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STAGE/CULTURE CITY

    아리스테_artiste 2014. 10. 29. 12:57

     [CULTURE CITY] 코너에서는 공연 외 다양한 문화예술행사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hysterics 


    차재민  

     

    10.15 ~ 11. 08. 2014 

    두산갤러리 서울

     

     

     


    <히스테릭스 hysterics>, 2014, HD비디오, 컬러, 사운드, 07’06”(스틸컷) ⓒ차재민

     


    도시개발, 도시인의 욕망과 소외, 집단 시위. 억압 등 현대사회의 징후들을 상징적으로 풀어낸 영상작업들로 2013년 제 4회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상한 작가 차재민. 2014년 LIG문화재단 계간지 [interVIEW]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시기도 한데요.

    두산아트센터에 위치한 두산갤러리 서울에서 10월 15일부터 11월 8일까지 차재민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히스테릭스hysterics>가 개최됩니다.

     

     

    정신적 신경증으로 인한 일시적 흥분상태를 일컫는 '히스테릭스hysterics'는 이번 전시의 제목일 뿐 아니라 전시된 영상작품 중 하나의 제목이기도 한데요. '히스테리'를 연상시키는 이 제목의 사전적인 뜻은 이러합니다.


     

    히스테릭스hysterics

    a. 제어할 수 없는 웃음이나 울음의 일시적인 흥분 A fit of uncontrollable laughing or crying
    b. 히스테리 발작  An attack of hysteria

    '웃음과 울음 같은 감정의 제어를 잃게 만드는 극심한 공포, 환희, 혹은 분노 등의 표현' 이라는 정의도 있구요.  

     

    하지만 차재민은 ‘히스테릭스’를 다수가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문제를 붙잡고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  

    끊임없이 질문하는 사람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영상작업 ‘히스테릭스’는 원형 트랙 위를 움직이는 카메라로, 흰 종이 위에 떨어진 액체가 블랙라이트에 반응하는 모습을 담고 있는데요. 블랙라이트는 혈흔을 수색할 때 쓰이는 과학수사법으로, 뼈나 피에 들어있는 인(燐)과 반응합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흰 종이 위로 블랙라이트가 지나가면서 거듭된 질문의 답처럼 어떤 흔적이
     드러납니다.

     

     

     

     

    <히스테릭스 hysterics>, 2014, HD비디오, 컬러, 사운드, 07’06”(스틸컷) ⓒ차재민

     

     

    차재민의 영상작업들은 사회의 문제들을 주제로 삼고있음에도, 대상이나 사건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보다 은유적인 방식을 택합니다.  



     

    이렇게 시적인 영상언어로 풀어진 작품들과 이번 전시에 대해 좀 더 여쭙고자,  

    2014년 LIG 문화재단의 계간지 [interVIEW]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해오기도 한 차재민 작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작가님의 첫 개인전 축하드립니다. 개인전을 준비하시면서 든 감회가 깊으실 것 같아요. 


     

    작년에 두산연강예술상을 받아 열게 된 전시예요. 상 받으면서 개인전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개인전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작업량이 안 되었고, 당시 어떤 주제에 안착하기에 1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졌어요. 엄청난 시행착오 후에 겨우 한 줌의 깨달음을 거두는 편이거든요. 운이 좋았고, 상을 받아서 기뻤지만, ‘뻥카’를 쳐야 하는 제 처지가 좀 서글프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에요. 좋은 작업을 할 수 있다고, 믿어달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을 때가 있었어요. 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다짐했던 것은 믿어달라고 부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이건 정말로 묵묵하게 일하겠다는 뜻이었고, 또 작업을 해 나가면서 저의 선택을 책임져야겠는 각오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실은, 자주 머뭇거렸던 것 같아요. 또 그런 면들이 전시에 묻어나오는 것 같아요. 오픈하고 나서는, 다 쏟아 부어서 후련하고 후회 없다는 마음이에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시에서 실패한 것들이 떠오르기도 하죠. 그래서 조금 우울하기도 해요.

