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 : VIEW/아티스트를 만나다

    아리스테_artiste 2014. 6. 9. 17:46



    안무가 장수미 인터뷰즉흥어디까지 가봤니?


    LIG 문화재단 기획공연 | 아이의 아이 (I of eye)

    2014. 6. 14 () ~ 15 () 2PM LIG아트홀ㆍ강남

     


    즉흥 퍼포먼스 <아이의 아이, I of eye>를 준비하고 있는 안무가 장수미씨를 만나러 LIG아트홀•강남 연습실을 찾았다. 국내에서 활동을 많이 해온 아티스트가 아니라 그런지 안무가 장수미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됐다. 추리닝 차림으로 소탈하게 나타난 장수미씨는 아이 같은 인상과 맑은 목소리로 우리를 반갑게 맞아줬다.



    아리스테(이하 아):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분이라 어떤 활동을 해오셨는지 궁금해요.
    장수미(이하 장): 대학 졸업 논문을 피나 바우쉬(Pina Bausch)’에 대해 쓰게 되면서 탄츠테아터(Tanztheater)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대학 졸업하고 2년간 신시 뮤지컬 컴퍼니에 있었죠. 이후 대학원에 들어갔고, 2년을 프리랜서 뮤지컬 배우 겸 무용수로 활동했어요. 조박컴퍼니, 안신희, 안은미 무용단 등에서 무용수를 했었고요. 그러다가 2000년도, 제 나이 스물여덟에 독일에 갔어요. 탄츠테아터에 대해 더 배우고 싶었고, 가서 무용수와 안무자로 일하면서 살기 위해서요. 독일에 가서 폴크방(Folkwang) 대학 안무자 과정에 입학했죠. 학교 2년차 때 학교에서 단체로 오디션을 보러 가서 발탁되어 사샤 발츠(Sasha Waltz)무용단의 <노바디, noBody> 라는 작품에 출연했어요. 이후 2년간 유럽을 순회하면서 장기공연을 했어요. 사샤 발츠는 작품을 밖에서 보면서 연출을 하는 사람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무용수들에게 질문과 과제를 많이 주죠. 그래서 무용수 스스로 리서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그게 저에게 잘 맞았어요. 동료들한테서 배우는 게 엄청 많았고요.


    : 2년간 장기공연을 한 <nobody>, 어떤 작품인가요?

    : 샤샤발츠의 <> 3부작은 <Körper(육체)>, <S>, <noBody>로 구성돼요. <Körper>는 육체성 자체에 대한 것, <S>는 섹스, 즉 관능성에 대한 것, <noBody>는 정신적인 것에 대한 것이에요. <noBody> 에는 동양 무용수들이 많이 참여했어요. 아무래도 동양 무용수들이 차분하고 집중력 있는 느낌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그들이 기대하는 건, 이런 거죠. ‘이건 컵이고 이건 물이야라는 걸 재현하는 게 아니라, ‘, 이건 바다야라고 표현한다는 거죠.

    : 그럼 샤샤발츠 무용단 활동 이후 쭉 프리랜서로 활동하신 건가요?

    : 아니요. 계속 단체에 소속되어 임금을 받는 무용수로 5년 간 일했었어요. 2004년에 스위스 세인트 갈렌 주립 무용단에 입단해 2년 댄서로 있었고요, 2006년 독일 남부 프라이부르크 시의 시립극장 소속 댄스컬렉티브의 일원으로 3년간 일했어요. 여러 예술매체의 작가들 11명으로 구성되어있는 컬렉티브였는데 작품을 많이 배출해서 많은 사람이 보게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여러 가지 형태의 작업을 했어요. 들고 다니는 극장, 다른 매체와의 공동작업, 3일만에 작품 만들어 올리기, 대규모 작품 등등 댄서와 안무가로서 다양한 작업을 해봤어요.


    : 그럼 계속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기에 맞게 작업을 해오신 거네요. 

