지만, 더 발전할 수 없게끔 하는 이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에요. 지금은 점점 비판 자체보다 놀이로 가고 있는 중이고요.

    아: 개념예술에 가까운 작업을 하시네요. 꽤 형이상학적인, 공중에 떠 있는 개념같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또 이런 작업을 계속 하다 보면 언젠간 땅으로 내려올 수도 있겠죠?

    임: 그런데 저는 내려오고 싶지 않아요. 계속 표류하고 싶어요. 어떤 것을 정의하는 순간 실체는 사라지잖아요. 내려오는 순간 작업을 할 수 없을 거 같고 표류하면서 발견해나가고 싶어요.

    아: 그렇다면 이 작품이 본인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일동 웃음)

    임: 음... 내 생각이 작품화되어 무대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의미를 만들어내고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그 과정이 좋아요.

    아: 이번 작품에 출연하는 댄서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임: 세르지우는 루마니아에서 발레를 했고 독일로 넘어와서 컨템포러리를 시작했어요. 저와 같은 학교를 졸업했고 독일 샤샤발츠 무용단의 객원 무용가로 활동했구요. 네지는 다이라쿠다칸이라는 부토무용단에서 활동했고, 저와 이번에 처음 작업해요. 아시다시피 부토는 굉장히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무용과는 달라서 신선한 면도 있어요. 반면, 세르지우와 저는 몸에 각인된 발레와 한국무용으로부터 일탈을 생각하는데, 네지에게는 부토가 그에게 ‘진실’이기 때문에 좀 입장이 다른 면이 있어요. 그걸 조정해가는 과정이에요.

    아: 세르지우와 임지애씨가 일탈을 위해 몸의 기억을 재활용한다면 부토를 하는 네지는 그렇지 않을 거 같은데 어떠세요?

    임: 아무래도 네지는 형식을 다루려는 우리 둘과는 다르죠. 네지에게 부토는 형식이 아니라 개념이나 사상에 가까운 거라서요.

    아: 그래도 산카이주크 무용단 같은 경우는 형식이 있는 부토를 하잖아요.

    임: 부토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니까요. 네지에게 부토는 어떤 형식이 아닌, 그냥 감정 사상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부토를 춤이라고 부르질 않더라고요. 개념 자체가 완전히 다른 거죠. 세르지우와 저는 발레나 한국무용과 같은 형식과 계속 충돌하는 작업을 하는데, 부토는 애초에 형식이 없으니까 네지가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네지가 혼란스럽지 않게, 수많은 다른 종류의 부토는 신경 쓰지 말고, 본인이 직접 경험한 ‘다이라쿠다칸’에서 했던 걸 하라고 하죠. 그래서 한번은 다이라쿠다칸에서 했던 워크숍을 갔는데, 춤을 출 줄 알았는데 달걀 세우기 같은 걸 하더라고요.

    아: 푸하하! 그래서 잘 세워졌나요?

    임: 네지는 잘 세워요. 휴대폰 위에도 막 세우고. (웃음) 삶은 달걀 말고 날달걀이어야 한대요. 삶은 달걀은 이미 죽었기 때문에 균형을 잡을 수가 없대요. 그런데 날달걀은 살아있고 계속해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균형을 잡아서 똑바로 세울 수 있대요. 날달걀을 잡으면 어떤 미세한 움직임, 흰자가 회전하는 게 느껴져요. 이 날달걀을 세우는 원리처럼 혈관, 근육 같은 몸의 아주 세세한 부분들의 균형을 잡는 걸 배울 수 있다는 의미에서 훈련을 하는 거래요. 작은 것들에서 점점 큰 것들로 확장해나가는 거죠.

    아: 앞으로의 활동방향이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임: 이 작업은 3년째 계속 해나가고 있거든요. 점점 전통이라는 걸 벗어나서 전통의 속성, 즉 ‘어떤 이슈 하나가 반복, 재현, 모방을 통해 관계 속에서 이어진다’라는 것만 남게 되는 거 같아요. 처음에는 내가 이 전통에 갇혀 있지 않고 어떻게 넘을 수 있을까 뭐 이런 고민이었다면, 요즘엔 그 속성을 가지고 노는 걸 해봐요. 가령 ‘아~’라는 소리를 서로 이어서 계속 해보는 거죠. 지속성은 가능할까? 어디서 멈춰지나? 어디서 변형되나? 이런 걸 보는 거죠.

    아: 그럼 그런 식으로 움직임도 그렇게 돌아가며 이어서 해볼 수 있겠네요? 와, 재미있겠다!

    임: 그렇죠. 한국무용, 발레, 부토도 반복, 재현, 모방이라는 방법을 가지고 계속 돌려보면 굉장히 새로운 움직임이 나오고, 그 지점들마다 무용수 개인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다 드러나는 거죠.

     

    아: 국내외를 오가며 활동하시는데 어떤가요?

    임: 작품 제작은 거의 독일에서 했고요. 공연하러 오면 올 때마다 굉장히 관객들의 수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다만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없어서 아쉬워요.

    아: 평론가들이 안 써주셨나 봐요?

    임: 안 써주시더라고요. (웃음). 평론가뿐 아니라 어느 분야의 관객이 오더라도 피드백을 받고 싶어요.