     

     

    전시제목 히스테릭스 hysterics는 어떻게 짓게 되신 건가요? 동명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는데요.


    전시 제목을 일찍 정했어요.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단편 소설집이 나올 때, 소설이 여러 개가 있고 그중 하나가 단편 묶음 집의 제목이 되는 것처럼 짓고 싶다. 시간이 모자랐다고 말씀드렸는데, 신작과 구작을 묶어 줄 만한, 하나의 주제에서 파생된 작업까지는 못 갔기 때문에 ‘단편들을 묶어서 보여준다’는 게 저에게는 가장 큰 콘셉트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갤러리 측에서도 수상전시이기 때문에, 이전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보여주기를 원했고요.  

    전시 카탈로그 첫 장에도 썼는데, ‘히스테릭스 hysterics’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중의적인 의미가 좋았어요. 영어이고, 한 번에 이해되는 용어가 아니죠. 통용되는 의미 때문에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단어죠. 여성이 가지고 있는 우울감이라거나, 제목만 보고 페미닌한 작업이라고 오해하실까 봐 고민했어요. 다른 제목을 후보로 두고서 생각을 많이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히스테릭스에 확신이 들었어요. 

     

     

    ‘히스테리’라는 단어가 페미닌한 느낌도 있고, 일반적으로는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죠. 단어가 사회에서 통용되는 부정적인 느낌을 어떻게 해석하시고 사용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히스테리아 hysteria라는 것이 자궁에 대한 레퍼런스를 가지고 있고, 여성의 신경질적 태도를 일컫기 때문에 전시 제목으로는 그런 기시감이 있을 수 있죠. 그렇지만 오히려 그 부분 때문에,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도전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단어에 달라붙어 있는 의미들을 다시 제안할 수 있다는 건 미술에서 해볼 만한 일이니까요. 히스테릭스는 (영어로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 발작증세라는 의미가 있는 단어예요. 어떤 상태를 이야기하는 형용사가 전시 작업을 아우르기 좋다고 생각했어요. 히스테릭스,라고 했을 때 릭,하고 벌어지는 발음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요.

     

     

    <미궁과 크로마키 Chroma-key and Labyrinth>, 2013, HD비디오, 컬러, 사운드, 05’15”(스틸컷) ⓒ차재민

     

    작가님 작품의 바탕을 이루는 이야기가 현상, 사건, 사회의 모습들인데,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선택하게 되셨고 작품으로 이야기하고자 결심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도 그렇고, 지금 전시도 그렇고 계속 이어져 오는 질문은 ‘산다는 것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미술로 언급할 수 있는가’라는 단순한 문제였어요. 그런데 미술이 ‘미래’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게 되면서, 작업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처음과 많이 달라졌다고 봅니다. 이런 생각이 냉소적인 게 아닐까 고민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예술이, 지금 여기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판단을 했고 다른 의지를 가지게 됐어요. 외려 지금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다른 곳에 있다고, 예술이 해결할 수 없다고 인정하므로써, 현상, 사건, 사회의 모습을 응시하고 싶었어요. 물리적인 현상들, 빠르게 해결해야 하는 사건들,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사회’라는 얼굴, 이 이후에 남겨진 흔적들, 감춰져 있는 게 뭔지 이야기해 보고 싶었어요. ‘역할론’이랄까요. 미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하게 되면서 지금의 작업들을 하게 되었어요. 미술은 내게, 분명 산다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게끔 했기에, 정확하게 그게 뭐였는지 더듬어 보는 게 저에겐 어떤 선택이었던 거죠. 

