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 : VIEW/아티스트를 만나다

    아리스테_artiste 2014. 10. 29. 13:03


    INTER:VIEW with  뮤지션 허대욱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아티스트


    LIG문화재단 기획공연 | 2014 협력 아티스트, 뮤지션 허대욱 <악흥의 순간>

    2014년 10월 30일(목) 8pm, LIG아트홀ㆍ강남 / 11월 01일(토) 5pm, LIG아트홀ㆍ부산 

     

     

     

     

    이번 <악흥의 순간> 공연을 앞두고 귀국한 허대욱을, 또 다른 2014 협력 아티스트이자 얼마 전 부산에서 네 번째 음악 대작전 공연을 무사히 끝낸 색소포니스트 김오키가 만났다. 또 한 명의 재즈 뮤지션이자 그의 오랜 팬인 김오키가 던진 질문들을 통해 그 동안의 인터뷰에서는 알지 못했던 허대욱의 음악에 대한 생각과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김오키: 한국에서는 활동을 잘 안 하세요.

     

    허대욱 : 프랑스에서도 잘 안 해요. 골방에서만 계속 치고. (웃음) 

     

    김오키 : 프랑스에서 뮤지션들이 한국에 많이 오잖아요. 제가 물어봐요. 허대욱이란 뮤지션을 아느냐고 물어보면, 아는 사람들이 종종 있더라고요. 그래서 활동을 하시나 했어요.

     

    허대욱 : 활동이란 게 있나요. 일 년에 스케쥴이 200회는 있어야 ‘쟤 연주 좀 하는구나~’ 그러죠. 종종 가끔 해요. 한국처럼 가끔. 


    김오키 : 앨범 발매가 프랑스에도 된 건가요? 

     

    허대욱 : 다 한국 회사들하고 계약한 거예요. 프랑스 회사들은 돈 내고 해주는 경우가 없어요. 다 자기가 자기 돈 내고 해서 찍죠. (그걸 유통을 할 수는 없어요?) 프랑스 제일 큰 회사 중에 하나에서 피아노 솔로 음반을 유통을 하고 싶다는 적이 있었는데, 잘 안 풀려서. 결국엔 … (엎어졌죠). 내년엔 제가 제 돈 들여서 만들려고요. 

     

    김오키 : 제가 앨범을 두 개를 가지고 있는데, <To the west>, <Trigram>은 있었고, 중간에 나온 두 번째 음반 <Le moment disperse>. 그걸 갖고 싶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더라구요. 근데 구글에 쳐봤더니 외국애들이 많이 가지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외국에 음반을 유통을 했나보다 했어요.

     

    허대욱 : 제가 유일하게 많이 있는 음반이 그건데. 프랑스에 많이 있어요. 챙겨드릴게요. 

     

    김오키 : 그 음반을 많이 들었어요. 공연도 두 번 정도 갔었거든요. 공감에서 하셨을 때, 트리오로 하셨을 때 한 번 갔었고, 솔로 하셨을 때도 갔었어요. 그때 곡 설명 하시면서 잠깐 듣긴 들었는데, 곡을 쓰실 때 어떤 쪽에 치중을 하시는지 궁금했어요. 메시지나 영감? 

     

    허대욱 : 그런 게 없어요. 어떤 특별한 대상을 정해놓고 그걸 묘사하거나 그리는 일은 드물고요. 클래식 보면 절대음악이라고 하잖아요, 표제음악이 아니고. 표제적인 느낌으로 쓰는 게 아니라 그냥 쓰고 싶은 걸 써요. 그 당시에 ‘이런 느낌이 쓰고 싶다’하는 거죠. 예를 들면 어떤 한 이 정도 컨셉만 잡는 거예요. 오늘은 무조적인 성향의 어떤 곡에 어떤 접근을 하고 싶다, 오늘은 따스한 곡, 오늘은 날카로운 곡. 그 정도의 느낌만 가지고 곡을 쓰죠.

     

    김오키 : 그런 느낌은 곡 쓰기 전에 순간적인 느낌으로 쓰시는 건가요?

     

    허대욱 : 걸어가다가 그런 느낌이 생길 수도 있고, 음악을 듣다가, 책을 보다가, 드라마를 보다가… . 뭐 도처에 있는 거죠. 어떤 특정한 것에서 느낌을 받진 않는 것 같아요. 

