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이야기

임현철 2009. 11. 6. 07:08

부모 이혼, “아이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것”
부부만큼 중요한 게 ‘가족’임을 배운 하루

 

 

 

“아빠. 아빠는 엄마한테 말로 못 당하잖아요.

그러면서 왜 아빠는 엄마한테 이기려고 해요.

아빠, 그냥 져요. 져.”

 

간혹 아내와 말다툼 때, 딸아이 훈수는 기가 막혔습니다.

그랬는데 이틀 전 아침, 초등 5학년 딸아이가 방에서 나오더니 울먹이며 난데없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엄마. 아빠랑 헤어질 거야? 어른들은 이해가 안돼요.”

 

아내는 아이와 방으로 들어가더니 이야기를 나누더군요. 흐느낌과 이야기 소리가 났습니다. 아내는 아이들이 학교에 간 후 한 마디를 남기고 출근길에 나섰습니다.

 

“지난 주 당신이 여행 가기 전, 아이들이 잘 때 우리가 잠시 다툰 걸 들었나봐. 아무래도 그것 때문에 악몽을 꿨나 봐요.”

 

지난 주 지인과 술 한 잔 하고 늦게 들어와 아내에게 큰 소리로 불만을 터트렸는데, 아이가 자다가 이걸 들었던 게 원인이라 짐작했습니다.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엄마랑 아빠가 헤어지려고 하는 꿈을 꿨대요.”

 

- 여보, 얘가 무슨 꿈을 꾼 거야?
“엄마랑 아빠가 헤어지려고 하고, 자기는 혼자 비를 맞고 마구 돌아다니는 꿈을 꿨대요. 꿈 이야기를 하면서 마치 실제로 겪은 일처럼 서럽게 울더라고. 얘가 얼마나 악몽이었으면 힘도 하나도 없이 흐느적거리며 나왔겠어요.”

 

- 뭐라고 토닥거린 거야?
“어른들도 의견이 맞지 않으면 싸우기도 해. 그렇다고 꼭 헤어지는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엄마, 아빠는 이혼하지 않고 잘 살 거야 하며 꼭 안아줬어요. 그랬더니 아이 얼굴이 밝아지대요. 앞으로 당신에게 더 잘할 게요.”

 

헉! 아내의 입에서 “더 잘할 게요”란 말이 나올 줄 몰랐습니다. 이걸 전화위복이라 해야 할지, 속없다고 해야 할지 난감하더군요. 사실 아내는 슈퍼우먼입니다. 단, 한 가지 흠이라면 애교가 살짝 없다는 것 빼고 말입니다.(딸은 그 한 가지 흠도 없다 합니다.)

 

이런 아내에게 술 먹고 불만을 터트렸으니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은 철없는 남편이지요. 부부싸움이 아이에게 충격이었나 봅니다. 부부싸움 하지 않길 바란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랬는데, 어제 밤 초고를 쓴 후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 너 어떤 꿈을 꾼 거야?
“엄마 아빠가 이혼한다고 이혼 여행을 가자는 거예요. 근데 큰~ 보따리를 들고 가자는 거예요. 저는 이혼 자체가 싫어서 강아지랑 도망을 갔죠. 한참 놀고 있는데 제 얼굴만 한 빗방울이 떨어지자 친구들이 집에 가더라고요. 저는 갈 곳이 없어 강아지와 무거운 짐 보따리를 들고 사정없이 마구 달렸어요. 팔이랑 다리가 아파서 죽는 줄 알았어요.”

 

-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니 꿈은 꿈이네. 근데 엄마가 이야기 하던 팩트랑 다르네. 네가 꾸었다는 꿈의 핵심이 뭐야?
“엄마 아빠 이별 여행 때문에 제가 비도 맞고, 무거운 짐을 들고 뛰어야했다는 거죠.”

 

헐! 부모와 자식 간 생각이 이렇게 다른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더 물었습니다.

 

 

아이 생각, “이기려 들지 말고, 아내 생각을 들으라고요!”

 

- 엄마 아빠가 자주 싸우는 편이야?
딸 아들 : “아뇨. 자주 싸우지는 않는데 간혹 심각할 때가 있어요.”

 

- 엄마 아빠 부부 사이를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이나 될 것 같아?
딸 아들 : “A+는 아니고 A에서 B+ 사이.”

