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섬

임현철 2007. 6. 21. 09:18

물고기 밥 안주는 심정, 너희가 아느냐?
[알콩달콩 섬 이야기 21] 여수시 화정면 월호도 ② - 가두리 양식장 실태

 

전남 여수시 화정면 월호도의 가두리 양식장.


바다위에 둥둥 떠 있는 가두리 양식장. 겉으로는 참 태평스럽고 여유롭게 보인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금방 곪아 터질 지경임을 알 수 있다. 어류를 가두어 기르는 '가두리'는 말 그대로 섬사람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족쇄가 되어 그들의 삶을 옭아매고 있었다.

 

지난 18일 찾은 전남 여수 화정면 월호도(月湖島). 이곳의 바다는 '달의 호수'라는 지명처럼 고요하고 잔잔하다. 월호도는 가난했던 시절, 흉년에 톳밥 먹고 속이 대린다(쓰리다) 하여 ‘대리섬’이라 부르기도 한다.

 

여수시 월호도 마을.

 

80가구 150여명이 살고 있는 월호도는 인근 섬에 비해 50세 이하가 인구비의 약 30%를 차지할 만큼 젊은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가두리 양식을 하기 때문이다.

 

윤근조(40) 이장은 마을 사정에 대해 “고기 안 잡히지, 가두리 엉망이지, 못 죽어 산다”고 운을 뗀다. 또 “25가구 8헥타, 150개 정도의 가두리 양식장을 하는데 본인도 9개의 가두리를 하고 있다”면서 양식 어가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사료값은 비싼데 중국산 수입으로 인해 고기 값이 너무 싸기도 허나 팔기마저 힘들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가두리에서 크는 돔


- “4천만 원은 빚도 아니다”

 

그러면서 그는 “우럭, 돔 등을 빨리 키우려면 사료를 많이 먹여야 하지만 사료값이 워낙 비싸 고기 밥 주는 것도 자제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물고기 키우는 사람이 사료값이 무서워 밥 주기를 꺼려하는 심정을 아느냐?”고 반문한다.

 

윤 이장은 지난해 1천여만 원의 손해를 보았다. 이 적자도 사료비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기에 아는 것이다. 매년 적자다 보니 치어 들여 와 길러야 하고, 사료를 줘야 하는 게 여간 부담이 아니다. 이로 인해 그는 4천여만 원의 빚을 안고 있다.

 

월호도 윤근조 이장. 오랫만에 만난 젊은 이장이다.

 

윤 이장은 “다른 어민들은 ‘이것도 빚이냐, 이건 빚도 아니다’며 부러워한다”면서 “양식 어민들은 보통 수억 원의 빚더미를 안고 마지못해 살아가고 있다”는 현실을 전한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IMF 전만해도 양식 사업은 노다지 자체였다. 한해 수억 원의 수익을 올리는 노다지. 한 해 벌면 몇 억의 부채는 단숨에 상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도무지 답이 없다.

 

물위를 노니는 돔 무리. 어민의 심정을 알까?


- 사료비 월 600만 원, 그러나…

 

그렇다면 가두리 양식 어민들이 빚을 안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그 사정을 짚어보자.

 

하나의 가두리에서 키우는 돔, 우럭, 볼락 등은 보통 2~3t. 금액으로 환산하면 1천만 원~1천5백만 원 선. 그러나 바로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도 2~3㎝ 되는 새끼 치어를 가져다 3~4년을 키워야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

 

어민들이 고기에게 주는 밥은 생사료와 배합사료의 혼합 사료. 생사료는 버리던 고등어 대가리를 모은 것으로 20㎏에 5천원선, 배합사료는 20㎏에 2만원선에 거래된다. 비싼 가격으로 인해 양식 어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버리던 고등어 대가리를 생사료로 쓰고 있다.

 

윤근조 이장의 경우, 우럭 8만 미(마리)ㆍ볼락 4만 미의 한 끼 비용은 5~10만 원 선. 하루 2회에 10~20만 원선으로, 월 300~600만 원이 들어간다. 윤 이장은 비싼 사료비 감당이 안 돼 먹이를 덜 주는 방법으로 사료비를 아끼고 있다. 이로 인해 그의 월 사료비는 150만 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고기를 빨리 키워야 돈이 되지만 먹이는 양이 적어 그만큼 늦게 자란다. 그렇다고 키운 고기가 제 때 팔리는 것도 아니어서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부담만큼 걱정도 늘어간다. 호구지책으로 그는 마을 이장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배합 사료.


