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임현철 2007. 6. 17. 15:24

“다 팔았는데"... "왜 안 팔리지"
아이들이 여는 ‘나눔의 장터’ 구경 하세요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 장터 풍경.


사람들이 웅성웅성, 바글바글 합니다. 주로 어린이들입니다. 깔판에 앉아 6ㆍ15 남북 정상회담 7주년기념 통일 한마당 행사에서 ‘통일 그리기 대회’를 하나 여겼는데 그게 아닙니다. 도화지와 물감, 물통, 크레파스는 없습니다.

 

그리고 난데없이 들려오는 소리,

 

“딱지 사세요. 옷 사세요. 장난감 사세요. 책 사세요.”

 

웬걸, 어린이들이 자기 물건을 열심히 홍보하고 있습니다. 웃음이 나옵니다. ‘어, 이거 뭐지?’ 호기심이 생깁니다. 좌판(?)에 앉아 물건 팔기에 열심인 이건형(여수 시전초, 5학년)ㆍ박호민(5), 이선민(3), 양재원(3)ㆍ이세형(6)군 일행에게 말을 건넵니다.

 

어린이 장터에 나온 물건들입니다.

 

인향들을 들고 나왔습니다.

 

전남 여수시 거북공원에서 열린 어린이 장터의 이건형 군 일행.

 

“애들아,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우리 어린이들 시장이에요.”


“뭘 파는 건데?”
“우리들이 쓰다가 안 쓰는 물건을 모아 필요한 아이들에게 팔아요.”

 

“넌 뭘 가져왔어?”
“장난감ㆍ책ㆍCDㆍ딱지ㆍ만화책을 가져왔어요.”

 

학용품 등도 있습니다.


“물건은 얼마에 팔어?”
“CD는 300원, 팽이는 100원, 책은 300원에서 500원에 팔아요.”

 

“지금까지 얼마 벌었어?”
“안 세봤는데…. 한, 1만 2천원 되요. 보통 1만원에서 1만 5천원 벌어요.”


“어린이 장터에서 팔아 본 느낌은 어때?”
“느낌요? 응~, 파는 게 재밌어요. 손님들도 잘 사고요.”

 

좌판에 텐트까지 동원됐습니다.

 

엄마 손을 잡고 나와 필요한 물건을 둘러보는 아이, 비싸다며 흥정을 하는 모습, ‘왜 이리 손님이 안 오지’ 조용히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아이, 자녀에게 필요한 물건을 고르는 부모, 어슬렁어슬렁 느긋하게 여기저길 둘러보는 아이들.

 

어른들도 물건을 사고 있습니다.

 

한 아버지가 물건을 너무 싸게 팔았다며 흥정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거름름 돈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오후, 6ㆍ15 통일 한마당 행사를 보러 전남 여수시 거북공원에 갔다가 만난 새로운 풍경입니다. 물건 구경 중인 김채영(여수 안심초, 5학년) 군에게 말을 붙입니다.

 

“넌, 뭐 사러 왔어?”
“사러 온 게 아니라 물건 팔러 왔어요.”


“그래. 근데 물건은 안 팔고 왜 이리 다녀?”
“이미 다 팔았어요. 온 지 30분밖에 안됐는데 다 팔았어요. 좀 둘러보는 거예요.”

 

어린 동생과 나온 어린이도 있습니다.

 

김채영 군의 말에 힘이 묻어납니다. 다른 아이들은 열심히 팔고 있는데 자기는 후딱 해치웠다는 자랑이 깔려 있습니다.

 

“어, 벌써 다 팔았어. 여기 자주 오나보네?”
“아니요, 오늘 처음 왔어요. 연습 삼아왔는데 빨리 팔아서 기분 좋아요.”


“야, 대단하다. 처음인데 다 팔았단 말이지. 어린이 장터는 어떻게 알았어?”
“학교에서 선생님이 말해줬어요. 진작 오려고 했는데 이제서야 온 거예요.”

 

왼쪽의 김선영 학생은 표정이 뾰루뚱 합니다.


옆에 앉아 우리 이야기를 친구는 얼굴이 시원찮습니다. ‘빨리 팔아 좋겠다’는 부러운 표정도 있습니다. 인형과 학용품이 깔려 있습니다. 김선영(여수 쌍봉초, 4) 학생에게 한 마디 던집니다.

 

“여기는 잘 안 팔려?”
“별로 못 팔았어요. 사람들이 다 학용품과 책만 팔아요. 업종이 많이 겹쳐 팔기가 쉽지 않아요”

 

이 정도면 행사 관계자를 안 만날 수가 없죠. 같이 운동하는 여수YWCA 성혜란 간사가 오고 있습니다. “홍보 좀 많이 되게 잘 좀 써주세요. 호호”합니다. 취재하는 걸 본 모양입니다.

