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STAGE/관객의 시선

    아리스테_artiste 2014. 9. 1. 22:20


    따로, 또 같이- 짧고도 길었던 열흘간의 기록

    LIG문화재단 예술교육 프로그램 <제2회 사천국제재즈워크숍 2014> 현장 방문기

    2014.8.13(수)-8.22(금)

    LIG손해보험 인재니움 사천

     

     

      작년 첫 회 성황리에 마친 사천국제재즈워크숍, 올해에도 그 반향을 이어받아 여름의 끝 무렵인 8월 13일~22일 경상남도 사천에 위치한 인재니움 사천에서 <제2회 사천국제재즈워크숍 2014>가 진행됐습니다. 올해 워크숍에서는, 전년도와는 달리 모던 크리에이티브 계열의 강사진들이 포진한 만큼 작곡, 편곡, 구성 클래스 또한 집중적으로 다뤄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악기 별 그룹 레슨과 앙상블 팀을 나누어 진행되는 앙상블 클래스, 협업 스터디, 개인별 레슨 그리고 데일리 잼 세션까지, 25명의 참가자와 5명의 강사진이 한데 모여 그야말로 재즈를 위한 시간을 맘껏 즐겼습니다. 

     

      뜨거웠던 <제2회 사천국제재즈워크숍 2014> 현장, 그 면면들을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

     


    ▲ 제2회 사천국제재즈워크숍 2014 OT 현장

     

      첫 시작은 역시 오리엔테이션입니다. 다들 뭔가 심각해 보이죠? 아무래도 첫날이라서 그런지 다들 조금 긴장한 것 같습니다. :) 학교를 제외하면, 재즈를 공부하는 이들끼리 이렇게 한 데 모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 만큼 이런 긴장과 어색함도 잠시! 이내 곧 결성된 앙상블팀이 각각 서로의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시너지를 내게 됩니다.

     

     


    ▲ 앤드루 시릴(Andrew Cyrille)


     

     

      “좋은 연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10년 동안 테크닉을 연마해야 하고,

    그 다음 10년 동안 어떻게 하면 자신의 음악적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가를 연구해야 하며, 

    그 다음 10년 동안에는 지금껏 익히고 연구한 것을 다 잊어버려야 합니다.


    아마 여러분 중 대부분은 테크닉을 연마해야 하는 시기에 있을 테니 그 시기에 충실 하세요.

    그러면서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잊지 마세요.”


     

     

      일흔다섯의 나이의 연륜을 몸소 보여주었던 앤드루 시릴(Andrew Cyrille). 그는 앙상블 클래스에서 E팀을 이끌었는데요, 수업은 잠시였지만, 이들이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오랜 즐거움으로 남을 것 같았습니다.

     

     


    ▲ 랠프 알레시 (Ralph Alessi)

     

     

     

     “제가 살고 있고 미국에서는 모든 것들이 항상 변화합니다. 한 지점에 머무르는 일이 드물죠.

    그래서 무언가를 명상하듯이 반복해서 연습하거나 한 가지에 몰두하고 파고드는 것은 매우 낯선 일입니다. 

    그러나 연주자에게는 이러한 과정도 꼭 필요합니다.


    텔로니어스 몽크에 대한 책에서, 몽크가 한 곡을 반복해서 오랫동안 연습하곤 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번 사천국제재즈워크숍에서는 저와 여러분 모두 그러한 시간도 갖게 되길 바랍니다.”


     

      ​여기는 랠프 알레시(Ralph Alessi)의 악기별 그룹 레슨이 펼쳐지고 있는 교육동 502호입니다. 랠프에게서는 ‘선생님’의 느낌을 가장 많이 받았는데요.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이 이렇게 밀도 있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는 이번 워크숍 동안 학생들에게 연주하고 싶어도 잠시 참고 다른 이들이 어떤 소리를 만들어내는지, 어떤 아이디어를 던지는지를 들어보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한 훈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일종의 Space(공간감)를 만드는 것인데요, 연주하는 것뿐만 아니라 연주를 하지 않고 여백을 만들어두는 것, 그 또한 음악을 만드는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여백을 둠으로써 되려 확장되고, 공간감이 느껴지는 것, 이 부분은 랠프 알레시의 연주에서도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




    ▲ 바르단 옵세피언(Vardan Ovsepian)

     

      개인 레슨의 마지막 날까지 본인의 섬세한 연주 스타일과 같이 아주 섬세하게, 그러나 아주 정확한 디렉션을 줌으로써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던 바르단 옵세피언(Vardan Ovsepian). 그는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던 본인의 마스터 클래스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거의 모든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이를 음악과 연결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며칠간 제게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재미있게도 당구입니다. 

    클래스 매니저들로부터 당구(사구)를 배우고 있는데, 그들의 뛰어난 테크닉이나 공이 가는 길에 대한 정확한 예측력 때문이 아니라, 

    공이 그 길로 갈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음에 놀라게 됩니다. 일종의 철학이지요.

    그 외에도 이슬람 수피교의 정신적인 지도자, 음악가, 작가인 하즈라트 이나야트 칸(Hazrat Inayat Khan)의 

    책 <The Mysticism of Sound>도 제 음악에 영향을 미칩니다. 

    심지어 축수 선수 이니에스타로부터는 훌륭한 지휘자의 자질을 배우지요. 


    *


    또, 개인적으로는, 어릴 때부터 순열에 큰 관심이 있었는데 이를 음악에 적용해 보기도 합니다. 

    세 가지 음의 조합을 다양하게 변형해 보거나, 매우 존경하는 80세 동네 어른의 생일 숫자의 조합으로 음악을 만들어 보는 등 말입니다.

    다만, 음악가로서 이런 영감의 요소들이 제 음악을 지배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음악이 이 모든 것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음악 그 자체로 흘러가도록 해야 합니다. 