- 현금 1억 3천으로 시작, 이제 빚만 1억 5천만 원

 

고기 출하는 봄ㆍ가을에 주로 이뤄진다. 고기를 키워도 한꺼번에 전부 파는 것은 아니다. 치어, 중간, 성어 등 3단계로 구분되어 3~4년간 키운 성어만 팔 수 있다.

 

윤 이장의 가두리 9개 중 당장 판매 가능한 것은 3개. 하나 당 2t으로 치면 총 6t. 돈으로 환산하면 3천만 원 정도. 하지만 판매처가 마땅찮아 고민이다.

 

여기에 외상이던 사료 구입비가 요즘에는 현금 아니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 돈을 떼일 우려 때문이다. 그러니 없는 사람은 자연스레 금융권을 이용하게 되고 빚이 늘다 보니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다.

 

중간 정도로 자란 돔.

 

또 다른 상황. 박유석(41) 씨가 가두리에 뛰어든 지 7년. 현금 1억 3천만 원으로 시작한 사업이 거꾸로 1억 5천만 원이 빚이다. 박씨가 15개 가두리에서 40만 미의 감성돔, 우럭, 볼락에게 먹이는 사료비는 20여만 원. 줄잡아 사료비로 연간 4천여만 원이 들어간다.

 

박씨는 이날, 마침 감성돔 치어를 들이고 있었다. 그가 이날 들인 치어는 5만미 9백만 원. 보통 2~3㎝ 크기의 돔 1 마리당 2~3백원. 아직도 10만 미 정도를 더 들여야 고기 기르는 순환이 이뤄진다.

 

바다를 닮아설까, 박유석 씨는 속이 상할텐데도 웃는 표정이다.

 

돔 치어 들이기.


이도 숫자로만 본 계산법. 기르다 보면 발생하는 고기 폐사율은 제외한 수치이다. 일반적인 폐사율은 30~40%. 그리고 적조와 청조(산소가 없는 푸른 물), 태풍으로 인한 피해까지 감안하면 폐사율은 더욱 늘어난다. 그래서 양식 어민들은 폐사율을 줄이기 위해 하루 종일 양식장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박유석 씨의 “적정 연매출액은 1억 5천만 원은 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박씨의 “현재 연매출액은 7~8천만 원”에 그치고 있다. 그만큼 파는 단가가 싸기 때문.

 

적정단가에 대해 어민들은 가뭄 때 하늘을 쳐다보며 비오기를 기다리는 농민처럼 정부를 바라 볼 수밖에 없다. 값싼 중국산 시장이 형성되어 시장 논리로는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정부의 개입만이 시름시름 앓아가는 어가를 살릴 수 있다”고 전한다.

 

월호도의 젊은 가두리 어민들과 함께.


- 양식어민, ‘최저단가 책정’과 ‘직거래’만이 살길

 

그렇다면 적정단가를 받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적정 이윤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최저단가 책정’과 소비자와 생산자를 직접 연결하는 ‘수산물 직거래’ 가 있다. 그러나 이도 쉽지 않다. 이래저래 어민들의 시름만 깊어갈 뿐이다.

 

어려운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월호도 사람들. 아니 어민들. 빚을 갚아가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만 가는 실정. 월호도 사람들은 가난했던 시절에는 톳밥 먹고 속 쓰렸고, 살만한 요즘에는 빚더미에 속이 쓰리다. 그러고 보면 예나 지금이나 나아진 게 없다.

 

물고기 폐사율도 만만찮다.

 

이런 어민들의 심정을 정부도 알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만 보다 더 적극적인 해결 방안강구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2003년 우리나라 전역을 강타했던 태풍 ‘매미’로 인한 피해 복구비를 부풀린 양식업자들의 세금 편취사건이 다시 떠오른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이해할만 하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이래저래 속이 탄다.
 

가두리가 더 이상 어민들의 굴레가 아니길 바래본다.

 

 

오마이뉴스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