    아: 독일에서도 기금을 받고 활동하셨나요?

    임: 졸업하고 1년 됐어요. 그쪽에서 8개월 레지던시 했고, 이번에 기금도 받았고요.

    아: 이제 드디어 전장에 나오셨네요. (웃음) 그럼 생계는 어떻게 하세요?

    임: 학교 다니는 동안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부모님 도움을 받았어요. 과제가 너무 많아서 알바를 할 수도 없었고. 지금은 기금에서 생활비가 나오구요.

    아: 평소 트레이닝은 어떻게 하세요?

    임: 특별히 없어요. Automatic writing이나 Automatic speaking을 하는 정도? 그걸 통해서 움직임을 자동기술법처럼 하는 거예요. 가령 내가 보고 있는 사물들을 말하면서 그 사물의 속성을 움직임으로 추상화시키는 연습 같은 걸 할 수 있어요. 구글 번역기에 한국어와 영어를 계속 반복해서 번역하다 보면 나중에 정말 이상한 말이 나오거든요. 그런 걸 움직임 툴로 사용해서 계속 몸으로 번역하다 보면 한국무용도 뭐도 아닌 이상한 춤이 나오죠.

    아: 그럼 발레 클래스나 현대무용 클래스 혹은 한국무용 기본이라도 하면서 땀 쫙 빼면서 몸 풀고 하시지는 않고요?

    임: 안 해요. 전 그런 거 졸려요. 정말 오토매틱 방법 많이 하고, 즉흥 많이 하고, 스튜디오 가면 일단 많이 걷고 뛰고 명상하고 해요. 그러다 보면 움직임을 일으킬 수 있는 어떤 상태가 딱 와요. 가끔 살풀이 같은 걸 하긴 하는데 트레이닝 개념보다는 그냥 그립고 추고 싶어서 추는 거구요.

    아: 완전이 몸이 바뀌셨네요. 보통 전문무용수로 오래 활동한 사람들은 자기 트레이닝을 클래스에서 못하면 굉장히 불안해하잖아요. 마음수양을 엄청 하셨나 봐요.

    임: 아마 독일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했을 거예요. 한국에 있었다면 경쟁하기 때문에 그러기 힘들었을 거예요. 학교 자체도 피지컬씨어터나 미디어 하는 애들도 많고, 다양성을 존중해요. 이전을 넘어선 몸으로 다르게 트레이닝 할 수 있는 거죠.

    아: 일상사는 어떤가요?

    임: 이제까지는 학교생활로 쉴 틈 없이 바빴고요. 평소에 미디어에 관심이 많아서 이미지를 가지고 노는걸 좋아해요. 사진이나 영상을 찍고 편집도 해서 무언가를 꼭 만들어 내요. 여행을 가도 영상 같은 걸 남겨요. 제 SNS 계정에도 올라가 있어요. 전혀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들고 그냥 즐거워요.

    아: 최근의 문화적 경험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임: 영화 ‘만신’에서 다큐멘터리도 재현영화도 아닌 형식을 취한 점이 신선했고요. 최근 독일에서 탄츠 페스티벌 할 때 무대준비 시간이 충분치 않아 하다가 멈췄다가 다시 하다가 하는 공연을 봤어요. ‘이게 가능한가’ 싶어서 재미 있었어요.

    아: 역시 형식에 대한 관심이네요.

    아: LIG문화재단의 레지던시에 대한 소감은요? 부산에 대한 느낌도 궁금하네요.

    임: 부산은 음식이 맛있어요. 자연경관도 좋은데 작업 때문에 누릴 시간이 없네요. 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참 고급스러워요. 창작할 수 있게 모든 환경을 조성해주고, 특히 좋은 건 워크북을 제작해주는 거구요. LIG아트홀•부산이 꽤 이지적인 작업을 선보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고 들어서 관객들에 대한 기대도 많고요. 이번 작품을 관객들이 능동적으로 봐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냥 보여지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면서 봐주셨으면 좋겠고요. 일탈을 해 보려면 원형을 알아야 일탈인지도 알기 마련이잖아요. 독일에서는 한국 무용을 전혀 모르는 관객에게 선보인다는 게 참 힘들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번 부산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기대도 되네요.

    장시간 인터뷰를 하고 난 소감은, 정말 진지하고 열정적인 안무가를 만났구나 하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춤을 추면서 가졌던 고민을 쭉 앞으로 끌고 가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안무가 임지애. 이번 공연이 기대된다. 일정한 스타일에 갇혀 가끔은 갑갑하다는 생각이 드는 현대무용 전공자, 이것만 하다가 죽기에는 세상에 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드는 발레 전공자, 무릎에 물이 차도 선생님이 시키시니 해야지요, 하는 한국무용 전공자, 피지컬씨어터에 투신하고 싶지만 몸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그냥 몸을 던지는 배우, 조형성과 몸의 관계를 고민하는 미술관련 종사자, 그리고 춤 공연을 꽤 봤는데 그게 그거 더라며 심드렁한 자, 모두 모두 이번 공연을 놓치지 마시라. 탐구적인 자세로 자신의 습관화된 움직임 너머를 만나고 있는 그녀의 실험을 보면 뭔가 답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