 

아나바다 장터를 지키는 여수YMCA.

 

“이거 언제부터 했어요?”
“1994년 10월부터 시작했는데 시민들과 함께 재활용 시장을 구상하다 먼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거죠. 거북공원 주위에 있는 초등학교 찾아가 홍보하고, 여기에 온 학생들이 친구들 데리고 오고 그러다 보니 이젠 자연스레 ‘어린이 아나바다 나눔터’가 열리고 있어요, 이제 대상을 넓힐 생각이죠.”

 

참가자 명단만 적으면 누구나 재활용품 판매가 가능합니다.

 

어른들 관심도 대단합니다.


“학생들 참여 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매월 3째 주 토요일 오후에 자기가 팔 물건만 들고 오면 되요. 그리고 어린이 참가자 명단에 적고, 자리 잡아 나눠준 가게 간판 상호 붙여 팔면 되거든요. 아이들이 다 알아서 척척해요. 본래 2시부터 4시까지 열리는데 어린이들이 먼저 와 기다려 1시부터 5시까지로 시간을 늘렸어요. 아참, 방학인 8월과 1ㆍ2월 석 달은 안 열린답니다.”

 

“반응은 어때요?”
“세상을 배워가는 게 재미있나 봐요. 신나해요. 처음에는 물건 값 비싸게 붙였다가 안 팔리면 알아서 내려요. 스스로 조정이 되는 거죠. 그리고 어른들이 더 좋아해요. 아이들이 재활용품 팔아 용돈하고 그러는 게 신기하나 봐요. 어떤 어른들은 아이들 사다 주려고 일부러 오기도 하고요.”

 

물건이 안팔려 물건 값이 내렸습니다.

 

“앞으로 방향은?”
“(하하) 이거 취재가 아니라 순전히 취조네요, 취조. 어린이들이 ‘나눔’에 대해 알았으면 해요.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재활용하는 취지니까 판매기금에서 10%를 떼어 기금으로 모을까 해요. 이 기금으로 책과 학용품 등으로 섬에 전달하고. 강제로 걷을 수 없으니까 군데군데 기금함을 놔둘 생각이에요.”

 

어린이 아나바다 나눔터가 끝날 기미가 보입니다. 파장 때가 다가오니 아직 덜판 어린이들 일어서서 “옷 사세요”, “책 사세요” 소리를 지릅니다. 시장에서 손과 발을 굴러 “골라, 골라”하던 생각이 납니다. 좌판을 마무리한 김성호(시전초, 4)ㆍ신찬성 친구를 만납니다.

 

가져온 옷이 잘 안 팔립니다. 옷차림이 옷가게 주인 답습니다.

 

슬슬 파장이 되니 '골라, 골라'를 외칩니다.

 

“뭐 가져왔어? 다 팔았어?”
“책, 줄넘기, 제기, 슬리퍼, 게임 CD, 학용품을 가져왔는데 만화책이 제일 잘 팔려요. 슬리퍼, 줄넘기, 제기, 책 등 일부는 남아 가방에 넣었어요. 다음에 와서 또 팔려고요.”

 

“얼마 벌었어?”
“둘이 3천 3백 원 씩 나눴어요.”

 

“팔아본 소감은 어때?”
“친구랑 함께 팔아 재밌어요. 우리가 판 물건을 다른 친구가 잘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연습 삼아 재미로 하지만 실제로 장사가 어렵고, 돈 벌이가 쉽지 않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겠어요.”

 

김성호, 신찬성 친구도 물건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팔고 남은 물건들입니다.


그 소리에 아들 장사(?) 따라 온 김정곤 씨 얼굴이 환해집니다. 저녁에 자장면 파티라도 열 태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커가는 자식 얼마나 대견할까, 싶습니다.

 

행사 사진 아들에게 보여줬더니, 벌써부터 물건을 챙깁니다.

 

“다음 달은 아직 멀었는데….”
“아빠, 미리미리 챙겨야죠.”

 

웃음이 나옵니다. 어휴, 저걸 어쩌? 미리미리 챙기던 녀석이면 웃음도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음 달 나눔터 참여 후 아들 녀석의 변화를 지켜봐야겠습니다.

 

다음 달에는 아들 녀석도 이 자리에 동참하게 될 것입니다.

 

오마이뉴스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애들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인데 애들에 대한 뉴스가 너무 없다는 생각을 가끔 해봅니다. 애들의 생각이나 생활도 하나의 뉴스가 될 수 있는데 말입니다. ^^
제목과는 전혀 다른 훈훈한 이야기네요....^^;;;;
널리 함께 읽고 싶어서 추천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