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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스테_artiste 2014. 9. 15. 16:08

    안무가 최은진 인터뷰: 질문하는 안무가, 최은진

    LIG문화재단 Young Artist Club 2014 | 안무가 최은진 <유용무용론> 

    2014.9.26(금)~27(토)/ LIG아트홀·합정 (평일 8PM/ 주말 5PM)

     

     

      LIG 문화재단의 <Young Artist Club(YAC)>가 젊은 작가들에게 그야말로 젊게 예술하기의 플랫폼으로 단단히 버텨온 지 벌써 올해 로 9년째 접어들었다. 올해는 최은진 안무가의 <유용무용론>으로 그 젊은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2013년 ARKO Young Art Frontier(AYAF)에 선정되어 올해 초 <신체하는 안무>로 신선한 재미를 준 젊은 안무가 최은진이 <YAC>를 통해, 9월 26~27일 LIG아트홀·합정에서 공연한다.

     

     

      최은진은 전작 <신체하는 안무>라는 말장난 같은 제목과 실제 무대 위에서 장난 같은 말을 늘어놓음으로써 신체가 인식의 의지가 아닌, 신체 그 자체 혹은 행동의 연속작용으로 스스로 움직여지고 그것이 안무가 되는 ‘몸’을 보여주었다. <신체하는 안무>가 ‘내 몸의 움직임은 내가 움직이기를 의도하는 나의 의도된 행동, 즉 안무하기를 통해서 움직여지는 것인가? 아니면 내 몸의 자발적인 연속 동작과 작용- 반작용을 통해서 안무 되어지는가?’라는 독특한 질문으로 시작되었다면, 이번 최은진의 <유용무용론> 작업에서는 물질적 생존을 위해 노동하는 나의 몸과 정신적 생존을 위해 춤을 추는 나의 몸, 그 이중적인 움직임이 하나의 신체를 통해서 발현된다. ‘어떤 현장의 몸이 나의 진짜 움직임인가? 노동하는 나의 몸은 춤추는 나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것이다. 

     

     


     

    최은진의 독특한 형식 ‘중계하는 몸’ 

    움직이는 신체를 바라보는 안무가 최은진의 질문은 철학적이다. 보통 철학적 발상은 따분한 무대를 만들기 쉬운데 최은진의 그것은 그렇지 않았다. 바로 ‘중계하는 몸’이라는 독특한 형식 때문이었다. <신체하는 안무>에서는 무용수들이 끊임없이 자신의 몸이 지금 어떤 반응을 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움직임으로 본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말’한다. 마치 스포츠 중계를 보듯이 걸러지지 않는 중계는 관객에게 독특한 재미를 준다. 그렇다, 몸이 중계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중계하는 입’도 사실은 몸의 일부이니 ‘중계하는 몸’이라는 표현이 더 최은진 스타일의 작명법일 수 있다. 이번 무대에서도 ‘중계하는 몸’의 표현양식을 통해 질문을 구현한다. 이런 독특한 실험에는 무엇보다 함께하는 동료들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 <신체하는 안무>에 이어 이번에도 위성희, 윤상은이 최은진의 질문을 ‘중계하는 몸’을 통해 드러낸다. 

    최은진이 말하는 <유용 무용론>

    이런 독특한 형식이 가능했던 것은 무엇일까? 보통 춤추는 사람들은 말하기에 대한 일종의 동경과 동시에 두려움을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은진은 어떻게 이런 선택을 했고 어떤 훈련을 했는지 궁금했다. 그 뿐이랴, 최은진식의 독특한 질문은 어떻게 생겨나는지 직접 만나서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남인우(이하 남): 언제부터 춤을 추기 시작했나? 최초로 본인이 춤을 추었다고 인식한 때는 언제인가?
    최은진(이하 최): 나는 사실 춤추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시절 무슨 마음이었는지 처음으로 음악을 크게 틀고 동생과 발을 구르며 춤을 추었는데 집안에 전에 없던 큰소리가 나니 식구들이 깜짝 놀라 방문을 열었다. 그때 일종의 당혹감을 느꼈다. 뭔가 하지 말아야 할 것, 혹은 숨어서 해야 하는 것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최초로 춤추는 내 몸이 부끄러웠던 기억이다. 그 뒤로는 춤을 추었다고 생각되는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러다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 전문사 과정에 입학해서야 비로소 무용을 전공하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에는 연극 동아리 활동을 상당히 열심히 했다. 그때 극단 몸꼴 윤종연 연출의 워크숍을 경험하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던 것 같다. 특히 2011년에 안무가 국은미 선생과의 작업에서 처음으로 인식에서 몸을 찾는 것을 경험했다. 그때처럼 나의 몸에 관심을 두고 애정을 가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참 행복했다. 


