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 STAGE/관객의 시선

    아리스테_artiste 2014. 11. 1. 15:34


    [관객의 시선]에서는 지난 공연의 리뷰와 연습현장 방문기를 소개합니다.

     

     

     

     

    그래서 결국, 김오키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LIG문화재단 기획공연 | 김오키의 음악 대작전 #4. 롯데, 한국시리즈 첫 우승 

    <승리는 너의 것>with 김일두

    2014년 10월 9일(목) 8pm LIG아트홀ㆍ부산

     

     

     

     

    김옥희? 김오키? 처음엔 이름만 듣고 샤방샤방한 노래를 하는 흔한 홍대 여신 중 하나인 줄 알았다. 김오키는 젝스키스, 구본승의 백댄서 출신으로 독학으로 색소폰을 배웠고, 2014년 한국대중음악상 재즈크로스오버 최우수 연주상을 수상한 프리재즈 연주자라는데 스스로 그의 음악을 ‘재즈는 아니다.’ 라고 주장한다.

     

    백댄서 출신의 색소포니스트... TV 예능프로 <스타킹>이나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팝핀 같은 현란한 댄스 퍼포먼스와 색소폰 연주를 병행하는 춤추는 색소폰 청년 대충 이런 이미지가 떠올랐다. 게다가 롯데 자이언츠가 처음 우승한 날을 기리기 위해 10월 9일, <승리는 너의 것> 이란 타이틀로 공연을 한단다. 백댄서, 색소폰, 프리재즈연주자, 재즈는 아니다, 심지어 롯데 자이언츠…. 제멋대로 흩어진 단서들로 김오키의 정체는 점점 더 흐릿하고 모호해졌다. 그냥 가서 직접 보고 듣고 정체를 확인해야겠다.

     

     



     

     

    제법 바람이 쌀쌀해진 2014년 10월 9일 저녁 8시 LIG아트홀·부산 객석은 관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초록색 인조잔디가 깔린 야구장 그라운드 모양으로 무대는 꾸며져 있었다. 마치 연극이나 뮤지컬이라도 펼쳐질 것 같은 범상치 않은 무대는 공연 전부터 기대와 호기심을 잔뜩 증폭시켰다. 어쨌거나 재즈(는 아니라지만)공연은 참 오랜만이다. 90년대 초... 잠깐이었지만 뜬금없이 재즈가 유행이었던 적도 있었다. 스치듯 지나간 대한민국 재즈 열풍의 중심엔 사실상 재즈와는 그다지 상관없는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의 주인공 차인표와 케니G가 있었고 둘 다 색소폰을 불거나, 부는 척했다. 어쩌면 그때부터 색소폰=재즈라는 고정관념이 머릿속에 자리 잡았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무대 위 그라운드 1루수와 2루수 자리에 드럼과 건반/베이스 연주자가 등장해 ‘쓰리 김 박사와 서 조교의 시간 여행’이란 곡으로 공연을 열었다. 어린 시절 학교 앞 전자오락실 안의 풍경처럼 뿅뿅대는 전자음과 변칙적인 드럼이 장내를 휘젓던 중 3루수에 기타리스트, 중앙 투수석에 주인공 김오키가 색소폰을 메고 나타나 연주에 합류했다. 견고한 불협화음들을 동력으로 멀리 안드로메다를 향해 날아가는 비행물체를 연상시키는 곡이었다.

     

    첫 곡이 끝나고, 캄캄하게 암전된 무대 벽면 위로 오래전 극장에서 영화 상영 전에 나왔던 ‘대한뉴우스’처럼 전두환 전 대통령과 최동원 투수의 모습이 담긴 흑백 영상들이 스쳤다. 이어지는 두 번째 곡 ‘5월의 형제’가 장중한 리듬의 콘트라베이스 연주로 시작해 점층적으로 격렬해졌다. 10여 분이 넘게 취한 듯 비틀거리고 휘청거리다가 끝내 미쳐 날뛰는 김오키의 색소폰 연주는 록커들보다 더 뜨겁고 역동적이었다. 저러다 지미 헨드릭스처럼 색소폰을 바닥에 내리쳐 박살 내고 불 지르지나 않을까 우려될 정도였다. 김오키의 색소폰은 아직 언어를 깨치지 못한 인간의 뜨겁고 거친 육성처럼 들리기도 했다. 실제로 연주 중에 틈틈이 추임새처럼 ‘아아악!!’ 괴성을 질러댔다. 재즈는 아니라는 그의 주장을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다. 재즈뿐 아니라 저런 건 어디서도 듣도 보도 못했다.

