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 : VIEW/아티스트를 만나다

    아리스테_artiste 2014. 7. 10. 11:31

    안무가 김재덕 인터뷰전문무용단으로서의 도약을 꿈꾼다

    LIG문화재단 기획공연 | 안무가 김재덕 <웃음>

    2014.7.17() - 19() / LIG아트홀ㆍ강남

    2014.7.26() / LIG아트홀ㆍ부산 (평일 8PM / 주말 5PM)

     

     

    김재덕은 2008 <다크니스 품바>이후 <어웨이크>, <>, <심청 가이즈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무용계와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아왔다전통적인 소재들을 선택하지만 세련되고 감각적인 연출 스타일을 유지하고음악을 직접 작곡하며무용수들이 노래와 춤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콘서트 같이 열광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등 기존 안무가들과는 여러모로 다른 방식의 작품을 보여주었다그런 만큼 안무가로서는 드물게 두터운 일반관객 팬층이 있다. 7월이 시작된 날 저녁, LIG아트홀ㆍ강남에서 2014 LIG문화재단 협력 아티스트로 선정되어 신작 <웃음>을 준비하고 있는 안무가 김재덕을 만나보았다과연 이번에는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 궁금했다.


     안무가 김재덕

     

    아리스테(이하 아): 반갑습니다사진으로 봤을 때와는 인상이 많이 다르시네요강한 인상으로 보였는데 개구쟁이 같은 이미지에요.

    김재덕(이하 김): 하하그렇죠실은 많이 어려 보이는 인상이라 일부러 콧수염을 기른 것도 있어요.


    : 늦은 시간에도 인터뷰 하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무용단 연습시간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라저녁 시간으로 잡을 수밖에 없었어요.


    : 연습을 굉장히 길게 하시는 편이네요?

    : 따지고 보면 그렇지는 않아요.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각 단원들이 각자 주력하는 부분즉 복근요가발레컨템퍼러리 등 위주의 클래스를 각각 돌아가면서 하구요중간에 밥 먹고 하면 하루 네 시간 정도 연습하는 거죠.


    : 단원들의 배경과 재능 등 다양한 부분이 무용단 클래스를 정리해나가는 데에 도움이 되겠어요보통 같은 학교 출신들이 모여 있을 경우 트레이닝 방법이 비슷하잖아요.

    : 단원들 재능이 다양하죠그런데 저희는 세종대 출신 한 명 빼고는 다 한예종 출신이에요저도 한예종에서 예술사와 전문사를 했어요.성균관대 무용과 박사 과정은 수료까지만 했구요.


    : 아하그렇군요그런데 박사 학위는 마무리하지 않으셨나요?

    : 논문 쓰기 너무 힘들어서요나름대로 박사 과정 시기에 철학 수업도 엄청 열심히 듣고 막판에는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그런데 공부를 해보니까 제대로 논문 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겠더라구요무용단 활동도 해야 하니 역량이 안됐던 거죠.


    : 철학에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어느 철학자 좋아하세요?

    : 비트겐슈타인이요. 언어 철학을 좋아해요이런 공부를 통해서 논리를 통한 윤리의 추구느낌의 가치를 생각했어요논리 언어와 춤 언어가 딱 대응되는 것이 아니라서 안무 자체에 영향을 크게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여자 친구와의 말다툼부터 작업과정까지 일상적 영향을 크게 주더라구요사고는 언어잖아요이런 공부가 저를 안정되게 해주고요무용수들과의 대화에서도 그래요합리적인 의사소통을 시도하다 보면 솔직할 수 있고서로 양보하다 보면 포기할 수 있는 부분도 생기구요.


    : 정말 의외인데요예전에 김재덕씨 작품 중 남자무용수들이 객석까지 뛰어나와서 노래 부르면서 춤추고 하는 걸 봤거든요상당히 역동적이고 감각적이어서 상업적인 방향으로 더 주력하면 크게 성공하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그 작품과 지금 말씀하신 것들은 퍽 다르게 느껴지는데요그러니까 철학 공부가 작품보다는 삶의 태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겠네요?