    남: 작품의 질문이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철학적이다. 이번 <유용무용론>은 어떤 경험과 생각에서 나온 발상인가?
    최: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생계를 위해서 예술활동 이외의 일을 하게 된다. 나 또한 그렇다. 제법 어린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는 것 같다. 뷔페 설거지, 포스터 붙이는 일, 전단 돌리는 일, 서빙, 마트 점원, 식당 종업원 등, 최근까지는 인스턴트 햄버거 주문 콜센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서 주문하면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주문자에게 배달해줄 수 있게 주문을 받고 각 지점에 오더를 넣는 일이였다.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모르는 사람들과 통화하니까 뭔지 모를 애틋함이 느껴졌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더라.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나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서비스하는 게 아니라 통화하는 상대와 짧은 순간이지만 마음으로 만나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ARS 기계처럼 말하고 주문을 받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삶이란 이런 기계 같은 삶이 아니다. 그런데 점차 순응하게 되면서 저항 자체가 어려워졌다. 이때 어떤 갈등 같은 것이 생겼다. 생각을 실천으로 옮길 수 없는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남: 그렇다면 왜 <유용무용론>인가? 
    최: 나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졌다. 서비스에 종사하는 나의 몸과 연습실에서 표현하고 주장하는 나의 몸은 어떻게 타협하고 있는가? 서비스에 종사하는 몸은 나에게 삶의 물질적인 면을 충족시켜 주고 있지만 주장하지 않는다. 저항하지 못한다. 연습실의 몸은 나를 가난하고 배고프게 만든다. 그렇지만 그 몸은 생각을 모으고, 주장하고, 저항한다. 그렇다면 ‘진짜 나는 무엇인가? 어떤 몸이 나의 몸인가? 나는 어디에 있는가?’ 이런 생각이 밀려들어 왔다. 


    남: 그렇다면 이번 작업은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인가? 
    최: 그렇다. ‘정체성’,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주체성’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안무자 혹은 무용수의 내 몸은 노동은 하되 생산이 없다. 춤을 추는 나의 몸은 서비스도 하지 않고, 기술처럼 노동하거나 생산하는 몸도 아니다. 그렇지만 그들 못지않게 엄청난 움직임을 수행한다. 아니 그들보다 더한 움직임을 한다. 엄청난 양의 땀과 운동이 있다. 생산도 한다. 다만 물질적으로 무의미할 뿐이다. 그렇다면 48kg의 무게를 가진 나의 신체는 과연 어느 쪽에 심지를 세우고, 돌고, 뛰고, 땀을 흘려야 할까? 예술가의 신체가 곧 예술행위를 하는 주체이자 대상이 되는 안무자라는 직업은 다른 장르들과 다르게 이러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남: 예술가의 행위가 물질적 의미로 생산한다고 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유용하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최:  (웃음) 내 몸의 무용성과 유용성에 집중하고 있다.

     

    남: 멤버들과의 연습과정이 궁금하다. 
    최: 초반에는 다른 사람들의 일하는 몸을 관찰하고 그 몸을 따라 해보았다. 노동하는 몸을 따라 해보자 많은 것이 느껴졌다. 그리곤 유용한 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무용수의 땀과 움직임의 노동이 에너지로 치환되는 것은 가능한가? 혹시 우리의 움직임으로 전기나 어떤 것을 만들 수 있는 기계는 없을까? 기계 분야에 종사하시는 아버지는 어림도 없다고 하더라(웃음). 팀원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이렇게 하면 될까? 이게 과연 될까? 등, 가설들에 대한 싸구려 같은 질문과 시도에도 기꺼이 몸을 투신해서 연습하는 사람들이다. 거침없이 행동한다. 원래도 그런 사람들이었지만 <신체하는 안무> 이후로 더욱 거침없어진 것 같다. 두 번의 작업을 통해서 서로에게 많이 익숙해졌고 또 나에겐 엄청나게 큰 힘이 되는 사람들이다. 나로서는 행운이다.  


    남: 이 공연의 의미를 말한다면?

    최: 개인의 몸의 정체성에 대한 것으로 시작했는데. 사회적으로 어떤 설득력을 갖게 될지가 미지수였다. 지금은 조금씩 알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사회 속 하나의 ‘찌질한’ 현상이구나. 내가 말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남: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보편적인 정서를 담아낼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명작일 듯하다. 최은진의 사적인 그러나 공적인 춤을 기대한다.



    글 | 남 인 우 | 10년 안에 안무를 해보고 싶은 꿈을 안고 춤의 세계에 기웃기웃하고 있다. <가믄장아기>, <사천가>, <억척가> 등 전통의 현대적 수용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 더불어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관객과 만남을 시도하는 공연연출가이며 예술교육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