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임현철 2007. 3. 23. 21:07
참여연대, 사무실 대신 거리로 "한미FTA 졸속 협상 중단!"

김민영 신임 사무처장 "심각하고 우려스러운 상황, 시민항쟁에 나서야 할 때"

 

이진영 간사(참여연대 시민교육팀) 2007-03-22

 

 

부슬비가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엔 긴장감이 역력하다. 천막을 나르는 작업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했다. 광화문 열린마당의 그야말로 ‘열린’ 입구는 경찰들로 인해 막혀 있었다. 농성장 바닥에 깔 스티로폼을 옮기는 일로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한쪽에선 천막을 들고 농성장 안으로 진입하려고 한다. 경찰이 더 이상의 천막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천막을 들이려는 쪽은 몸으로 천막을 감싸고 매달렸다. 천막을 뺏으려는 쪽은 그 사람들을 뜯어낸다.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천막 위에 주저앉았다. 그러고 한참을 서로 대치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3월 21일부터 30일까지 10일간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릴레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참여연대는 농성에 돌입하기 전에 1만여 회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단식 농성까지 돌입하게 된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농성 돌입에 대한 동의와 참여를 호소했다. 첫날 농성장에는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김기식 정책위원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첫 단식 농성자는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과 김기식 정책위원장으로, 김민영 사무처장은 “현 상황은 정말 심각하고 우려스러운 시점이다. 참여연대 회원을 비롯해 시민들이 이제 시민항쟁에 나서야 한다”며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참여연대는 그간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에서 대외협력팀을 담당하면서 국회모니터링 활동을 중심으로 대응해 왔다. 한달에 걸쳐 최재천 의원과 함께 ‘한미 FTA 상충법률조사’ 작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 협정 체결이 헌법을 포함한 국내 법률 169개를 개정 또는 폐지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갖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반면에 미국은 국내 법률과 충돌한다는 이유를 들어 한국정부의 요구를 거부해 왔다는 사실도 밝혔다.

첫날 단식 농성자인 김기식 정책위원장은 “(이는) 미국적 시스템으로의 경제통합과정이며 앞으로의 다양한 사회정책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만한 사안”이라며 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심각하게 지적된 것이 미국의 일정에 꿰어 맞추기식 협상이다. 한국정부가 협상의 내용보다 협상체결 자체에 매달리다 보니 미국 측 협상대표단(USTR)의 무역촉진권한(TPA)이 끝나기 전에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 하고 있다. 단일시장으로서는 세계 최대인 미국과의 광범위한 경제통합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가지고 우리 정부는 정해진 시일, 그것도 미국의 일방적인 스케줄에 맞추려고 하다 보니 협상의 내용을 챙길 겨를이 없어진 것이다.

2-30분간의 대치 끝에 농성단은 천막의 개수를 늘리지 않는 대신 현재 설치되어 있는 천막의 크기를 늘리는 것으로 경찰과 합의를 봤다. 시위대의 폭력성과 무관하게 한미 FTA와 관련한 집회를 원천봉쇄한다는 것이 얼마나 자의적인 원칙인가를 새삼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시민들의 정당한 목소리가 커지는 것만을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그 호소에 담긴 내용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인터뷰] 참여연대 릴레이 단식 농성 첫날 단식자 김민영 사무처장

참여연대가 지금까지 파병ㆍ비정규직법안ㆍ국가보안법 등 여러 사안에 있어 거리집회는 수차례 해 왔다. 그러나 그 절차가 남달랐던 것 같다.

상임집행위원회의 결의를 거쳤고 보도자료를 내기 전에 참여연대 회원 전체에 뉴스레터를 통해 호소문을 띄웠다.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협상을 시작한 이후로 우리는 많은 우려를 표명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은 졸속으로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28일 최종타결을 목표로 퍼주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으로 절박한 상황을 알리고자 거리에 나섰다. 현재 참여연대 사무실은 철시 상태이다. 전체 상근활동가들이 모두 나와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는 불평등한 협정 내용도 문제지만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한국정부의 비민주적 절차도 큰 문제라고 한다. 혹자는 이를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말하기도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연 현 정부가 민주정부인가하는 의문이 든다. 반민주・반인권적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 협상 개시를 선언하면서 공청회조차 갖지 않았던 정부는 국회에까지 정확한 정보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또한 한미 FTA 반대집회를 원천봉쇄하고 폭력・과잉진압을 하면서 기자들까지 폭행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한미 FTA와 관련해서 이성을 상실했다. 이는 국민적 동의 없이 강행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아마 정부는 28일까지 끝장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때문에 미국은 더욱 큰 요구를 내걸며 버티기를 하고 있다. 모든 것을 TPA라는 미국 측 일정에 맞추고 있다. 국회 비준절차가 남아 있지만 국회의원들조차 ‘어쩔 수 없다’라는 시각을 대체로 가지고 있다. 게다가 협상 이후 3년간 협정문은 비공개 대상이 된다. 우리 국민의 생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내용을 향후 몇 년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정책에 대한 모니터링과 의견서 등으로 대응해 온 참여연대가 문서 대신 거리에 나온 것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인가.

그렇다. 앞서 말했듯,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한미 FTA에 대한 대응으로 대외협력이나 정책사업을 통해 협상내용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데 중점을 두어 왔다. 그러나 ‘죽이 되던 밥이 되던 협상을 체결한다’는 막무가내 입장 앞에서 이러한 정책제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제는 거리에 나서야 할 때이다. 향후 열흘간 농성을 계속하고 매일 7시 반에 촛불집회를 할 것이다. 시민의 힘이 모인다면 이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갈 희망도 생길 것이다.

단식을 앞둔 소감을 말해 달라.

이미 범국본에서는 12일부터 단식농성을 해왔다. 사회 각계 원로들께서 오늘로 열흘 째 단식을 벌이고 계신다. 이런 가운데 하루 단식하는 것은 사실 부끄러울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참여연대 활동가로서 더 많은 시민들과 만나야 하는 임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근활동가 전체가 조를 나누어 릴레이 단식을 벌이고 이를 회원들・시민들과 공유함으로써 이 대열을 더욱 늘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참여연대 회원과 시민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현 상황은 정말 심각하고 우려스러운 시점이다. 회원들께서는 이제 시민항쟁에 나서야 한다. 장기간 단식농성을 벌이는데 텐트조차 못 치게 하는 공권력의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회원들과 시민들이 거리로 나설 때이다. 주류언론에서는 체결이 불가피하다는 둥, 이미 우리의 미래가 확정된 것처럼 선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이 협정이 우리 국민의 생존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많은 검토를 통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일방적 체결이 강행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우편・전기・수도 등 공공서비스가 시장자율화에 내맡겨지고 시장성이 없는 곳은 이런 서비스조차 받지 못할 것이다. 투자자소송제와 같은 조항은 앞으로 한국 정부가 공공 정책을 펴려고 할 때마다 제약이 될 것이다. 이것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공동의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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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참여연대
글쓴이 : 참여연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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