    제가 순열을 작곡에 적용했더라도, 음악을 들었을 때는 이러한 점이 느껴지거나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야 합니다. 

    대신, 나무, 물 등의 자연이 제 음악 안에 흐르도록 노력합니다.”

     

     

     

    ​  다양한 요소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고 그것을 내면화해 나만의 어법으로 발전시키는 것, 조금은 쉽지 않아 보이는 방법이지만 이 것이야 말로 그의 보석 같은 피아노 연주의 비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워크숍이 끝나갈 때 즈음에는, 강사진들과 참가진들이 그룹이 되어 수업 별로 나누었었던 아이디어를 한데 모아보는 협업 스터디가 진행되었습니다. 랠프 알레시와 드루 그레스(Drew Gress), 그리고 앤드루 시릴과 메리 핼버슨(Mary Halvorson)으로 나뉜 두 팀은, 함께 연주를 해보기도 하고 상대의 연주를 경청, 피드백을 자유롭게 나누며 스터디를 이어 나갔습니다. 각 포지션에서 자신의 연주를 바라본 피드백, 이를 들었을 때의 참가자들의 기분은 어땠을까요? :)


    자신의 몸만한 베이스를 신체의 일부처럼 자유롭게 다루던 드루 그레스. 그는 앞선 거장들의 무게에 짓눌릴 것이 아니라 음악의 본질, 나 스스로가 즐겁고 행복해야 하며 더 나아가 듣는 사람들도 이 경험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음악 학교에 입학해서 거장들의 음악을 알아가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그 거인들의 무게가 어깨에 더해집니다. 


    그렇기에 저는 마치 게임이나 놀이하듯 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코미디언이 수화기를 통해 마치 상대방과 대화하듯 

    연기하는 미국 코미디 쇼가 있었습니다.

    시청자들에게는 수화기 건너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다만 눈앞의 코미디언의 연기만 볼 수 있습니다. 

    대신 시청자들은 상대방의 목소리를 상상하게 되는 거죠. 


    *


    음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이 음악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같이 상상하게 하고 

    그 음악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드루 그레스(Drew Gress) -





     

       강사진들의 직접 선정한 주제로 이야기해보는 시간, 마스터 클래스의 한 장면입니다. 이날은 전위적인 곡과 연주법으로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메리 핼버슨의 <Solo Guitar Music (Materias and Processes): 소재와 과정을 중심으로 한 기타 독주>라는 주제의 클래스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녀는 80년생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한 본인만의 음악 세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날 클래스에서는 자신이 영감을 받았던 다양한 음악들을 들려주었는데요, 기타 외의 악기는 잘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창의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작곡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재즈 연주자들에게도 핫하고 젊은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있는 메리 핼버슨, 참가자들과의 나이 차이도 가장 적었던 만큼 좀 더 깊은 공감과 교감을 이끌어냈던 듯합니다. :)









     

      하루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데일리 잼 세션! 미리 정해진 앙상블 팀별로 연주해보기도 하고, 원하는 사람들이 뛰쳐나와(?) 연주해보기도 하는 등, 공식적인 스케줄이긴 하지만 어쩐지 마음만은 너무나도 자유로웠던 시간입니다. 잼 세션 시간은 특히 참가자들 하나하나가 클래스를 거치면서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실제로도 확인할 수 있어 놀라웠습니다. 앙상블 팀들의 연주 또한 나날이 시너지 효과를 더해가는 통에 스태프들 사이에서는 “며칠만 더 하면 좋겠다”, “조금만 더 하면 정말 앨범 한 장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까지 나왔답니다.

     

      공식 일정 외 시간도 궁금하시다구요?

    바르단의 주도로 아침 여덟 시 반부터 축구를 하기도 하고, 비어존에서 삼삼오오 모여 미처 못다 했던 얘기들을 나누기도 했답니다. :)






      그리고 인재니움 사천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헬스장! 열흘이나 되는 긴 기간인 만큼 헬스장을 이용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사진으로 보니 살짝 외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당구가 가장 인기 종목이었답니다. :)




      이렇게 알찬 시간 끝에, 워크숍 마지막 날에는 야외 클로징 잼 콘서트가 펼쳐졌습니다!






     ​  이날의 콘서트는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되었는데요, 강사진들의 오프닝 공연에 이어 앙상블 팀별로 자작곡 혹은 기존의 곡을 선보였고, 마지막에는 오픈 잼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오픈 잼은 말 그대로 참가자들 중 연주를 원하는 사람들이 무대 위로 올라가 원하는 만큼 연주하고 다시 다른 연주자에 바톤을 터치하는 형식입니다. 무대 뒤편에서의 하이에나 같은 참가자들의 눈빛, 다시 생각해도 뜨겁습니다!


     

     

      이날 공연에서 특별했던 점은 무엇보다도, 참가자들이 워크숍에 가져왔던 자작곡들을 열흘 동안 디벨롭 시켜 무대 위에서 선보였던 것입니다. 특히, 앙상블 C팀은 메리 핼버슨의 대표곡인 <Quintet No 25>를 연주하면서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강사진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짧고도 길었던 시간’이라고 평한, < 제2회 사천국제재즈워크숍 2014>는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참가자들과 강사진들이 만났던 시간은 단 열흘이었지만, 참가자들에게는 깊은 울림으로 남아 앞으로의 음악적 여정에 큰 의미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강사진들의 클래스도 의미 깊었지만, 참가자들간의 교류를 통한 음악적 발전이야말로 그들 자신의 음악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작년 워크숍에 참가하며 눈에 띄는 연주를 선보였던 젊은 연주자들이 ‘Jazz Rookie’라는 섹스텟을 결성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는데요, 올해도 역시 기쁜 소식들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