     

    김오키: 그런 생활에서의 느낌들을 기억해놓으시나요? 아니면 적어놓거나. 아니면 여러 가지 (느낌을) 받아놨다가 쓸 때 생각나는 것들을 쓰세요?

     

    허대욱 : 곡을 쓸 때 그 느낌을 떠올려서 쓰는 건 아니고, 내가 어떤 느낌이었다, 그 느낌만 간직하고 작업에 임하는 거죠. 

     

    김오키 : 제가 들었을 때는 굉장히 음악이 감정이 많이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뭔가 이유가 있으신가 했어요.

     

    허대욱 : 제가 평소에 좀 격해요. 

     

    김오키 : 그래서 제가 듣고 궁금했던 게, 평소에 마음에 분노가 있으신가 했어요.

     

    허대욱 : 제가 평소에 성격이 더럽기는 한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결혼하셔서 그런 건가요?) 뭐 그런 것도 있고. 와이프가 싫어, 하니까 안 할게- 했죠. 스스로 절제를 하고 있는 편이고. 그런 것들을 컨트롤 하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다 보니까 저 스스로에게 좋을 게 없더라고요. 음악에 뾰족한 감이 있나요?

     

    김오키 : 음악에서는 느꼈어요. 저는 그런 음악을 좋아하긴 하거든요. 전에는 미셀 페트뤼시아니를 되게 좋아했는데 그런 느낌이 있으시기도 하고, 서정적인 것도 느껴지기도 하고. 재즈라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런 부분에서 그냥 지금까지 있었던 그런 재즈 음악들이 아니고, 더 새롭게 느껴졌어요. 유럽에서는 새롭진 않을진 몰라도, 한국에서 봤을 때는 그런 것들이 좋았거든요. 거기서 ‘이 분이 좀 분노가 있으신가? 다 죽어라고 뿜어 내시는 건가?’ 그런 생각을 했었죠. 

     

    허대욱 : 응어리가 졌나…? (웃음) 어려서부터 성격이 좀 급한 편이긴 합니다. 그래서 이름에 욱이 들어가 있나? 

     

    김오키 : 저는 색소폰 하면서 이것저것 듣다 보니까, 대부분 공격적인 음악 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급한 사람들이 많고, 부드러운 음악 하는 사람들은 폭군인 경우가 많고 그렇더라고요. 조빔이나 스탄 게츠라던가. 그래서 반대이시려나? 그런 생각도 했었어요.

     



     

     

    김오키 : 허대욱씨의 음악적인 장르는 굳이 무엇일까요? 앨범을 발매하셨을 때는 카테고리에 넣어야 하잖아요. 

     

    허대욱 : 재즈겠죠. 제가 작정하고 재즈가 아닌 다른 걸 하지 않는 이상, 재즈겠죠. 그걸 구분 안 하면, 사람들이 일을 못하겠더라고요. 페스티벌도 다 타이틀이 있으니까. 

     

    제 음악을 누가 들으면 재즈라고 할 거예요. 제가 생각하는 것과 별개로, 기본적인 틀 자체가 재즈를 근간으로 연주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듣는 사람들이 그 카테고리로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 스스로는 음악을 만들 때 그 어법이 아니고서도 접근이 가능한 그런 음악을 만들려고 해 왔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재즈네 아니네, 이런 논쟁이 저한테는 좀 수고스러운 일이죠. 저는 음악은 좋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재즈라고 해야 할 필요도 있는 게, LIG문화재단 측에서 재즈 뮤지션 뽑는다고 하면 또 재즈 한다고 해야죠. 또 월드뮤직 쪽이면 또 재즈 아니라고 하고 (웃음) 이런 정도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중성적인 음악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어디에다가도 적을 두고 싶지가 않아요. ‘이거다’하는 건 듣는 분들이 판단하실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난 재즈 뮤지션이야!’ 이런 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봐요. 뭐 재즈라고 하면 재즈고, 가요라고 하면 가요고, 어떤 상황에서든 장르를 생각하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자 하죠. 

     

    김오키 : 한국에 있는 재즈 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세요? 씬 자체에 대해서는?