    : 그렇죠. 운이 좋았던 거죠. 사실 프리랜서로 있으면서 오디션을 계속 보러 다닌다는 게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들거든요. 물론 세인트 갈렌 입단할 때 무용수로 있을 게 아니라 좀 더 창조적인 작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어요. 세인트 갈렌의 안무자인 필립 에글리는 몸의 무게를 이용하여 움직임을 만드는 작업을 많이 해요. 몸을 마치 구조물과 같이 생각하고 공간적 원리를 적용하는 테크닉이죠. 막상 겪어 보니 제가 이런 걸 좋아하더라고요. 처음엔 피나 바우쉬가 좋아서 독일로 온 건데 탄츠테아터보다는 몸 자체에 대한 테크닉적, 공간적 탐구로 제 관심사가 옮겨진 것이 재밌죠. 무게, , 공간 인식을 많이 이용하는 사샤 발츠와의 작업이 아무래도 그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지금 저는 에 관심이 많아요. 몸이 작업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보일 수 있는지. 몸은 형태이자 정신이고, 이런 게 작품에 필요한 언어로 어떻게 발전되는지, 몸의 의미가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춤의 범위도 넓어지고 할 수 있는 게 많아지거든요.

    : ... 신시 뮤지컬 컴퍼니로부터 지금의 피지컬리티까지, 어찌 보면 신기한 이력이네요. 보통 하나의 씬에 몸 담으면 다른 곳으로 가기가 어렵잖아요. 독일에 가셔서 관심 범위가 많이 넓어지신 거네요.
    :
    . 그렇죠.



    : LIG문화재단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 3년전부터 종종 한국에 들어 오기 시작했어요. 독일생활 10년 지나니까 한국에서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왕이면 극장이 제작하는 곳을 찾고 싶었는데, 작년 SPAF <필리아(Philia)> 공연 시, 우연히 LIG문화재단을 알게 되었고, 그를 계기로 지원하게 되었어요.

    : 이번에 함께 공연할 첼리스트 이옥경씨와의 인연도 궁금해요.
    : 제가 제레미 웨이드라는 안무가의 어시스트를 했었는데 그 친구가 이옥경씨에 대해 이야기 하더군요. 그 친구 추천으로 연락해보게 되었고 만나보고 얘기 나누면서 작업을 같이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 이번에 하게 되었네요.

    : 즉흥이라는 건 흩어지는 거라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논하기가 힘든 면이 있잖아요. 즉흥공연에 대한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어요.
    : 즉흥은 아무래도 갖춰진 작품을 본다라는 것과는 다르죠. 이번 작품의 목적은 소리와 움직임 같은 즉흥의 요소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각 요소들의 반경을 넓히고 시간에 의해 어떤 변화를 가질 수 있는지 실험해보는 거예요. 내 몸의 범위는 내 몸뚱이 안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소재들과 만나지는 몸으로서, 상당히 넓어요. 요리, 의상, 인터뷰, 사운드, 움직임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면서 또 몸으로서 공존할 수 있는지, 관객들은 또 얼마나 개별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 즉 내가 보고 싶은 걸 찾아서 볼 수 있는지. 이런 즉흥공연이 관객의 감상 경험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고 있죠. ‘작품이 무엇을 준다라고 생각하고 보시기 보단,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작품의 일부가 된다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한계라면 즉흥공연은 연습을 할 수 없다는 거예요.


    : 그럼 요즘 연습을 어떻게 하세요?

    : 그래도 매일 연습은 해요. 왜냐면 프로젝트의 성격상, 출연자들 간의 의견 교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지요. 제 경우에는 몸을 계속 움직여야 할 필요도 있고요.

    : 이번 작품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가요?
    : 그렇게 얘기하긴 어렵고요. 그보다는 이 작품의 목적은 개인의 관점을 갖자라는 거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 그럼 예술 감상의 지평을 넓혀보자, 뭐 그런 건가요?
    : 네 그렇죠. 일상에서 경험한 어떤 감수성을 작품화해서 주제를 드러내고 하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여기에서 즉흥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건으로서의 움직임, 소리, 언어, 텍스타일, 냄새 등에 대해 완전하게 열린 상태로 인지해보자(perceive)는 거예요.