     

     

     

    이번 LIG 문화재단 계간지 [interVIEW] 32호에 허영춘 선생님의 인터뷰가 실렸었죠. 메시지를 좀 더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방식도 있으셨을 텐데, 굳이 <독학자>라는 작품을 만드시며 이런 방식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작업을 직설적으로 풀 수도 있고, 르포르타주 적으로 작업을 해서 이 사건을 알리는데 기여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 기여의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왜 매끄럽고 감각적인 언어로 에둘러 가냐고 질문한다면, ‘이것을 알린다’고 하는 목적이 예술이 담당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능은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그리고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는 과정에서 이 사건 자체가 배제되기도 했고요. 이 사회가 돌아가는 방식에 비해서 미술은 너무 바보 같은 속도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저는 이 속도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뷰 글을 쓰는 것과 달리 <독학자> 영상은 이 작업을 만드는 저의 모습이 많이 드러나기 때문에 어려웠어요. 선생님이 작업의 주인공이라거나 그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생각보다는 제가 선생님을 만난다는 행위가 중요했어요. 선생님께서 그간 재판을 위해 준비하시고 공부한 자료들을 제가 다시 읽는다는 행위인데요. 어찌 되었든 타인이 작업에서 노출되기 때문에, 제가 감히 실수하게 될까 봐 정신을 바짝 차리게 돼요. 그래서 정성을 다한다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에서는 최선을 다한다는 것, 이 태도를 유지하려는 강박 때문에 작업이 매끄러워지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작업을 완성한 후에는, 작업의 내용과 동떨어지는 선택들까지도, 과정 중에는 중요한 변수가 되기도 하니까요. 내가 운용할 수 있는 예산안에서는 제일 좋은 카메라를 쓴다, 뭐 이런 결정들이 미학적인 효과 때문도 있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대부분 마음에 걸려서 선택하게 되는 경우예요. 

    그리고 에둘러서, 감각적으로 말한다는 것은 제가 앞으로도 더 풀어보고 싶은 것이기도 해요. 그것이 저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좀 더 시간을 두고 보고 싶어요. ‘왜 이것을 미술관에서 봐야 하는가?,‘왜 실질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를 작가가 건드리는가?’하는 질문들이 어떤 불편함으로, 거기에서 미술의 기능 자체를 되짚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술의 기능은 어떤 사건을 알리는데 복무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미술은 그것을 넘어서는 또 다른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저의 기대가 있겠죠.

     

     

     

     

    <독학자 Autodidact>, 2014, HD비디오, 컬러, 사운드, 09’50”(스틸컷)  ⓒ차재민

     

     

     

    굳이 영상이라는 매체를 선택하시게 된 계기와 이유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는 학부 시절 단편영화에 스태프으로 참여하면서 친근해졌죠. 또 하나는 미디어에 관심이 많아요. 제대로 미디어 비판을 해 보고 싶은데, 그래서 제대로 미디어에서 일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다큐멘터리보다는 픽션이 좋고요. 영화광이나 비디오 키드는 아니었지만, 이런 관심과 주변의 영향 때문에 영상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작업 안에서의 촬영 기법 자체도 재밌었어요. 영상을 전공하셨나 생각할 정도로.


    강국현, 백윤석, 이성택 촬영감독과 일을 같이했는데,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영화는 씬, 컷들이 다 짜여서 효율적으로 찍고, 필요한 스태프들이 조력하지만, 저는 이동하다가도 갑자기 ‘저것 좀 찍어달라’고 요구할 정도로 주먹구구였거든요. 특히 <미궁과 크로마키> 같은 경우는 강국현 촬영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던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스테디 캠을 스태프 없이 세팅하고 들고 메고 정말 고생 하셨거든요. 세 분 다 프로페셔널한 촬영 전공자 들이고 워낙 꼼꼼하셔서, 이미지를 신중하게 다룬다는 것, 거기에 힘이 생긴다는 것을 가르쳐주셨어요. 