     

    허대욱 :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저 스스로가 그 안에 있다고 체감하는 바가 없어요. 제가 친구들도 있고, 여러 곳을 다니면서 관계들을 맺어서 이런저런 일을 하면 거기에 관심이 생기고, 그 안에 제가 있겠지만, 제가 멀리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 친구가 많이 없는 사람이라서 제가. (웃음) 그러다 보니 눈이 잘 안 가지더라고요. 뭐 사실 프랑스 재즈도 관심이 없어요. 그냥 제 거 잘하면 되죠. 


    김오키 : 처음 허대욱씨 음악을 들었던 게, 공감에 자주 당첨이 되어서 갔을 때였어요. 재즈 공연 같은데 가고 그랬는데, 허대욱 씨 공연에 처음 간 게 트리오 공연 하셨을 때였어요. 그런데 스탠다드한 음악 하지 않으시고, 새로운 음악 하시니까 그게 인상에 깊었어요. 허대욱씨 음악을 듣는 게 1집 앨범 만들면서도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허대욱 : 그런 ‘꺼리’가 있었다는 게 놀랍네요. 

     

    김오키 : 들으면 왠지 마음의 분노가… . (웃음) 되게 많이 들었어요. (그런 얘긴 처음 들어봤어요.) 옛날에는 거의 매일 들었어요. 지금은 비공개인 제 블로그에 그런 포스팅도 있어요. 매일 듣는다는. 그때가 한 2010년? 그때 조 핸더슨, 허대욱, 파로아 샌더스 이렇게 세 명을 매일 들으면서 머릿속으로 섞으면서 (웃음) 제 걸로 만들었죠. 

    그렇게 매일 음악을 들으면서 왠지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프랑스라서 그런지, 음악이 혁명적이고, 투쟁하는 느낌, 레지스탕스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것들과 음악이 관계가 있나요? 

     

    허대욱 :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프랑스 혁명이 많이 회자가 되고 있긴 한데 - 전 그런 건 크게 못 느꼈고요. 다른 외부적인 것보다도, 혁명을 해야 할 건 스스로가 아닐까 생각해요. 

     

    피아노 솔로 앨범 했을 때 참 많이 힘이 들었어요. 피아노 솔로라는 게 뉴에이지도 아니고, 가요 반주도 아니고, 피아노가 혼자 공백이 없는 음악을 만들기가 너무 힘들어요. 너무 휑 한 거죠. 혼자서 피아노 솔로를 짜임새 있게 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거의 매일 아침 일곱 시까지 작업하고, 연습하고, 곡 쓰고, 침대에 기어 올라가면 머리가 핑핑 돌죠. 잠이 안 와도 어떻게든 자서 또 일어나서 또 하고 - 그래서 가장 의미가 있는 음반이기도 하고, 많이 힘들기도 했었죠. 

     

    끊임없이, 외부의 소재가 아니고, 스스로에게서 나오는 것들을 소재 삼아서 자꾸 하게 되네요. 처음부터 그랬지만 점점 더 그런 것에 대한 확신이 들어요. 전 남의 음악을 잘 안 듣거든요. 한국-프랑스 집에 있는 외국 뮤지션 CD 다 합쳐도 10장이 안 돼요. 예전에 산 것도 다 줘버리고. 안 들으니까. 들으면 영향을 받을 수가 있죠. 계속 스스로 안에 있는 이야기를 찾아내야 하는 거니까요. 탐험하는 게, 저는 다른 곳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무한한 탐험의 장소가 있다고 생각해요. 거길 찾아가야 하는 거죠.

     

    김오키 : 그럼 본능적인 창작 욕구가 강하신 거죠?

     

    허대욱 : 항상 창작하고 싶죠.

     

    김오키 : 그래도 요만큼의 소스가 있어야 하잖아요?

     

    허대욱 : 개개인의 차이인 거 같아요. 소스가 다른 곳에서 왔다고 그게 창작이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죠. 그 소스가 완전히 다르게 되면, 자신의 것이 되니까요. 결국, 최고들은 자기 스스로 소리를 만들고 거기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기 때문에, 저는 그들에겐 스승이 없다고 봐요. 스스로가 스승이었던 사람이 최고의 뮤지션이 되는 것 같아서. 저도 같은 길을 걸어보고 싶긴 합니다.

     

    김오키 : 그런 면에서 혁명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자신만의 투쟁.

     

    허대욱 : 뭐 거창하게 말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제가 스스로 거창한 얘길 붙이는 게 부끄러워서요.

