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이야기

임현철 2020. 2. 25. 16:04

결혼 22주년 기념, 자축 저녁 만찬을 즐기며 신이 되다!




결혼기념일에 마주한 킹크랩입니다. 침이 꼴딱 넘어가대요.




인간은 불완전하게 태어난다죠?


이 불완전한 인간이 음(-)인 여자와 양(+)인 남자가 만나 결혼에 이르면 “둘이면서 하나고 하나면서 둘이다”고 합니다.


그래 설까, “음양이 상호 합일을 이뤄야 완전한 인간이 된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 아마, 결혼을 통해 비로소 완전한 신에 다다르고픈 희망을 담은 듯합니다.


부부, 결혼 후 끊임없이 서로 맞춰가는 과정을 거쳐 조화 속에 배려하며 자기성찰에 이르고자 하는 궁극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그래서 부부 관계를 끊임없는 수행 과정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선택 장애, 어떤 걸 골라야 최대의 효과를 날까?



뭘 먹을까, 수족관에서 고르는 일도 장난 아니더군요.





결혼과 함께 신이 된 부부. 지난 21일 어느 덧 22년차가 되었습니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어째 사고뭉치요, 말썽쟁이더군요. 무난하면 재미없다는 게죠. 틈틈이 진행되는 일탈을 통해 삶의 돌파구를 찾고자하는 욕망의 표출인 듯합니다.


이를 진작 눈치 챘을까? 저만의 여신이 일을 저지를 태세입니다.



“결혼기념일 뭐 먹으러 갈까?”
“우리 대게 먹으러 가요.”



말투는 확고했습니다. 여신이 까라면 까야지요. 믿는 구석이 뭘꼬?


알고 보니, 기념일 자축을 위해 예매했던 ‘호두까기 인형’ 뮤지컬공연이 취소되었더군요. 공연단의 직전 공연이 대구였던 관계로 코로나19 확산 염려 여파였습니다.(모두들 힘내시고, 슬기롭게 이겨 나가게요!)


게다가 해병대간 아들 휴가와 맞물려 명분이 충분했습지요. 고저 조용히 묻어가는 게 현명하다 싶었습니다.



대게 집 입구.

대게부터 킹크랩, 랍스타까지 종류와 크기가 다양합니다. 다양성 앞에 서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선택 장애. 어떤 걸 골라야 최대의 효과를 날까?


그런데 웬 걸. 여신의 선택은 거침없었습니다. 가장 큰 킹크랩을 떠~억 고르대요. 어쭈구리~^^, 했습니다.


경제권을 모조리 쥔 여신, 어디서 간이 부어 온 걸까? 애써 침착을 유지하며 곁눈질로 표정을 읽었습니다.





대게 한 번 배터지게 먹어보는 게 소원이다?



킹크랩 뚜껑에 비빈 밥도 '밥도둑'이었습니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 좋대.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거 몰라?’



바로 꼬리 내렸지요. 여신의 평소 말을 떠올렸습니다.


“대게 한 번 배터지게 먹어보는 게 소원이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야, 하며 위로했습니다. 대빵 큰 킹크랩이 얼마인지, 묻지 않았습니다. 고저, ‘맛있게 먹자’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찌지지직~, 카드 긁는 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이를 알아챘을까, 기어이 결정적 한방을 날립디다.



“우리 남편 가격 알면 기절하겠다.”



기절 대신, 킹크랩 살이란 살은 하나도 남김없이 쪽쪽 빼 빠짐없이 먹는 것으로 화답했지요. 진짜 맛있긴 맛있습디다. 먹다가도 간혹 살 발라 먹여주는 센스까지 발휘했습니다.


행복해하는 모습이 얼마나 즐겁던지. 이를 보던 아들이 한 마디 던지데요.



“이제야 부부 같네!”



어찌나 맛나던지 배가 터질 지경. 게 다리가 몇 개 남은 상황에서 입에 비린내가 돌았습니다. 이 정도면 물러나야 할 때.


게 뚜껑에 밥 비벼주길 요청했습니다. 또 문어 라면을 더했습니다.

참 요상하지요. 배부르다 하면서도 끝까지 먹는 습성이라니.


대게 집을 나오면서 여신이 내뱉은 한마디가 고마웠습니다.

만족할 줄 아는 삶, 이게 아마 신들이 삶이지 싶습니다.



“당신 덕분에 배 터지게 먹었네. 더 이상 소원이 없어!”



후식으로 나온 '문어 라면'입니다.

와~ 여수 다시 가고 싶다. 잘계시지요? 건강관리 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