 

아이들이 부부를 더 잘 아나 봅니다. 보고 배우니 그러기도 하지요. 부부 사이 평점이 높아 기분 좋았습니다. 마지막 결론은 아이에게 직접 내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랬더니 노트북에 앉아 이렇게 썼습니다.

 

“부모들은 자신들의 사유로 쉽게 이혼하지만 아이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남편 분들! 아내에게 잘 하세요! 이기려고 들지 말고, 아내의 생각을 들으시라고요!”

 

어쨌든 어제는 아이들에게 ‘부부’만큼 중요한 게 ‘가족’임을 배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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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애들 입장에서 이것만큼 당황스럽고 고통스러운일이 어디있을까 싶네요.ㅠㅠ
그런 것 같습니다.
아이의 꿈때문에 정말 황당하긴 했지만 좋은 해프닝이었던 것 같네요.
가족간의 사랑도 더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특히 아내에게 이기려 들지 말고 생각을 들으라고 하는 말씀 본인의 깨달음이시죠?
남편들이여~공감하시나요?
아이의 말입니다. 한 수 위더라니까요. 배웠지요.
저도 우리 아이 인터뷰해봐야겠습니당^^ㅎ
요즘은 아이들한테 배워야합니다^^ㅎ
아이들이 제일 두려워하는게 싸움이고 부모들의 이혼인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오히려 성인들이 배우는게 많이 있는것 같아요.
아이들을 위해서 알뜰살뜰 살아야죠.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잘보고 갑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잘 지내시는 모습 참 부럽습니다.
비밀댓글입니다
가정 가족..
들을때마다 가끔은 미안하고 그렇습니다...ㅡㅡ
큰상처가 되지요...
이별여행이란 단어가 슬프게 들립니다..
그러나 가끔은 싸우고 잘 화해하는 모습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안 싸우는 부부가 없으니까요...^^
맞아요. 조금만 뒤로 물러나면 행복이 보이는 것을...

잘 보고 가요.
임현철님은 사모님께 정말 잘 하실것 같은데요?
싸우실 때 그냥 한번 씨익~웃어주심 사모님 기분 다 푸실듯^^
아이들은 부모님이 싸우면 나 때문에 그런다는 죄책감을 가진대요.
물론 아이들 때문이 아닌데도요.
부모들의 싸움은 아이를 병들게 하지요.
물론 현철님의 가족은 건강하고 행복해 보입니다.
글 잘 보고 가요. ^^
부모들이 싸우고 또 그 싸움의 정도가 심하고 잦은경우
아이들은 정상적인 정서를 갖기가 정말 힘들죠. 정말이지 죄짓는건데 말입니다.
"아이들을 생각해서 라도" 라는 말을 부모들은 다시금 가슴에 세겨야 할 것입니다.

글 잘 보고 많은 생각하고 갑니다.
꾸벅~
이혼하시면 절대 안됩니다. ㅎㅎ
주말 잘 보내시구요.
아이들 장래를 생각 하시면서 조금씩 양보를 하셔야 하는게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꿈에라도 이혼하는게 얼만 충격이 컸겠어요..
아주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글입니다.
비밀댓글입니다
드라마을 봤나요...책을 읽었나요.., 아이주변에 누가 이혼했나요... 그런 꿈을 꾸다니... 저도 정말 심각할 때 남편과... 아이한테 엄마 아빠랑 이혼할까 했던적이 있던데...말 끝내자 마자 아이의 불안한 모습에 제가 말실수 한 걸 인정하고 ... 다시는 그런말도 안하고 생각도 안 합니다... 아이들... 정말 민감해요... 부부싸움하는 모습도 아이앞에 보이면 안되구요...
남편이 한발 물러나 주면 가정이 평안할 텐데 울 신랑은 끝까지 버티고 있네여..아이들 보기 부끄럽고 아직도 냉전중이랍니다..언젠간 양보해서 울 가족도 행복한 날이 오겠죠..
현명하신 판단에 동감합니다.. 우리네 부모들 자식생각하면 뭔들 못하겠어요..반성해야 할것같아요.
즐건 할루 보내세요..
주변에 그런 일들이 많으니 미리 짐작으로 위기를 느낀것 같네요..

ㅎㅎ
자주싸워야 정도 들겠지요, 윤희상씨의"파티"라는 노래를 한번들어 보세요,첫눈에 뿅가서 재혼한
아내,교통사고,하반신마비, 지극정성인 아내를 위해 부른노래지만 음미해볼만 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