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STAGE/관객의 시선

    아리스테_artiste 2014. 7. 31. 16:22


    소통과 불통의 웃음


    LIG 문화재단 기획공연 | 김재덕의 <웃음>

    2014.7.17() - 19() / LIG아트홀ㆍ강남

    2014.7.26() / LIG아트홀ㆍ부산

    평일 8 PM, 주말 5 PM


    2014. 7. 19(공연 관람





    공연 전 있었던 인터뷰에서 안무가 김재덕이 밝혔듯이앙상블 컴퍼니 모던 테이블의 신작 <웃음>은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은커녕 시종일관 심각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작품이었다그가 말했듯이 웃음은 소재였을 뿐웃음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하거나 웃음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거나 몸을 통해 개그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라그가 구축해가는 춤 스타일을 집약적으로 선보인 작품이었다.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은 수화 스타일의 손동작이었다안무가 김재덕이 최근 주력해서 연구하고 있는 이 동작들은수화처럼 문장을 이루어가는 언어적 표현이라기보다는 갖가지 모양새의 손 움직임들이 이미지로 쌓여가는 방식의 몸짓 표현이었다작품 전반부에서 이러한 동작들이 집중적으로 소개되었다조그만 테이블을 앞에 두고 한 두 명의 무용수가 매우 현란한 수화 동작들을 선보이는데주로 웃음이 만들어내는 감각들에 대해 표현하는 것들이었다호흡을 들뜨게 하여 몸을 일정한 흥분 상태로 만들어내는 것이라던가발작적으로 웃음이 튀어나올 때 참을 수 없는 모습 같은 것그리고 웃음이 이루어질 때 얼굴의 근육뿐 아니라 신체 다른 근육들도 당겨져서 팽팽해지는 것 등등 웃음의 근본적인 몸 상태를 보여주었다다만 아쉬웠던 것은 이 수화들이 너무나 빠르게 이루어져서 의미를 헤아려보기도 전에 지나가버린 순간들이 많았다는 것이다그 많은 손동작들을 만들어내고 구성하고 외워서 춤추는 것 자체는 놀라웠고독특했다하지만 동작들 간에 리듬과 강약을 만들어서 관객들이 읽어낼 수 있도록 했다면 더 좋았을 장면이다.


    안무가 김재덕의 이전 작품을 봤던 나로서는 이번 작품의 스타일이 의외로 느껴지기도 했다예전에 비해 현대무용 전공자 특유의 기교적이고 빽빽한 동작들을 줄이고좀 더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상태의 움직임에서 출발하는 동작의 전개가 많았다가령 웃고 있는 입모양을 몸으로 그려내는 장면이 있었는데팔꿈치를 굽히고 양손을 맞잡아 좌우로 흔들어대는 것이었다단순한 동작이지만 웃는 느낌을 잘 포착했고이런 지속적이고 리드미컬한 단순 동작을 점점 복잡하게그리고 군무로 연결하여 구성한 점이 재미있었다이 외에도 안무가의 재치가 돋보이는 움직임들이 더러 있었는데그 아이디어의 출발을 자연스러운 일상의 몸에 두고 있다는 점은앞으로 많은 범주의 움직임을 다룰 수 있는 가능성으로 보인다전문가적인 테크닉 속에만 갇히지 않고 새로운 움직임을 만나고 탐구하려고 애쓰는 것은 젊은 안무가의 중요한 자질이라 생각된다.





    안무가 김재덕은 이전에 객석과 무대를 구분 없이 사용하는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이번에도 객석 사이 계단을 이용하는 모습은 유지되었다두 명의 무용수가 객석 사이 통로에 뛰어들어서 격렬한 몸짓으로 대화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그러나 대화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계속 발화와 응대가 이어지는 듯 하기는 하지만사실 “라고 했을 때 “로 알아듣지 못하고 “로 오해하는 것들의 연속이다이들의 대화는 무대로 다시 내려가서 찝찝하게 끝이 난다서로 헛웃음을 웃으면서 말이다어찌 보면 이 작품에 나타나는 웃음은 즐거운 느낌을 동반하는 웃음이라기보다 헛웃음에 가깝다이 장면뿐 아니라 뒷부분에서는 대부분 소통과 불통 사이를 웃음을 통해 넘나드는 현대인의 모습이 많이 연상되었다


    객석 통로를 이용하는 것그리고 주된 화자와 코러스로 나누어 한 장면을 구성하는 것은 그의 전형적인 스타일이기는 하나소극장 공연에 최적화된 LIG아트홀•강남에서는 공간적으로 비율이 맞지 않는 느낌이 있었다중극장 이상의 크기에서는 한 눈에 다 들어왔을 텐데 이번 공연에서는 무대를 너무 펼쳐놓은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었고객석 통로의 춤도 장면의 길이가 꽤 길다 보니바로 옆에 앉았던 나로서는 부담스러웠다소극장의 특징을 좀 더 고려해보면 좋겠다.

     




    무용수들이 마이크를 들고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것도 그의 스타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이 작품에서는 이전작들처럼 무용수들이 마이크에 대고 노래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숨쉬는 소리를 다양하게 변화시키며 음악적 환경을 만들어낸다뿐만 아니라 옷 위에 마이크를 대고 문지르면서 꺼끌꺼끌한 헛웃음의 촉각적청각적 심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무용수들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음향기기를 통해 반복혹은 왜곡되며 음악의 일부를 이룬다움직임과 소리를 동시에 무대 위에서 재현해내는 것은 안무가의 독특한 이력이 반영된 결과다이번 작품의 음악 역시 안무가 본인이 작곡했다그래서 소리와 움직임의 동시 구성이 어쩌면 당연하다이런 독특한 면모는 무용단 모던 테이블이 계속 발전시켰으면 한다.


    이렇듯<웃음>에서는 수화와 같은 동작, 일상 움직임에서 착안된 주제 동작들, 객석과 무대의 사용, 소리와 움직임을 동시적으로 다루는 방식 등이 정리되어 안무가 김재덕의 스타일로 소개되었다. 춤 스타일을 정리해보는 것은 서른을 갓 넘긴 젊은 안무가에게는 당면 과제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양식적 특성만으로 안무가의 생각을 읽어내기에는 미흡했다. 작품 중반부부터는 장면의 밀도도 다소 떨어졌고 모호했다. 어렴풋이 이 작품이 씁쓸한 웃음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지만, 그런 느낌을 안무가가 어떤 경험들 속에서 만났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혹은 특정 웃음, 즉 정치인의 거짓 웃음이라든가, 가난 속에서도 빛나는 웃음이라든가, 이번 작품에서 등장했던 불통의 헛웃음 같은 것을 설정해놓고 장면을 구체적으로 구성했다면 좀 더 통일감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소재와 시도들은 흥미로웠지만, 다소 난해했던 장면들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위 글은 LIG아트홀 컬처리포터 '허유미'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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