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섬

임현철 2008. 9. 8. 04:06

그 많던 고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원인, 2년 전 컨테이너 추락으로 인한 환경오염
어민 시름 깊어 “추석 전까진 집에도 못 들어가”

 

 

7일 새벽 3시에 도착한 여수시 돌산 군내리 수협 위판장은 어둠에 싸여 있다.

어둠 속에 세 척의 배가 불빛을 품어낸다. 연안복합 새우조망 어선이다.

잡은 생선을 경매에 내기 위해 상자에 담느라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다.

 

모두 잠든 새벽, 그들의 작업을 보기 위해 육지와 배를 연결하는 빠지를 당긴다.

인기척을 내며 그들에게 다가간다. 고기가 있긴 한데 시원찮다.

 

7일 새벽 3시, 여수시 돌산 군내리 수협 위판장 앞에는 3척의 배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 많던 고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예전에는 고기 많이 잡았나요?”
“옛날에는 아무데나 마구 그물 던져도 엄청 잡았지. 그물 당기는 것도 힘에 부쳤는데, 요즘은 그물 올리기가 겁이 나. 올려봐야 가뭄에 콩나듯이 올라오니 뭔 재미가 있겠어. 추석이라 나오긴 나왔는데 새우가 아직 안 들었어.”

 

이정술(48)ㆍ박전순(47)씨 부부의 설명이다. 박전순 씨는 “대학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등록금을 아직도 못냈다.”“고등학교 납부금은 월요일까지 내야 하는데 걱정이다.”고 한숨 섞인 반응이다.

 

“그 많던 물고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어디 가긴, 도망갔지. 사람 입으로 헤엄쳐 들어갔지. 2006년 태풍으로 컨테이너가 새우조업 구역에 침몰한 후, 수거를 안해서 바다가 오염돼 그렇지. 새우잡이 어부들만 죽어나는 거지 뭐.”

 

한창 고기 정리로 바쁜 어민들.

 

2년 전 태풍 때 컨테이너 추락…2차 환경오염 우려

 

2006년 7월, 태풍 ‘에위니아’로 인해 여수시 남면 금오도 인근 해역 새우 조업 허가구역에 컨테이너 전용선인 싱가폴 선적 2척에서 컨테이너 182개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이로 인해 유실된 프린터 잉크카트리지 6만개 등 쓰레기 994포대와 화학제품 1만707개를 수거했었다. 또 부유물 중 황산, 배터리 액 등 화학물질이 대량으로 있어 컨테이너와 쓰레기 수거 후, 해양환경 오염으로 인한 바다 생태계가 파괴가 우려됐었다.

 

이에 따라 새우잡이 어민들은 지난 해 “그물이 찢기는 피해와 컨테이너에서 쏟아진 옷 등 해양쓰레기로 인해 어패류 서식환경이 오염됐다.”며 앞으로 “2차 피해로 이어져 생존에 큰 위협을 받게 됐다”고 피해를 호소했었다.

 

지난 해, 어민들은 수거된 쓰레기를 들고 여수시 등에 피해를 호소했다.

 

어민, 빚을 내야 하는 상황까지 몰려

 

이정술 씨는 “2년이 흐른 지금까지 바다 밑에는 아직도 컨테이너 수거가 덜돼 그물이 찢기고, 어장이 오염돼 고기도 컨테이너 침몰 이전의 1/3 밖에 안 잡힌다.”“어획고 감소 등의 여파가 남아 있다.”고 말해 어획고 감소 원인을 컨테이너로 꼽았다.

 

실제로 이 씨 부부가 6일부터 7일 새벽까지 잡은 어획고는 양태 1상자, 새우 1상자, 깔게 10상자, 장어 2조랑과 꽃게ㆍ오징어ㆍ꼴뚜기ㆍ복어ㆍ서대ㆍ게 등으로 약 50만원에 그치고 있다.

 

이런 벌이로는 대학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 등록금을 대기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 더군다나 “새우 금어기인 7~8월이 겹쳐 나뿐 아니라 다른 어민들도 빚을 내야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이로 인해 “어선 감척까지 생각하고 있지만 희망하는 어부가 너무 많아 그것도 마음대로 안된다.”고 하소연이다.

 

그렇다고 하루밤 편히 집에서 잠을 청할 수도 없다. 사정에 대해 그는 “없는 놈이 한가하게 쉴 틈이 어딨어. 이래서는 추석도 못 지내. 추석 전까진 집에도 못 들어가. 계속 고기 잡아야지 안 그러면 추석? 어림없어.”라 말한다.

 

‘없는 사람들이 믿을 건 몸뚱이 밖에 없다’더니, 맞는 소리다. 이래저래 서민들의 한숨만 깊어간다. 


 

새우 등 잡은 물고기를 경매장에 보내기 위해 화물차에 싣는 이정술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