    : 예전에도 즉흥을 이렇게 공연화해서 해본 적은 있으신가요? 

    : . 혼자서 3시간까지 공연해봤어요. 그때는 물론 극장이 아닌 일상 공간에서 관객이 이동하면서 보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저에게만 오롯이 3시간이었지, 관객에게는 아니었을 수 있죠. 이번에 극장에서 5시간 공연을 하게 된 건, 아무래도 관점의 변화는 시간의 지속성 안에서 가능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3시간 할 때 재미있었거든요. 1시간 정도는 툴에 의해서 가지만, 그 이후에는 뚜껑이 열리더라고요. 저도 뭘 하는지 모르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는, 정말 즉흥인, 그런 무의식적인 행위가 막 나와요. 이걸 관객과 함께 경험한다면, 정말 재미있겠죠? (웃음)


    : 그런데 국내에도 즉흥춤 페스티벌이 있고 즉흥공연이 꽤 있지만, 말씀하신 대로 툴에 의해서 선보이다 끝난다는 느낌도 들어요. 그래서 당연히 댄서들도, 관객들도 그 뚜껑 열리는 상태까지 가 본 경험이 없을 거 같고, 이 공연이 꽤 낯설게 다가갈 거 같은데.
    : 보통 즉흥을 할 때 저는 음악에 한계 지어진 몸이 되지 않으려고 음악 없이 해요. 몸을 인지하면서 하죠. 하지만 제가 제 몸을 인지하면서 즉흥을 하는 것 자체도 일종의 툴이거든요. 그래서 지속성을 갖고 그 툴을 넘어가서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 것을 해보고 싶은 거죠.


    : 국내에는 즉흥춤만으로 공연하는 사람이 드물어서 이 작업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 즉흥만을 하는 임프로바이져(improviser)’가 있어요. 춤 추는 사람들이 모두 즉흥을 한다 하지만 그건 하나의 방법일 뿐이죠. 오랜 시간에 걸쳐 작품을 만들어가는 안무가들과는 달리, 임프로바이져는 즉흥을 하면서 작품을 만들어 가요. 공연하는 방식, 돈 버는 방법, 살아가는 양상 등이 다르다고 볼 수 있죠.



    이때 장수미씨는 본인의 즉흥공연 영상을 보여주었다.

    아니 저것이 즉흥이라니! 저렇게 복잡하고 빠른 움직임도 즉흥으로 되는 것인가.

    보통 임프로바이져들은 30-40분을 한 세션으로 즉흥을 진행한다고 한다.


    : 하지만 5시간은 공연자나 관객에게 꽤 힘들 수 있을 거 같아요.
    : 관객들도 얘기를 나누고, 음악도 듣고, 춤도 보고, 요리도 먹고, 의상피팅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에요. 관객들도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에 객석과 무대의 구분도 없어지죠. 5시간 즉흥공연은 이번에 처음 하는 것이라 어떨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요. (웃음)


    : 이번 공연은 즉흥이 예술작업에 기여하는 바에 맞게 기획하신 거네요. 즉흥은 내가 하던 걸 넘어가기 위해 해보는 거잖아요. 본인에게도, 관객에게도 해보지 않은 걸 해봄으로써 다른 상태로 넘어가고자 하는 것이요.
    :
    작품 제목 <아이의 아이, I of eye>는 말하자면 눈의 자아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내가 보는 것들, 내가 중심이 되어서 보는 것들.

    : 그러니까 관객도 내가 보고 싶을 것을 보고, 공연자도 내가 보고 싶은 대로 할 수도 있고 가만히 있을 수도 있고, 그런 거네요?

