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이혼, “아이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것”
부부만큼 중요한 게 ‘가족’임을 배운 하루
“아빠. 아빠는 엄마한테 말로 못 당하잖아요.
그러면서 왜 아빠는 엄마한테 이기려고 해요.
아빠, 그냥 져요. 져.”
간혹 아내와 말다툼 때, 딸아이 훈수는 기가 막혔습니다.
그랬는데 이틀 전 아침, 초등 5학년 딸아이가 방에서 나오더니 울먹이며 난데없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엄마. 아빠랑 헤어질 거야? 어른들은 이해가 안돼요.”
아내는 아이와 방으로 들어가더니 이야기를 나누더군요. 흐느낌과 이야기 소리가 났습니다. 아내는 아이들이 학교에 간 후 한 마디를 남기고 출근길에 나섰습니다.
“지난 주 당신이 여행 가기 전, 아이들이 잘 때 우리가 잠시 다툰 걸 들었나봐. 아무래도 그것 때문에 악몽을 꿨나 봐요.”
지난 주 지인과 술 한 잔 하고 늦게 들어와 아내에게 큰 소리로 불만을 터트렸는데, 아이가 자다가 이걸 들었던 게 원인이라 짐작했습니다.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엄마랑 아빠가 헤어지려고 하는 꿈을 꿨대요.”
- 여보, 얘가 무슨 꿈을 꾼 거야?
“엄마랑 아빠가 헤어지려고 하고, 자기는 혼자 비를 맞고 마구 돌아다니는 꿈을 꿨대요. 꿈 이야기를 하면서 마치 실제로 겪은 일처럼 서럽게 울더라고. 얘가 얼마나 악몽이었으면 힘도 하나도 없이 흐느적거리며 나왔겠어요.”
- 뭐라고 토닥거린 거야?
“어른들도 의견이 맞지 않으면 싸우기도 해. 그렇다고 꼭 헤어지는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엄마, 아빠는 이혼하지 않고 잘 살 거야 하며 꼭 안아줬어요. 그랬더니 아이 얼굴이 밝아지대요. 앞으로 당신에게 더 잘할 게요.”
헉! 아내의 입에서 “더 잘할 게요”란 말이 나올 줄 몰랐습니다. 이걸 전화위복이라 해야 할지, 속없다고 해야 할지 난감하더군요. 사실 아내는 슈퍼우먼입니다. 단, 한 가지 흠이라면 애교가 살짝 없다는 것 빼고 말입니다.(딸은 그 한 가지 흠도 없다 합니다.)
이런 아내에게 술 먹고 불만을 터트렸으니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은 철없는 남편이지요. 부부싸움이 아이에게 충격이었나 봅니다. 부부싸움 하지 않길 바란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랬는데, 어제 밤 초고를 쓴 후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 너 어떤 꿈을 꾼 거야?
“엄마 아빠가 이혼한다고 이혼 여행을 가자는 거예요. 근데 큰~ 보따리를 들고 가자는 거예요. 저는 이혼 자체가 싫어서 강아지랑 도망을 갔죠. 한참 놀고 있는데 제 얼굴만 한 빗방울이 떨어지자 친구들이 집에 가더라고요. 저는 갈 곳이 없어 강아지와 무거운 짐 보따리를 들고 사정없이 마구 달렸어요. 팔이랑 다리가 아파서 죽는 줄 알았어요.”
-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니 꿈은 꿈이네. 근데 엄마가 이야기 하던 팩트랑 다르네. 네가 꾸었다는 꿈의 핵심이 뭐야?
“엄마 아빠 이별 여행 때문에 제가 비도 맞고, 무거운 짐을 들고 뛰어야했다는 거죠.”
헐! 부모와 자식 간 생각이 이렇게 다른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더 물었습니다.
아이 생각, “이기려 들지 말고, 아내 생각을 들으라고요!”
- 엄마 아빠가 자주 싸우는 편이야?
딸 아들 : “아뇨. 자주 싸우지는 않는데 간혹 심각할 때가 있어요.”
- 엄마 아빠 부부 사이를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이나 될 것 같아?
딸 아들 : “A+는 아니고 A에서 B+ 사이.”
아이들이 부부를 더 잘 아나 봅니다. 보고 배우니 그러기도 하지요. 부부 사이 평점이 높아 기분 좋았습니다. 마지막 결론은 아이에게 직접 내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랬더니 노트북에 앉아 이렇게 썼습니다.
“부모들은 자신들의 사유로 쉽게 이혼하지만 아이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남편 분들! 아내에게 잘 하세요! 이기려고 들지 말고, 아내의 생각을 들으시라고요!”
어쨌든 어제는 아이들에게 ‘부부’만큼 중요한 게 ‘가족’임을 배운 하루였습니다.
가족간의 사랑도 더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특히 아내에게 이기려 들지 말고 생각을 들으라고 하는 말씀 본인의 깨달음이시죠?
남편들이여~공감하시나요?
요즘은 아이들한테 배워야합니다^^ㅎ
아이들에게 오히려 성인들이 배우는게 많이 있는것 같아요.
잘보고 갑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잘 지내시는 모습 참 부럽습니다.
들을때마다 가끔은 미안하고 그렇습니다...ㅡㅡ
이별여행이란 단어가 슬프게 들립니다..
그러나 가끔은 싸우고 잘 화해하는 모습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안 싸우는 부부가 없으니까요...^^
잘 보고 가요.
싸우실 때 그냥 한번 씨익~웃어주심 사모님 기분 다 푸실듯^^
물론 아이들 때문이 아닌데도요.
부모들의 싸움은 아이를 병들게 하지요.
물론 현철님의 가족은 건강하고 행복해 보입니다.
글 잘 보고 가요. ^^
아이들은 정상적인 정서를 갖기가 정말 힘들죠. 정말이지 죄짓는건데 말입니다.
"아이들을 생각해서 라도" 라는 말을 부모들은 다시금 가슴에 세겨야 할 것입니다.
글 잘 보고 많은 생각하고 갑니다.
꾸벅~
주말 잘 보내시구요.
아주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글입니다.
현명하신 판단에 동감합니다.. 우리네 부모들 자식생각하면 뭔들 못하겠어요..반성해야 할것같아요.
즐건 할루 보내세요..
ㅎㅎ
아내,교통사고,하반신마비, 지극정성인 아내를 위해 부른노래지만 음미해볼만 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