     

     

              


     

     

    다시 암전이 되고 빨갱이 논쟁을 벌이는 두 사내의 목소리가 오고 가다 결국 ‘하고 싶은 말 다하는 게 빨갱이지’라는 결론을 내며 끝이 나자 관객석에선 공감인지 허탈함인지 알 수 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역시 재즈는 아니었나 보다. 재즈라면 어쩐지 근사한 도시야경이 펼쳐진 라운지나 담배 연기가 안개처럼 자욱한 재즈바에서 와인 잔을 들어 당신의 눈동자를 위해 치얼스! 하는 그런 달달하고 폼 나는 음악이라 믿었는데,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뜨거운 쇳소리를 쏟아내는 김오키의 연주는 그 또한 식상하고 진부한 빨갱이 논란처럼 편견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듯했다. 

     

    멘트 하나 없이 길고 긴 연주를 이어가던 김오키가 처음으로 관중들 앞에서 입을 열었다. 예상외로 어눌한 목소리로 자신은 결코 종북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라고 당부하고는 밴드 멤버들과 함께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으로 환복을 했다. 그리고 즉석에서 섭외한 중년 아저씨 관객 한 분과 함께 ‘부산 갈매기’를 연주했다. 평균 10여 분이 넘는 곡들을 집중해서 감상하느라 적잖이 긴장해 있던 객석에선 마치 사직구장 응원석처럼, 또는 전국노래자랑 녹화현장처럼 합창과 갈채가 시끌벅적하게 흘러넘쳤다. 부산 갈매기를 열창하는 아저씨는 어쩌면 사전에 섭외된 가수가 아닐까 의심될 만큼 구성지고 흥이 넘치는 무대를 펼치고 내려갔다. 이어서 이상의 <날개>를 모티브로 한 곡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렵다.’가 연주되었다. 브레이크 없는 트럭처럼 질주하는 락킹한 연주에 심취하다 보니 어쩐지 막 겨드랑이가 가려워지는 건 과연 기분 탓이었을까, 안 씻어서였을까? <상놈타령>까지 질펀하게 연주를 풀어놓은 후, 드디어 중구천재, 전국의 이혼녀들과 에이즈 보균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부산의 록스타 김일두가 구원투수로 그라운드 위로 등장했다. 그 역시 롯데 자이언츠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사이즈가 좀 작았다는 게 (일명 찌셔츠) 아쉬웠다.

     

     

     


     

     

     

    김오키는 김일두를 소개하며 서울에선 되게 유명한데 정작 부산에선 별로 안 유명한 것 같다고 소개했다. 그러게 말이다. 나도 그게 참 이상했었다. 그리고 김일두의 음악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주 듣지 못한다는 비겁한 변명도 덧붙였다. 역시 공감 가는 이야기였다. 어쩐지 자주 듣긴 뭣하더라니…. 싱어송라이터 활동 외에도 지니어스라는 3인조 다국적 락앤롤 밴드를 병행하고 있는 만큼, 밴드와 함께 연주하는 김일두의 모습은 그다지 낯설지는 않았지만, 김일두의 노래는 어쩐지 생소했다. 사실 김일두 노래는 멍게랑 소주 먹을 때 들으면 마치 삼합처럼 궁합이 딱 맞아 떨어진다. 그러나 재지한 느낌의 콘트라 베이스, 색소폰연주와 함께 어우러지는 김일두 노래는 와인이나 싱글몰트 위스키랑도 제법 어울릴 것 같았다. 김일두의 대표곡 ‘문제없어요’, ‘사랑의 환영’ 앵콜곡 ‘새벽별’을 끝으로 김오키의 음악대작전 #4. 롯데, 한국시리즈 첫 우승 <승리는 너의 것>은 막을 내렸다. 사회적 메시지와 파격적인 음악적 실험, 자갈치 시장바닥 같은 시끌벅적, 유쾌한 활기가 버무려진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 밖을 빠져나오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쩔 수 없이 공연 내내 즐겁기는 하였으나 결국 김오키의 정체는 무엇이었는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재즈냐 아니냐 장르를 따지는 것도 어쩐지 부질없게 느껴졌다. 김일두가 늘상 입버릇처럼 던지는 말처럼 어차피 죽으면 다 흙이다. 결국, 김오키의 정체를 밝히는 미션은 분하게도 실패하고야 말았지만, 이제부터라도 김오키의 음악을 더욱 치밀하고 집요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새로운 미션이 떨어진 것 같다. 

     

     

     

     

     



    방호정 the street writer


     

    신광유치원 그림대회 금별상 수상 후 미술에 회의를 느껴 크래파스를 꺽음. 

    이름만 대면 아무도 모르는 진짜 인디밴드 두어 개를 말아먹음. 

    1000만 관객 시대를 연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중공군으로 열연. 

    국제신춘문예 소설 당선 후 작가 자유기고가 영화배우 잡지기자 공연기획, 다큐멘터리 감독 등등 다양한 활동을 주로 집에서 펼치고 있음. 

    dotory99@hanmail.net

     

     

     

     


    위 글은 방호정 님의 글로, LIG아트홀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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