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연대

2010. 2. 18.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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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 갇힌 장애인 편의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컨셉과 안맞는다' 점자블록 등 설치 안해

CBS사회부 조은정 기자

동대문 야구장을 헐고 수천억원을 들여 지난해 10월 개장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 점자블록 등 기본적인 장애인 시설도 갖추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총 면적은 축구장 9배인 6만5232㎡, 총 사업비가 3755억원에 달하며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하디드가 설계해 큰 주목을 받았지만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취재진이 장애인들과 함께 직접 공원을 살펴본 결과, 장애인 편의시설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고, 있는 시설도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공원 안의 승강장과 화장실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 혼자서는 승강기를 타고 이동하기도, 화장실을 찾아갈 수 없는 구조로 돼 있었다.

직접 공원을 살핀 시각장애인 1급 임희남(40)씨는 "점자블록이 없을 뿐 아니라 남자화장실인지 여자화장실인지도 표시돼 있지 않다"면서 "이 상태라면 시각장애인들이 공원을 이용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체장애인 1급 채희준(39)씨는 "화장실 문이 여닫이로 돼 있어 도우미 없이는 들어갈 수 없다.


특히 입구가 좁아 휠체어가 조금만 커도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조차 힘들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들이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한 것은 건물 주변에 점자 유도블록 대신 깔린 '혹두기'이다.

대리석이 울퉁불퉁하게 솟아있는 형태의 혹두기는 장애인과 일반인들의 보행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오히려 시각장애인 뿐 아니라 지체장애인, 일반인들의 발걸음까지도 방해하고 있었다.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시설관리공단에서도 이미 수개월 전부터 장애인 편의시설 마련을 권고했지만 서울시에서는 "고급스러운 디자인 컨셉과 맞지 않는다"며 수개월째 개선을 미루고 있다.

결국 눈에 보이는 디자인을 살리기 위해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은 1년전 정부로부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 예비인증 1등급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장애인권익지킴이 박종태 활동가는 "장애인 생활을 한단계 높인다며 만들어진 BF인증이 오히려 기존에 있는 법규마저 후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aori@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