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섬

임현철 2008. 8. 14. 10:02

바다 아낙의 쓰린 삶을 보듬은 ‘꽃섬’


상처 입은 여인의 쓸쓸한 여행 무대 <꽃섬>
[꽃섬, 하화도 7] 바다 아낙

 

  

# 1. 긴긴밤 바다 아낙의 독수공방


“같이 살려고 결혼했는디 같이 잘라허믄 신랑이 배 타러 간다고 가 불고. 긴긴 밤 얼마나 원망했다고. 그게 바다 사람들 삶이지. 남편은 10여 년 전에 먼저 하늘나라로 먼저 가 불고, 남편 생각허믄 눈물만 나지….”

 

바다 사나이와 결혼한 바다 아낙 김귀엽(72) 할머니의 아쉬움입니다. 옥수수를 까며 말하는 폼에 남편을 향한 원망(?)이 서려있습니다. 바다 아낙의 독수공방을 무슨 말로 위로하겠습니까?

 

“배 타러 안가는 날은 술 묵고 밤늦게 들어와 욕 묵고 바깥에서 잤지. 부석(부엌)에서 자는 남편이 왜 그리 우스웠는지….”

 

김귀엽 할머니의 남편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은 추억으로 묻어 있습니다. 그리운 남편에 대한 추억이 이것 밖에 없겠습니까? 김 할머니는 먼저 간 남편 생각을 떨치듯 자리를 옮겨 애궂은 콩 타작을 합니다. 탁딱탁딱~ 타다다닥~.

 

독수공방의 설움에 고갤 떨구는 김귀엽 할머니.

 

# 2. 죽은 아이를 품은 바다 아낙


“얘기 다섯을 낳았어. 그란디 둘째가 세 살 때 죽었지. 변변히 무덤도 못쓰고 바닷가에 묻었어. 살았스믄 고생만 실컷 했을 것인디…. 지금 생각허면 그때 잘 죽었어. 편헌 세상으로 간 거지….”

 

바다 아낙 정도진(71) 할머니의 가슴 쓰린 사연입니다. 자식 먼저 앞세우고 마음 편할 부모 어디 있을까요?

 

“둘째는 아프다가 죽었는디, 아이가 아플 때 육지서 친언니가 왔어. 친언닌가 왔는디도 하나도 안반가워. 못 살고 쪼들리는 생활에다 얘까지 아픈 께로 하나도 반갑지가 않더라고. 모질게 살아야 했어…”

 

둘째가 아파서야 섬으로 시집 간 동생 집을 처음 방문했다는 언니. 그런 언니마저 반갑지 않았다는 동생. 자매간에 구구절절 무슨 말이 필요했겠습니까? 손잡고 “잘 살아라!”하며 뒤돌아섰겠지요. 그리고 몰래 눈물을 훔쳤겠지요.

 

보건소에서 탔던 약값 외상 1000원을 갚으러 와선 천연덕스레 침대에 누워 말하는 정도진 할머니의 눈가에 눈물이 고입니다.

 

보건소에서 쉬다 눈시울을 적시는 정도진 할머니.

 

# 3. 상처 입은 세 여자의 여행지 <꽃섬>


“열여섯 어린 나이에 아기 낳아 화장실에 버리는 여자. 후두암으로 아름다운 목소리를 잃게 된 뮤지컬 가수. 남편 몰래 몸을 파는 여자. 이렇게 상처 입은 세 여자가 떠나는 여행. 슬픔과 불행을 잊을 수 있다며 찾아간 꽃섬…”

 

송일곤 감독에게 베니스영화제 신인감독상, 도쿄필름엑스영화제 그랑프리를 안겨준 영화 <꽃섬>의 내용입니다. 상처 입은 세 여자가 떠나는 쓸쓸한 여행의 무대가 바로 여수 하화도 ‘꽃섬’입니다.

 

“희망과 슬픔 사이 그곳엔 신비한 힘이 있다…. 꽃섬은 마지막 마음의 안식처다. 정말로 꽃섬은 모든 슬픔이 사라지고 향기만이 그윽한 지상 낙원…. 신비와 희망의 섬, 꽃섬. 그곳은…”

 

영화 <꽃섬>이 그린 세 여자의 상처와 실제 ‘꽃섬’ 바다 아낙의 상처가 닮아 있음을 봅니다. 삶은 상처를 낳고, 그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꽃섬에 가면 모든 슬픔과 불행을 잊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일까?

 

꽃섬은 봄과 가을에 가장 아름답다 합니다. 동백꽃, 선모초(구절초), 진달래, 제비꽃 등이 만발해 불행과 슬픔을 날려버린다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꽃섬에는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죽으면 사람이 살지 않는 텅빈 섬이 될까 그것이 걱정이지…”

 

영화 <꽃섬> 포스터.

 

 

비밀댓글입니다
님의 글덕으로 상,하화도를 깊게ㅡ사랑스런 섬으로 다가왔네요.
이젠 꽃섬에 내려서서 님 글속의 주인공들 을 만나 볼렵니다.
여수만 의 모든 섬들을 다녀 봅니다만 꽃섬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했네요.
자주 와서 님의 소리를 접할께요.
참상세하게 잘취재하셨네요.제가 그곳에가서 할머님들 말씀을들은것같은 기분이드네요.
할머니들의 험난한 인생이 서글프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