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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철 2007. 7. 4. 12:05

기업하기 좋은 나라ㆍ도시, ‘글쎄’
[알콩달콩 섬 이야기 25] 기업 입장에서 본 행정소송

 

 

전남 여수시 D조선


정부와 지자체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 ‘기업하기 좋은 도시’ 만들기를 아무리 외쳐도 사회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기업인들의 “기업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를 자주 접한다. “준조세 성격으로 여기저기 뜯기는 대가 너무 많다”는 하소연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외국계 기업들은 “준조세 성격의 비용지출을 본사에 이해시키기 힘들다”고 하소연이다.

 

기업 입장에선 눈치 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관할 시로부터 노동부, 소방서, 경찰서, 해양경찰서 외에도 접해야 할 기관은 많다. 어느 한 곳도 소홀히 대할 수가 없다. 왜냐면 허가권, 고발권, 조사권 등을 쥐고 있는 기관을 대항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그런데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기업이 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그만큼 기업 입장에선 사활을 건 총력전이다.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D조선이 사용중인 공유수면 시설들.


- D조선, 여수시장 상대로 행정소송 제기

 

전남 여수시에 따르면 돌산도 우두리에 위치한 D조선은 권리자 동의서 미첨부를 이유로 공유수면 점ㆍ사용 연장허가 신청서를 반려한 여수시장을 상대로 ‘공유수면 점ㆍ사용변경허가(기간만료) 등’(이하 점사용 허가)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건 2006년 7월.

 

D조선이 여수시로부터 공유수면 점사용을 허가 받은 것은 선박수리용 도크시설 36,150㎡, 선박 계류장소 6,690㎡, 바지ㆍ부잔교 544㎡, 선가대ㆍ돌재 2,500㎡, 원자재ㆍ물품보관 464㎡ 등 총 46,348㎡이다.

 

연간 35만톤의 건조능력과 850만톤의 수리능력을 갖추고 있는 D조선의 사업장 면적은 총 58,186㎡ 규모로, 이중 육지부가 11,838㎡, 공유수면 46,348㎡를 차지하고 있다. 공유수면 비중은 2/3 이상이다.

 

이런 사정임에도 행정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D조선 관계자는 “최초 점사용 허가 당시인 1996년과 2001년에는 인근 마을주민 28호의 ‘인근 동의자’의 동의서만 첨부해 5년 허가를 받았으나, 지금은 어촌계까지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어려움 때문이다”고 밝혔다.

 

공유수면 점사용에 따른 변경허가 조건.


- D조선 소송 이유, 주민 동의서 확대와 허가 연장 기간

 

이 관계자는 “처음 인근 주민 28호만의 동의서를 받을 때가 잘못인지, 어촌계까지 확대해 받는 게 잘못인지, 취지를 납득할 수 없어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면서 “(동의서를) 어디까지 받아야 하는지 그 한계를 명확히 하기 위함이다”고 강조했다.

 

또 “허가기간도 1996년과 2001년에는 5년이었던 것이, 이후에 1년으로 단축되었다”면서 “1년 단위로 이뤄지는 허가기간 연장 시, 허가조건 중 하나인 어촌계 동의서 첨부가 쉽지 않은데 대한 부당성 제기 차원이다”며 허가기간에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여수시가 주민 동의서 미첨부를 이유로 허가를 반려하고,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것은 기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며 기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따라 D조선은 “여수시가 허가조건인 어촌계와의 민원해결(협약이행)을 들어 점사용 변경신청을 반려하고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것은 재량권의 일탈, 남용에 해당한다”며 원고소가만 2천여만원에 달하는 비용으로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

 

반면, 여수시는 느긋한 입장. 적법한 법 절차에 따라 점사용 허가기간 연장신청서 보완요구와 반려 및 원상회복 조치를 취했다는 것.

 

2005년 6월, 여수시청에서 D조선과 어촌계가 맺은 협약서.


- 여수시, 법절차에 따라 처리…변호사 선임

 

여수시 관계자는 “공유수면관리법에 따라 기 허가연장 조건인 민원해결을 위해 협약이행에 따른 권리자의 동의서 제출을 2차례에 걸쳐 보완 요구를 했다”면서 “그러나 D조선이 기한 내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민원사무처리에관한법률에 의해 신청서를 반려하고, 원상회복 처분을 내린 사항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공유수면관리법시행규칙 제3조는 권리자가 있을 경우 “권리자의 동의서” 첨부를 요구하고 있으며, 민원사무처리에관한법률시행령 제16조는 민원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민원서류를 접수한 후 지체 없이 그 민원서류의 처리기간의 범위 내에서 회신기간을 명시하여 협조를 요청하여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주민 동의서 확대에 대해 “2005년 6월, 여수시청에서 맺은 어촌계와 D조선 간의 협약 내용인 ‘D조선은 어촌계에 대한 복지증진과 소득증대를 위한 방안을 상호 협력키로 한다’는 것에 따른 것이다”며 “점사용 연장 조건으로 권리권자의 동의서 첨부와 불이행시 허가취소 등은 허가조건에 있던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 허가기간 단축에 대해 “허가기간을 5년에서 1년으로 줄이더라도 (기업은) 연장신청서만 내면되는 것이다”면서 “그 누구라도 바다의 영구점용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여수시도 이 소송과 관련, 지난달 말 변호사를 선임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돌입했다. “주민 동의 없는 점사용 허가가 안 되는 상황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행정을 처리했지만 법은 예측불허”라는 것.

 

이래저래 D조선과 여수시의 행정소송은 행정편의냐, 기업편의냐 하는 관점에서 관심이 쏠리게 됐다.

 

현재 전사용 중인 시설물들은 불법인채 사용되고 있다.


- 행정소송,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문제 해결에 그칠 뿐이다. 어민들의 양식장과 연안어업, 주민 주거생활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기업 여건상 주민들의 민원제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인 관점의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일례로, 해남군은 조선 산업 유치를 위해 화원면 일대에 198만3,400㎡의 조선산업 집적화단지 개발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D조선도 7월 중 해남에 14만9,761㎡의 조선소를 준공할 예정이며, 또 인근 280만9,930㎡에 기자재 생산단지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C조선도 79만3,392㎡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여수에서 어려운 난관에 부딪친 D조선이 “공식 발표는 안했다”지만 오는 12월 해남으로 이전을 계획하는 것은, 기업이 보다 나은 여건을 찾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이로 볼 때 D조선의 행정소송은 이전을 위한 명분 쌓기 일환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각 지자체가 기업유치를 위해 지역의 사활을 걸고 뛰는 지금, 있는 업체마저 타 지역으로 빼앗기는 것은 여수시의 안일한 행정의 소산으로 볼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수년 전 여수시가 검토한 적 있는 ‘조선소 집단화시설지구’ 재검토가 시급하다.

 

기업의 입장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평가한다면 그 답변은 어떻게 나올까, 궁금하다. ‘글쎄’는 아닐지….

 

D조선 인근은 피조개 10㏊ㆍ홍합 5㏊ㆍ마을어업 20㏊ㆍ각망 9건 등 어업허가가 있다.

 

오마이뉴스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