     

    김오키 : 저는 그런 것들을 많이 느꼈어요. 

     

     


     

     

     

    김오키 : 음악을 하시면서, 후회되신 적은 없으신가요?

     

    허대욱 : 딱 한 번  있었어요. 연습하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그런데 그 기간이, 프랑스에서 생활하면서 한꺼번에 감정이 몰렸나 봐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시는 음악을 안 하겠다고 볼펜으로 악보에 또박또박 ‘내가 다음 생에는 음악을 절대 안 하겠다’ 썼던 적이 있어요. 그때 한 번 이외에는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어요.

     

    김오키 : 다른 이유가 아니라, 연습이 잘 안되어서?

     

    허대욱 : 연습이 잘 안 되어서라기보다는 프랑스라는 환경에서 그런 거죠. 거기서는 생활이 규칙적으로 잘 안 돌아가더라고요. 밥도 혼자 해먹어야 하지, 빨래도 해야 하지. 밤새도록 있다가 아침에 잠 자고, 눈 뜨면 오후 두 시고. 밥을 먹으려니까 연습을 해야 하고. ‘밥은 기본 연습 두 시간 연습하고 먹자’하고 연습 하다 보면 눈에 별이 보이고 그래요. 그리고 와서 밥 먹으려고 보니 ‘내 인생이 뭔가’싶은 거예요. 뭔가 규칙적이고, 밝고, 명랑하고 즐겁게 살면 하루하루가 충만할 텐데 그러질 않다 보니까. 그런 것들이 하나씩 모여서 프랑스에서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죠.

     

    김오키 : 그때는 프랑스 간 지 좀 됐을 때 인가요?

     

    대욱 : 네 그랬죠. 연습량이 사실은 충분치가 않은 거죠. 생활이 안정적이지도 않았고. 

     

     

    김오키 : 지금 프랑스에서 생활을 주로 하시잖아요, 한국에서도 가끔 오시고. 음악적인 것과 별개로 프랑스와 한국 생활의 장단점이 있으시다면?

     

    허대욱 : 한국은 진짜 장점이 많은 나라예요. 모든 게 편리하고, 내 나라니까, 내 조국에서 내 사람들하고 있는 게 참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을 하죠. 나라 없는 설움이라는 말을 프랑스 가서 느꼈어요. 내 나라는 극동에 있지만, 내 나라에 안 있고 남의 나라에서 사니까, 내 나라 아닌 곳에서 사는 설움이 이런 거구나 생각이 들 때가 많죠. 한국에서 힘든 건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프랑스는 힘든 게 많죠. 일단 외국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고. (인종차별 그런 게 있죠?) 걔네가 항상 부르짖는 게 자유, 평등, 박애인데, 그게 말만 그렇게 하지, 약해요. 평등은 우리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우리가 같아요? 그런데 자꾸 똑같다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우리는 다른데. 그러니까 너와 나는 다르다, 그걸 인정을 해야 하는데 자꾸 우리는 하나, 다 똑같다 이런 얘길 하니까 문제가 생겨요.

     

    전 9년이나 살았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면이 있어요. 말은 현지인이죠(웃음) 어느 날 새벽에 혼자 산책을 하러 집 밖에 나갔는데 표지판이 다 불어인 거예요. 당연하죠, 제가 거기 살고 있는데. 그런데 그 장면이 너무 생경한 거예요. 순간 외로움이 들었어요. 다 알아듣는데, 내 나라말은 아니더라고요. 내가 외국에 있구나, 내가 혼자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었죠. 

     

     

    김오키 : 보통 피아니스트들을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메이커가 있잖아요. 오늘 앨범을 계속 들으면서 오다가 재킷을 딱 보니까 스타인웨이랑 찍으신 게 있더라고요. 야마하와 스타인웨이 중에 어떤 게 좋으세요?

     

    허대욱 : 전 스타인웨이가 좋긴 한데요. 어떤 악기를 선호하느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 조율도 무엇을 원하느냐, 이런 질문을 받으면 … . 뭐 제가 제 피아노 가지고 다닐 정도면 이렇게 준비하라고 하겠지만, 주는 피아노로 연주 잘 하면 그만이죠. 조율만 잘 되어있으면 되는 거예요. 조율이 안 되어있으면 그건 큰일이지만. (음의 톤은 어떠세요?) 음악이 좋으면 그건 중요하지 않죠. 