    : 그렇죠사실 저는 그런 작품에서 상업성이나 대중성을 생각하지 않고그저 작곡하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던 거예요. ‘디오니소스’ 그 자체였죠예전에 인도네시아 공연을 갔다가 알게 된 싱가포르 현대무용단(T.H.E) 디렉터 퀵 쉬 분과 몇 년째 같이 작업하고 있는데협업이 거듭될수록 습관적으로 나왔던 동작이나 구성은 다 나왔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바닥이 드러나는 느낌이죠변화가 필요했어요그럴 즈음 논리철학도 공부하게 되었어요말이라는 것이 계속 오고 가려면 이유가 필요하듯이 춤에서도 어떤 개연성을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춤 자체에 보편성을 갖추기 위해 수화 같은 움직임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어요춤 동작이 아닌 표정과 느낌만으로도 누구나 느낄 만한 것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실험이었죠싱가포르 현대무용단(T.H.E) 디렉터 퀵 쉬 분은 서로 섬세하게 소통하면서 작업과정에서 개연성을 만들어나가도록 도움을 많이 주었구요.

    싱가폴 작업이 5년째 이어지니까 무용단을 만들고 싶더라구요예전엔 프로젝트로만 작업했거든요일단 연습실을 구하러 다녔고운 좋게 방배동에 연습실을 마련했어요그리고 올해 초 무용단을 만들었구요.

    무용실 만드는 데 필요한 자금은 거의 <다크니스 품바>와 <>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모았어요한 번 공연에 2천만원을 번 적도 있을 정도로 흥행이 됐었죠그렇게 모은 돈으로 연습실부터 만들자라는 생각이 들었죠.

     

     방배동에 위치한 모던테이블 연습실.

    (관련 소식은 https://www.facebook.com/moderntable2013에서 받아볼 수 있다.)

     

    : 우와무용 공연으로 그렇게 표를 팔기가 힘든데 말이죠연령에 비해 대단한 상업적 성공을 거두셨네요그렇다면 LIG문화재단 협력 아티스트에는 어떻게 지원하게 되었나요? LIG문화재단 선정 예술가는 소극장 실험 작업을 하는 안무가들이 많았는데 말이죠.

    : LIG문화재단 협력 아티스트에 지원하게 된 것은 앙상블 컴퍼니를 만들어서 입지를 다져보려는 이유였어요저 자신의 창작보다는 컴퍼니에 적합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였죠너무 감사한 기회에요.

     

    : 무용단 구성원들 소개 간단하게 부탁 드려요.

    : 한태준은 테크니컬하고 표현성이 뛰어나요장지호는 습득력이 빠르고 무한한 재능이 숨어있는 친구예요술도 좋아하구요이정인은 발레전공이었는데현대무용을 하고 있고 수상경력으로 군대를 면제받았죠야외공연에 관심이 많구요김래혁은 정직하고 바르고 부지런하고 차분한데요가 강사 자격증을 가진 친구예요최정식은 몸의 힘이 좋고 바디 컨택을 좋아하죠장기적으로는 다들 안무를 할 수 있는 단원들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저희는 남성무용단이라 앞으로도 남성무용수를 뽑을 거구요여자무용수는 경우에 따라 객원으로 쓸 것 같구요.


    모던테이블 안무단원들의 <웃음연습 장면

     

    : 이번 <웃음공연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웃음의 이면성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 웃음의 이면성’ 자체에 대해 깊이 있게 고찰하는 작품은 아니에요쉽게 말하면, ‘웃음의 이면성을 보여주는 몸 표현들을 모아서 엮은 거죠왜 웃음이 발생하는가에 대한 장면과의례적인 웃음인가 자연스런 웃음인가에 대한 장면 같은 것들이 보여지죠이 작품의 목표는 제가 표현하고 싶은 춤 스타일을 드러내는 거예요웃음을 소재로 잡은 이유는원초적인 감정 표현 중에서 선택해야 제가 추구하는 춤 동작 스타일수화적인 표현웃는 소리음향표정 같은 것을 통일감 있게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 그러니까 이번 작품은 기법 면에서 무용단의 춤 스타일을 보여주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군요그렇다면 지금의 춤 스타일은 어느 쪽으로 가고 있나요?

    : 일단 앞에서 말씀 드렸던 수화적인 표현을 다양하게 발전시키는 것이 있구요다른 하나는 동작의 동기를 명시화해서 움직임을 개발하는 거예요가령 팔을 휙 들어 올릴 때 힘이 다양한 방향으로 작용과 반작용을 일으키면여러 움직임이 발생하고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서 하나의 동작구가 되는 거예요어떠한 원리에 따라 동작이 이루어지고 마무리되는 것이런 걸 요즘 연구하고 있어요이번 작품에서 많이 드러날 거구요.


