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STAGE/관객의 시선

    아리스테_artiste 2014. 6. 11. 16:04



    지금재즈는....

    이상민 그룹: Seoul-New York Junction (feat. 케이시 벤자민)

    2014년 5월 30일(금) 8pm / LIG아트홀ㆍ강남


     



    이상민 그룹의 <Seoul-New York Junction> 공연이 있기 한 달여 전에아주 우연히 이상민 씨를 스치듯 만났다그에게서 5 30일 무대를 본인도 기대하고 있다는솔직한 설렘을 들었다함께하는 멤버로 케이시 벤자민(Casey Benjamin)을 자랑하는 순간창피하게도 나는 그가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살짝 답답한 표정으로 이상민 씨가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라는 이름을 말하는 순간무릎을 쳤다.재즈가 왜 계속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는지 새삼 깨닫게 해 준 <Black Radio> 연작에서 가장 기억 남는 순간마다 신비로운 보코더 연주를 들려준 바로 그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같은 의미에서 2014년 재즈가 어떤 역사를 거친 음악인지 잘 아는 친구가 기존 재즈의 어법 밖에서 재즈를 만들어내기에 내내 즐거웠던 크리스 보워스(Kris Bowers)의 <Heroes + Misfits>도 떠올랐다슬그머니 번뜩이기에 더 감질나게 빛나던 이 앨범에서도 케이시는 특유의 보코더와 색소폰 소리를 제공하고 있다.



     

    색소폰&보코더 케이시 벤자민(Casey Benjamin) 피아노&키보드 레오 지노베즈(Leo Genovese)




    힙합과 네오-소울일렉트로니카를 아무렇지 않게 흡수하고해당 장르의 어법을 묘하게 비틀며재즈의 역사성을 아무렇지 않게 주입하고 있는 미국 재즈의 젊은 시도들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케이시의 존재만으로도 공연 시작 전부터 설렜다비슷한 의미에서 공연 전부터 이미 두근대게 만들었던 인물이 또 있었다키보디스트 레오 지노베즈(Leo Genovese)의 존재였다그 역시네오-소울과 월드비트를 꿀꺽 삼킨 재즈를 들려준 에스페란자 스팰딩(Esperanza Spalding)의 오른팔격인 사운드 조력자가 아닌가. <I Remember> 이후 12년 만에 최고의 성과를 들려준 다이앤느 리브스(Dianne Reeves)의 <Beautiful Life>에서도 특유의 청량한 키보드 사운드를 더해줬던 그다. <Evolution>에서 들려준 현대 재즈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이상민의 감각을 기억하고 있기에케이시와 레오이상민이라는 이름만 놓고도이번 공연은 이미 기대치가 우주로 향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며칠간의 밤샘 작업으로 녹초가 된 상태에서 자리에 앉았다그래서였을까공연 시작은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었다첫 곡<New Bridge>에서 케이시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말이다보코더와 알토 색소폰이 이런 몽환적이면서도 눈과 귀를 돌릴 수 없게 만들 것이라 누가 생각할 수 있었을까그렇다첫 곡이 채 끝나기 전에피로하던 몸은 이미 예민하게 소리 하나하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로 바뀌었다이상민의 드러밍은 이상민 그룹이라는 이름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진정한 리더의 모습이었다리듬만 다잡는 것이 아니라리듬을 바탕으로 사운드를 밀고 당기는 존재였다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베이시스트 루벤 케이너(Reuben Cainer)의 존재 덕분이었다. <Hope>를 기점으로 이상민의 드럼이 밴드 안팎으로 더 날아다니고레오가 키보드와 피아노를 오가며 자기 소리 만들기에 더 매진하고케이시가 보코더로 끌어올린 감정을 색소폰으로 폭발(!)시키며 관객들을 몰아붙일 때루벤은 흔들리지 않았다그는 마치 메트로놈이라도 몸에 장착한 양정확한 타이밍의 그루브를 밴드의 연주에 쩍쩍 달라붙게 쏟아냈다.




     기타 랜디 런얀(Randy Runyon) 베이스 루벤 케이너(Reuben Cainer)



    루벤이 기술적으로 놀라운 발견이었다면기타리스트 랜디 런얀(Randy Runyon)는 그와 다른 차원의 발견이었다그는 절대 재즈 기타리스트가 아니었다공간계 이펙터를 주로 사용하며벤딩과 아밍을 애용하는 그는 록에 최적화 된 연주자임에 틀림없었다흥미롭게도 그는 공간계 이펙터를 앰프의 리턴 라인으로 연결하지 않았다공간계 이펙터를 기타와 앰프 사이에 직접 연결시킨 그의 시도는 그래서 기타 소리를 전면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막았다과시적인 연주자라면 피할 조합이다대신 뒤에서부터 묵직함이 몰려오는 소리를 만들어냈다베이스가 드럼과 대구를 맞추며서로를 밀고 끌고 있다면그의 기타는 케이시의 보코더와 묘한 대구를 만들고 있었다블루지한 솔로를 풀어내는<Montes>에서의 격정적인 기타 솔로는 랜디가 의도한 사운드 스케이프가 무엇인지 전면에 드러내는 순간이었다깊은 벤딩으로 한음 반두음까지 끌어올리고 내리는데도 귀를 찌르는 소리의 향연이 아니라몽환적인 느낌이 더 커졌다케이시의 보코더가 절정으로 갈수록 우주를 유영하는 것만 같은 소리로 향해 갔던 것과 정확히 마주보는 소리였다바로 그 순간을 위해 그는 별난 순서로 이펙터를 연결하고다른 손버릇으로 재즈를 대했던 것이다.




     드럼 이상민


     

    이 화려하고 개성 있는 아티스트를 하나로 몰아가는 이상민의 드럼은 과거 긱스 시절에도 좋았지만이제 확연히 급이 다른 연주자의 경지에 다다랐다가끔정말 아주 가끔여러 아티스트가 오르는 무대에서 다른 연주자와 달리 드럼만은 스네어와 심벌 한두 장 빼고 같은 드럼 세트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그 와중에엇비슷한 드럼 소리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드럼 세트가 바뀐 것 같은 소리를 듣는 경우가 있다연주 기교의 문제가 아니라기본적인 터치부터 급이 다른 드러머가 무대에 오른 것이다이상민의 드러밍이 딱 그러했다변박과 생각지 못했던 리듬 만들기는 뉴욕과 보스턴의 다양한 경험에서 얻을 수 있다그러나 그가 만드는 소리 자체는 누군가와의 협연의 결과가 아니라온전히 이상민 개인이 드럼이라는 악기와 우직하게 씨름하며 갖은 시도를 한 끝에 나온 소리다귀가 호강한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연주력의 멤버들환상적인 영상과 조명의 조화모두 좋았다하지만가장 좋았던 것은 기초부터 자기 세계를 쌓고 있는 이상민의 드럼이 만드는 소리였다.

     

    ECM에 이어, ACT 레이블의 전성기 속에서 나는 일부에선 상업적이 되었다는 Blue Note의 최근 흐름을 정말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다재즈는 리듬의 음악이다리듬에 의지하기에 같은 틀을 가진 곡도 매번 다른 모습으로 담아낼 수 있다그 즉흥의 기운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Blue Note의 젊은 피들이 떠오르고또 부럽지 않았던 공연이었다그래서 더욱 앨범이라는 기록물로 반드시 갈무리되길 바라는 공연이었다.








    위 글은 LIG 아트홀 컬처리포터 '조일동'님의 글입니다.

    LIG 아트홀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


     

    좋은 글 잘보고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