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섬

임현철 2007. 6. 19. 17:38

세상이 살만하고 아름다운 이유

[알콩달콩 섬 이야기 20] 여수시 화정면 월호도 ① - '사랑의 집수리'

 

 

화재가 난 섬마을 장애자의 집을 찾아 치우고 닦는 사람들.

 

세상이 각박하다 하지만 아직 살만 한가 봅니다. 그것도 주택화재로 생활의 터전을 잃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섬 지역 장애인 가정의 집수리를 돕고 나섰다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훈훈한 인심으로 인해 마음까지 흐뭇합니다.

 

집수리를 하는 장애인 가정은 여수시 화정면 월호리 섬마을에 사는 1급 장애자인 배승화(28, 여)ㆍ2급 정신지체 장애자인 배승환(35, 남) 씨 남매의 집입니다. 배씨 집은 지난 5월 16일 오후, 주택에 화재가 발생해 내부 집기류와 가재도구가 모두 불에 타는 피해를 당했습니다.

 

이로 인해 배승환ㆍ승화 남매는 중화상을 입고 현재 여수 전남병원에서 치료 중에 있습니다. 배씨의 부모 또한 고령과 지병 등으로 거동이 불편해 근로활동이 어려워 기초생활수급대상으로 지정된 가정입니다.

 

전남 여수시 박병하 화정면장.

 

이 소식을 듣고 지난 18일 오전, 박병하 화정면장과 함께 여수시 월호도로 향했습니다. 배씨 남매 집수리 현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박병하 면장은 “딱한 사연을 접하고 GS칼텍스 여수공장이 봉사 도움을 자청했다”면서 화재경위에 대해 “누전으로 인해 불이 났다”고 설명합니다.

 

집수리를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월호도 주민 윤정옥(72) 씨는 화재 당시에 대해 “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날 불이 났는데 마을 사람들이 물동이로 불을 끄다 힘에 부쳤는데 마침 지난 달 정부에서 오지에 제공한 소방용 펌프가 있어 이를 동원해 겨우 불길을 잡을 수 있다”고 회고했습니다.

 

집을 고칠 새로운 자재도 보입니다.

 

윤 씨는 “이 과정에서 동네 청년들이 불길을 뚫고 들어가 무서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장애인인 승환이와 승화를 끄집어 내 둘이가 살았다”면서 “이 때 매캐한 연기 등으로 폐가 상해 병원에서 치료 중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원봉사자를 이끌고 있는 GS칼텍스 김영완 차장은 “회사 자원봉사자와 신입사원 및 여수시 자원봉사자, 실업극복여수운동본부 등 30여명과 힘을 합쳐 이틀 동안 집수리 봉사활동을 계획하게 됐다”며 “집수리 비용 1천 2백만 원은 사내 한마음기금으로 충당한다”고 합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창문과 창틀을 떼어내고, 불탄 집기들을 끄집어냅니다. 그을린 내ㆍ외부 벽을 닦습니다. 전선을 다시 깔고 새 단장할 채비를 합니다. 금새 묻어나는 땀을 수건으로 훔치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김영완 차장.

 

전기 수리중입니다.


이들과 일을 함께한 집 주인 배정모(69) 씨는 “작은 통통배로 고기를 잡아 겨우 생계유지를 했는데 아내까지 아파 어장을 못한 지가 오래됐다”면서 “97년 융자 받아 지은 집이 불이 나 어떻게 할지 막막했는데 이렇게 도움을 받아 너무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날 봉사활동에 참여한 안윤성 씨는 “이런 봉사는 처음인데 참 뿌듯하고 흐뭇하다”면서 “그것도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 가정을 돕게 되어 더욱 즐겁다”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소감을 말합니다.

 

그을린 집을 닦고 있습니다.

 

또 김정희 씨는 “알차고 구슬진 땀을 흘려 기분 좋다”면서 “섬에 관심을 안 가졌는데 와서 보니 독거노인 등 어려운 딱한 사정이 많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주위 사람들과 친근해지고 가까워지는 거겠지요. 자원봉사자들이 흘린 땀방울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희망의 등불’이 될 것입니다. 이런 마음들이 있어 아직 살만한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것이겠지요.

 

봉사에 함께한 사람들 표정이 밝습니다. 뿌듯함 때문이겠지요.


오마이뉴스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