    : 그렇죠. 그것을 통해 지금, 여기에 있는 모두가 각자 자신이 보고 듣고 만지는 것들 속으로 점점 더 깊게 들어가는 거죠.

    : 이번 공연처럼 다원예술 공연을 지향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 저는 감각적인 걸 좋아해서 다른 매체를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게 좋아요.


    : 하지만 다른 예술매체를 만날 때 힘든 점이 많을 거 같은데요.
    :
    갈등을 통해서 내가 깨지는 것이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결과에 대해 크게 연연하지 않죠. 초연 전까지 제가 계속 깨지는 것이 공동작업의 목표예요. 그러기 위해선 입맛과 수준이 맞는 동료를 찾아야 하죠



    : 이번 작품이 본인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제게 있어 지금은 프리랜서 안무가로서 제 작업을 다져야 하는 시기에요. 지금 질러야 되는 상황인거죠. (웃음)

     
    : 댄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독립적인 예술가로 말이죠?
    : . 저는 춤은 계속 출 거예요. 그런데 어떤 스타일을 가질 것인가 그걸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죠. 즉흥 역시 그걸 고민하는 과정 중 하나예요.

    : 프리랜서 안무가로 살기 위한 노력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젊은 춤꾼들에게 도움이 될 말씀 부탁 드려요.
    : 글쎄요. 저도 지칠 때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해요. 갖춰져야만 한다라는 생각에 덜 매이는 것, 내 관심사에 대해 열심히 질문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을 작게 작게라도 계속 내놓는 것, 사회생활에서 공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어떻게 잘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구요. 리서치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죠. 레지던스도 도움이 되어요. 잘 살고 편하게 사는 것에 대한 남들과는 다른 나름의 잣대를 가지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중점적인 것 외에는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구요. 그런 거 포기해도 아무렇지가 않으니까 It's O.K.


    : 최근 문화적인 경험 중 기억에 남는 게 있으면 이야기해 주세요.
    : 저는 전시를 많이 보는 편인데요, 작년에 퐁피두에서 본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의 영상작업이 기억에 남네요. 이미지가 굉장히 강한데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작은 스토리텔링들은 굉장히 환상적, 감각적이었어요. 서로 다른 이미지들이 지속성에 의해 연결되고 변화되는 연결고리들이 흥미로웠죠. 올해 LIG문화재단 협력 아티스트로서 하반기에 선보일 *<튜닝, Tuning>이 남성 록스타의 움직임을 다루는 것이라, 팝문화와 젠더가 드러나는 건데요, 비슷한 관심사에요. 저는 현상, 상태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아요

    *장수미: 튜닝(Tuning)

    남성 록스타들의 제스쳐와 에너지를 동료 안무가 허성임과 함께 여성의 몸으로 표현하는 작품.

    올해 11월 말, LIG아트홀•강남, 12월 초 LIG아트홀•부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 앞으로의 활동계획은요?
    : 7월 중순까지 LIG아트홀부산에서 하반기 공연, <튜닝> 준비를 위해 레지던스로 있을 예정이고요, 9월에는 자연과 인공의 소리를 녹음해서 리서칭하는 작업을 계획 중에 있어요. 이것은 내년에 공연화 하려고요



    인터뷰가 끝나고 장수미씨가 잠시 선보인김밥말기 랩때문에 일행들은 한참 웃었다. 장수미씨는 보이스 임프로비제이션까지도 자신의 즉흥 범주로 생각하는 듯 했다. 그 때문인지 이번 공연에서 그녀가 보여줄 몸의 범위가 굉장히 넓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어느 장소에서 즉흥 공연을 하는 것을 더러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5시간 동안의 즉흥을 본 사람이 있을까? 게다가 몸이 존재하는 다양한 상태를 보여주는, 춤 너머의 즉흥춤 공연을 본 사람이 있을까? 평소 즉흥춤과 즉흥연주, 즉흥극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대인배의 즉흥공연을 보러 가자. 즉흥이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다 줄지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