    : 전공자는 몰라도일반 관객이 그 동작 스타일을 읽어내기 쉬울까요?

    : 아마 어려울 거예요그래서 지금 작업하면서 읽어낼 수 있는 포인트들을 찾고 있어요관객에게 어려울 수 있는 만큼이전보다는 작품 안에서 개연성을 더 찾으려고 하죠그리고 공연자가 최대한 명확하게 표현을 한다면 관객이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해석의 장까지는 도달할 수 있을 거예요이렇듯 초점이 제 스타일을 구조화하는 데에 있기 때문에 다소 심각한 작품이라 볼 수 있어요제목이 <웃음>임에도 불구하고 웃기지는 않을 거예요웃음은 소재로만 썼죠제 작품을 봤던 관객이라면 이번에 의외성을 느끼실 거예요.


    : 관객들이 직관적으로 움직임의 감수성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과연 어떨지 예측할 수 없는 작품이네요아무튼 예전 작품들을 떠올려보자면 완전히 관심사가 달라지셨네요.

    : 그렇죠지금은 무용단으로서 동시대적인 감수성을 춤으로 표현하는 것에 더 관심을 두고 있어요예전에는 그저 하고 싶은 것을 막 토해내듯 하는 거였죠하지만 이제 무용단의 미래를 생각해야죠디오니소스적인 것이 아닌 아폴론적인 것을 갖추고 많이 다듬어져야 해요.


    : 몸 안의 들끓는 에너지를 마구 거칠게 뿜어내던 작품을 넘어좀 더 구조화되고 다듬어진 작품을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되네요.그래도 솔직히 예전 작품 방향으로 계속 가는 것도 팬들 입장에서는 좋을 거 같은데요정말 신나고 강렬했거든요.

    : 왜냐하면 <다크니스 품바같은 건 언제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어쩌면 예전보다 내 안에서는 축제적인 에너지가 더욱 넘쳐나고 있어요품바 같은 것 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정말 내가 예술 하는 것 같죠이런 본연의 욕구를 풀기 위해서 컴퍼니 작품과는 별개로 솔로 작품을 하나 하고 있어요그 작품에서는 제가 막 흥에 넘쳐 춤춰요또 컴퍼니 클래스를 요즘 열심히 해요풀고 싶어서요이렇게라도 마음을 달래는 거죠.


     안무가 김재덕

     

    : 이번 작품에서도 예전 작품처럼 노래나 악기 연주를 무대에서 직접 하시나요?

    : 아니요마이크로 소리를 만들어내는 씬 정도만 있어요악기 사용법이 예전과 좀 바뀌었어요어찌 들으면 지루할지도 몰라요예전처럼 판소리 창법으로 감성에 호소하는 그런 음악이 아니에요.


    : 왜 그런 변화를 시도하셨나요?

    : 말하자면 ‘의식이요누군가는 제가 나이 먹더니 가오 잡는다고 그러기도 하더라구요그렇지만 저는 개연성에 대해 신경 쓰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어요그저 가진 신명으로 무대에서 잘 노는 사람이 아닌작품 속에서 개연성을 갖추는 사람이요이런 시도가 섬세하게 이루어지려면 제 무용단이 있어야 하겠다 싶었던 거구요프로젝트 팀으로만은 아무래도 밀도가 떨어지니까.

     

    : 외국 초청안무도 많이 하셨는데 그런 경우 본인의 이전 공연들 같은 디오니소스적인 감수성을 꽤 요구 받겠네요?

    종종 있죠. <다크니스 품바>부터 보면 안 된다니까요. (웃음그 작품 보면 그런 기대를 가지고 의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 홍콩 가서 공연하는 것도 그래요다행히 노래를 부르지 않을 거라 버라이어티를 만들어내는 범위는 줄어든 편이죠.

     

    : 외국 활동 시 겪었던 에피소드나 느낀 점이 있다면요?