    악기들도, 야마하인데 어떤 상태냐, 스타인웨이는 어떤 상태냐가 중요하죠. 진짜 좋은 건 한 번도 못 쳐봤어요. 그건 최고의 공연장들, 뮤지션들이 쓰고 있으니까 아직 나를 거쳐 갈 일이 없는 거예요. 정말 좋은 악기 소리가 뭔지 몰라요, 안 쳐봐서. 색소폰 같은 경우에는 돈을 더 들이면 좋은 걸 쓸 수 있잖아요. 그렇지만 피아노는 제 악기가 아니니까. (자기가 좋으면 좋은 소리겠죠.) 악기 탓은 별로 안 하고 싶고, 그렇게 예민해지려면 그렇게 예민해질 만큼의 경험이 있어야 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피아노 소리를 듣는 게 아니에요 그때부터는. 음악을 듣는거죠. 

     

     

     

     

     

    김오키: LIG 협력 아티스트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허대욱 : 음지의 빛을 쬐는, 습기를 말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우리 음지에 있는 사람들을 양지로 끌어 올려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지 않나.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LIG문화재단 쪽에서 의미가 있는 일이라서 하는 거라고만 생각하진 않았으면 해요. 우리도 같이 좋아서 힘을 모아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야죠. 어떤 공연이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음악 하는 사람도 내 길을 가다 당신과 뜻이 맞아 협력해서 공연을 만드는 거지. ‘그걸 고군분투한다, 한번 끌어줄게’ 이러면 문제가 생기죠. 그런데 LIG문화재단은 전혀 그런 게 없죠. 뮤지션들에게도 협력 아티스트라는 개념으로써, 끌어준다는 개념이 아니라, 뭔갈 함께 만들어가는 것 같아서 좋다고 생각해요. 

     

    김오키 : 지금 솔로를 많이 하시는 거 같아요. 주로 솔로로 하시는 걸 제가 많이 봐오기도 했고요. 

     

    허대욱 : 자주 했던 것 같아요. 다른 뮤지션 신경 쓸 거 없이 혼자 공연 하는 거죠. (그게 편하신가요?) 그 자체가 편할 때도 있어요. (좀 더 떨린다거나 부담스럽거나 하진 않으세요?) 그냥 편해요. 주변 사운드나 음향 이런 거 볼 필요 없고 혼자 가서 하니까. 끝나고 관심도 혼자 받고, 얼마나 좋아요. 

     

    김오키 : 저는 색소폰이니까 혼자 하기가 좀 그렇죠 - 제가 강태환 선생님도 아니고. 근데 저 혼자 할 수가 없죠. 혼자 하면 좋죠. 돈도 제가 다 가지고 스포트라이트도 혼자 받고.

     

    허대욱 : 혼자 하는 게 나름의 재미가 있어요. 공연에 또 여자 관객들이 많이 오시니까. (웃음) 그 힘을 무시할 수가 없죠. 가끔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객석이 다 남자면 - 제가 공연할 수 있을까? (그건 힘들죠. 그건 없는 게 낫죠. 안 하니만 못하죠(웃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었어요. 제가 음악을 위해 무대에 서는 것인가, 아니면 혹시 다른 뜻이 있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그럼 남자들만 있는 곳 앞에서도 순수하게 집중해서 연주할 수 있을 것인가?하고 자문했을 때, 아니라는 결론이… (일동웃음) 음악은 음악 자체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과 모든 것들이 총체적으로 함께 자연스러운 흐름이 있을 때 그 안에 있는 것이구나 결론을 내렸죠. 

     

     

    김오키 : 앞으로 작업을 같이 하고 싶은 아티스트 있으세요? 음악 쪽 아니더라도.

     

    허대욱 : 많다면 많을 수도 있고, 없다면 없을 거 같아요. 일단 제가 뭘 하는지에 따라서 그것에 맞게 같이할 수 있는 분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의 오랜 팬이었던 김오키의 질문들을 통해 들여다본 허대욱의 세계는, 견고하고 깊은 그의 음악과 같았다. 한 시간이 넘게 이어진 인터뷰는 평소의 딱딱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아티스트로써의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로 꽉 채워진 시간이었다. 이번 공연 <악흥의 순간>을 통해 확인할 그의 음악적 지평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