     

     

     

    이번 전시에는 설치 작업도 있었습니다. <6일 그리고 일요일돌>, <싯다르타> 같은 작품이 있었는데요. 이러한 설치작업들은 어떠셨고, 또 전시배치를 하시면서 고민하셨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실 큰 설치 작업은 처음 해봤어요. 윈도우 갤러리의 <6일 그리고 일요일돌>은 어떤 태도로 읽어주길 바랐어요. 작업이라는게 혼자 깨달은 예술적 영감을 푸는 게 아니라, 절대 혼자 깨달을 수 없는 그 무엇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작품 속에서 거울 사이로 투과하는 선들이 저에게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했고, 대문 격의 작품이 되었죠. 그런데 <6일 그리고 일요일 돌>은 정말로 혼자서 들 수도 없고, 혼자서 먹줄을 칠 수도 없었어요. (웃음) 사실 영상작업보다 설치작업을 소홀하게 생각했다가, 설치기간에 애를 많이 먹었죠. 작업이 저에게 복수를 한 거죠. 설치작업과 전시 가구를 만드는데 '곰디자인' 공방에 부탁을 하고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전시 배치도 동료 작가들과 '워크온워크'의 도움을 받았어요. 설치를 다 끝내고 난 새벽에 ‘개인전’이라는 말이 참 알량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혼자 잘해보겠다고 생각했던 저를 반성했거든요. 설치작업은 여러모로 저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다고 생각해요. 사람 관계. 영상작업과의 관계. 
    전시배치의 경우 오른쪽은 아카이브로 - 옛날 작품들을 놓고, 왼쪽은 신작을 풀었는데, 신작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작년엔 연강예술상을 수상하시고 올해는 첫 개인전을 여셨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내년 4월에 뉴욕에서 개인전이 있어요. 그리고 내년 하반기에 신도리코 작가 지원을 받아 개인전이 있어요. 한동안은 전시에 대해서 생각하겠죠. 그동안 써 온 단편소설과 글과... 외장 하드를 정리해야 해요. 외장 하드 정리만 일 년이 걸릴지도 모르죠. 

     

     

    마지막으로, 올 한 해 LIG 문화재단 계간지에 편집위원으로써 참여하신 소감을 여쭙고 싶어요. 

     

    올 한 해 한 일 중에서 LIG 문화재단 계간지에 참여한 일이 가장 잘한 일이라 생각해요. [interVIEW]에서 글을 쓰게 되어 정말 좋았어요. 계절이 변할 때마다, 인터뷰를 끝내고 같은 카페에 앉아 글을 썼어요. 한 사람의 목소리를 반복해 들으며 받아 적는다는 일이, 한 사람에게 한 사람이 되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그 사람과 마주할 때 보다, 헤어지고 나서, 그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끝나고 나서 더 많은 대화가 생기더라고요. 길을 가다가 전화해서 뭔가를 말해주고 싶고, 보고 싶고, 책을 추천하고 싶고, 다시 물어보고 싶고. 그 애틋한 마음 때문에 생기를 찾을 수 있었어요. ‘대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올 한 해 [interVIEW]를 통해 인터뷰하면서 저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LIG 문화재단 계간지 [interVIEW] 보러가기  

     

      

    ◼︎ 작가소개


    차재민(b. 1986)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학과 졸업

    첼시예술학교 순수예술 석사 졸업

     

    시청각(2014, 서울, 한국), 일민미술관(2014, 서울, 한국), 국제갤러리(2013, 서울, 한국), 문화역서울 284(2012, 서울, 한국)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 인디다큐페스티벌(2014, 서울, 한국), 세계문화의 집(2013, 베를린, 독일), 팔레 드 도쿄(2012, 파리, 프랑스), 블루코트(2011, 리버풀, 영국) 등에서 스크리닝 작업에 참여.  

     

    2014년 LIG문화재단 계간지 [interVIEW] 편집위원

     

     

     



     

    hysterics

    Oct 15, 2014 ~ Nov 08, 2014

    차재민

    두산갤러리 서울 


    포스팅 잘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