    저는 어릴 때 한국 록을 들으면서 컸어요들국화한 대수황신혜밴드산울림신해철 같은 분들이요신해철의 <모노크롬앨범을 특히 좋아했는데여기에 우리 전통 음악과 서양대중음악즉 록이나 테크노가 융합된 곡이 있었거든요모던하면서도 한국인의 자존심이 느껴졌어요멋있었죠나도 뭔가 저런 걸 해보고 싶다 그랬었죠대학 들어가서 유럽 팀들 춤 추는 거 보니까 특유의 감수성이 있더라구요저에게는 신기한 동작들이었죠그러면 나한테는 뭐가 있나 싶어 2년 동안 조흥동 선생님김현자 선생님 수업도 청강해보고 했었죠그러다 보니 저도 한국적인 음악춤을 융합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었고, ‘품바같은 작품을 거치면서 한국적인 것을 지향하는 사람으로 보이게 된 것이죠그러다가 하필 영어를 사용해도 동양인들이 대다수인 싱가폴에 가서 작업하게 된 거죠동양인이라는 면에서 통하는 게 있었어요영어로 대화해도 한계가 있던 것들이 한자 하나 씀으로써 바로 이해가 되더라구요아버지가 쿵푸사범이셨기 때문에 움직임 면에서도 동양적인 것이 제 안에 있기도 하구요현재는 동양적인 호흡이나 선을 추구한다기 보다는 좀 더 넓은 차원에서 한자문화권의 이미지를 찾고 있어요작업이 거듭되면서 무엇을 지칭하기 보다는자연과 같은 어떤 넓은 지향점을 가지고 대화 하게 되더라구요말하자면 자연을 빗대어서 동작을 설명하거나 하는 것이죠여튼 외국 작업 경험이 한국적인 것에서 동북 아시아적인 것으로 관심 범위가 넓혀졌고그 안에서 또 다시 한국적인 것을 생각하게 되네요.

     


     안무가 김재덕

     

    : 이 작품이 본인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제 작품들은 다 비슷한 색채를 갖고 있어요하지만 이번 작품은 다른 색깔일거예요그것이 저에게 너무나 가치 있어요.


    : 본인 작품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가 지겨울 즈음 이었나 봐요?

    : 그렇죠저의 다른 모습을 찾는 것이 의미 있죠확고한 마음을 갖고 이런 색채저런 색채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 최근 문화적인 경험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어떤 거죠?

    : 자크 반 도마엘 감독의 <미스터 노바디>와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아버지를 위한 노래>라는 영화가 생각나네요은은하면서 강력한 느낌이었어요음악 면에서도 자극이 되었구요보통 때는 한국드라마를 많이 봐요한 번씩 술상 봐놓고 휴지 준비해놓고 밤새도록 술 홀짝거리며 울면서 봐요. <앙큼한 돌싱녀>, <별에서 온 그대>, <상속자들이런 거 최근에 봤어요.


    : 푸하하하정말 의외네요소녀취향이 있으신 건가요?

    : ... 뭐라 설명할 수 없는데저는 멜로드라마 보면서 우는 게 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어요저 혼자 “꺄오~!” 하다가 눈물 흘리다가 하면서 봐요하하.

     

     안무가 김재덕

     

    : 바람이 있다면요?

    : 무용단이 잘 꾸려지는 것이요지금도 저희는 출퇴근 개념으로 연습실에 와요상근하는 프로듀서도 있구요점심시간도 딱 지키구요전문무용단으로서 태도를 갖춰가고 있어요처음에는 힘들었지만제안서나 계산서계약서 작성하는 것도 익숙해지고 있어요무용단 체제가 제대로 굴러가게 하기 위해서 예고 강사나 대학 강사 자리도 그만 둔 사람도 있구요내년부터는 월급을 줄 수 있는 무용단이 되게 할 계획이에요경제적으로 유지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저도 많이 달라졌어요한 푼도 허투루 쓸 수가 없더라구요자립적인 구조를 만들기 위해 오픈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어요.

     

    : 공연을 보실 관객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 이 작품은 제가 출연하지 않고 안무자로 작품 바깥에서 보며 작업했어요그래서 제가 보기에 최대한 재미있게 만들 거예요경쾌하고 신나는 작품은 아니지만 재미있을 거예요.

     

    걸판지게 춤 추고 노래하던 이 청년은 이제 좀 더 성숙한 세계를 만들어가려고 한다진지함을 갖추려는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이번 작품 <웃음>에서 그의 또 다른 면모를 만나보자!



     안무가 김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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