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권익 이야기/2018 청백리포터

국민권익위원회 2009. 5. 6. 16:39

 

 

  

해외 청렴 리포트

 

청정한 자연만큼 청렴한 나라 뉴질랜드

 

푸른 하늘과 상쾌한 공기만큼이나 깨끗하기로 유명한 나라, 세계에서 가장 부패가 적은 나라, 바로 뉴질랜드다. 뉴질랜드는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TI)가 조사한 부패인식지수(CPI) 10점 만점에 9.3점을 받아 조사대상 180개국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공직자들이 뇌물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뉴질랜드, 그 이유를 살펴본다.

글·사진 | 고한성(연합뉴스 뉴질랜드 통신원)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청정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는 나라, 뉴질랜드. 하얀 양떼가 노니는 푸른 초원과 사람의 발길이 닫지 않은 원시의 숲, 푸른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이 그렇고, 목축 등 1차 산업이 근간을 이루고 있는 산업구조가 그렇다. 뉴질랜드 어디를 가도 산업공해나 오염이라는 말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다른 세상의 말로 들릴 뿐이다. 잠시 뉴질랜드에 다녀간 사람 모두 그것 하나만은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뉴질랜드의 자연뿐만이 아니다. 자연만큼이나 깨끗한 뉴질랜드의 사회 또한 우리를 놀라게 한다. 반부패 국제 비정부기구(NGO)인 국제투명성기구(TI)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를 보면 뉴질랜드의 청렴도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부패인식지수는 세계은행 등 7개 독립기구가 국가별 공직자의 부패 정도를 설문조사해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뉴질랜드는 항상 깨끗한 나라 순위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조사결과 뉴질랜드는 유럽의 대표적인 복지 국가인 스웨덴, 덴마크와 공동으로 10점 만점에 9.3점을 받아 조사대상 180개국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존재하는 부정사건 수사국 SFO

 

매년 뉴질랜드가 부패인식지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부정한 정치 자금이나 부패 사건, 규모가 큰 사기사건 등을 전담하는 중대 부정사건 수사국(SFO, Serious Fraud Office)도 한 몫 한다. 중대 부정사건 수사국은 중대하고 복합적인 부패혐의 사건 수사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법무장관에게 책임을 지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행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을 정도로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중대 부정사건 수사국은 부패 사건이나 부정한 정치 자금 관련 수사보다는 일반적인 사기 사건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부정한 정치 자금이나 횡령 사건 등은 어쩌다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이며 공직자들이 뇌물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좀처럼 들어보기도 어려운 실정때문이다.

“뉴질랜드 공직사회가 깨끗한 이유에 대해 공직자들에게 정직과 정치적 중립성, 국가에 대한 봉사 정신을 함양하도록 격려하고 고무하면서 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그란트 리델 중대 부정사건 수사국 국장(Grant Liddell, Director of Serious Fraud Office)은 말한다.

그는 공직자들에게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절한 봉급을 주고 사회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그런 면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진리가 생활 속에서 구현

무엇이 이처럼 뉴질랜드를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로 만드는 것일까? 단순히 자연만큼이나 사람들도 깨끗하고 착해서일까? 아니면 경제적으로 모두 넉넉해서 남의 것이나 공짜를 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처벌이 두려운 것일까?

그런 면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보다는 제도와 교육, 가치관 등이 더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정치인을 포함한 공직자의 경우 가장 먼저 갖추어 할 덕목으로 국가에 대한 봉사와 정직성이 권장된다는 사실은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게다가 제도적으로 사회의 투명성이 매우 높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평범한 진리가 생활 속에서 구현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사회적 지위나 나이의 적고 많음을 따지지 않는 엄정한 법 집행은 뉴질랜드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다. 그것은 평화로운 나라 뉴질랜드가 갖고 있는 강력한 힘이기도 하다. 총리에서부터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법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불과 일곱 살짜리 아이도 학교에서 잘못하면 정학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뉴질랜드이고, 공무 중인 총리가 탄 차량도 과속으로 단속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뉴질랜드다. 한국 사회에서 일곱 살짜리 아이에게 학교 규율을 적용해 그런 식의 제재를 가했다가는 융통성 없는 어른으로 매도당할지도 모른다. 한국인의 정서로는 아무래도 미성년자에게는 ‘선도’라는 부드럽고 온기가 느껴지는 방법이 더 교육적이라고 생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2004년 7월에 있었던 일이다. 헬렌 클라크 당시 총리는 수행원들과 차량 편으로 지방을 시찰 중이었다. 그날 저녁 클라크 총리는 수도인 웰링턴에서 열리는 럭비 경기에 참석하기 위해 급히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으로 달려가 웰링턴 행 국내선 비행기에 올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총리 차량 운전사는 비행기 이륙시간에 늦지 않도록 제한속도를 넘겨가며 한적한 시골길을 달렸고, 이를 목격한 주민들은 경찰에 신고했다. 결국 총리 차량 운전사와 경호를 맡았던 경찰관 등은 재판에 회부돼 과속과 위험운전 등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이는 도덕성이 공직자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법의 집행에 관한한 뉴질랜드 사회가 얼마나 철저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잘못한 행위에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자세가 뉴질랜드에서 보편적인 가치임을 보여준다. 떳떳치 못한 핑계를 대며 위기를 모면하려는 수작은 좀처럼 용납되지 않는다. 경찰이 시민을 상대로 뭔가를 단속할 때 흔히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 : 사소한 규칙 위반에도 관용을 베풀지 않는)라는 말부터 먼저 던지고 시작하는 게 관행처럼 돼 있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야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봐주기 없으니까 선처 따위는 기대하지로 말라’는 말이다.

그런 까닭에 표적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거나 억울해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한 이상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처벌 받은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풍토가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정직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도록 격려

오랫동안 뉴질랜드 경찰에 몸담았던 한 경찰관은 이런 말을 했다. 어느 사회에서나 가장 부패하기 쉬운 집단 가운데 하나인 경찰이 뉴질랜드에서는 부패의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지역사회 인사들과 유착되지 않도록 경찰관들의 근무지를 자주 바꾸는 등 제도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그 덕분에 경찰에 몸담고 있는 30여 년 동안 뉴질랜드 여러 도시들을 두루 돌아다니며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었다고 자랑했다. 한국으로 치자면 대구, 대전, 서울, 제주를 돌아다니며 경찰관 생활을 한 것이다.

 

슬하에 7남매나 둔 그는 자녀들을 데리고 다니며 교육시키는 데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고마워할 정도였다.

몇 년 전 뉴질랜드의 국영 텔레비전 방송 이사장이 당시 뉴질랜드 총리와 뉴질랜드를 방문한 호주 전직 총리 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가 회사 내부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경우가 있다. 방송국 이사장이 정치인들과 식사를 한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일일 뿐 업무의 연장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그 경비는 개인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한다는 논리였다. 뉴질랜드가 투명성이 높은 사회임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사건이다.

 

세계 no.1의 청렴도를 자랑하는 뉴질랜드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사소한 법이라도 존중하는 국민성과 부정부패를 뿌리뽑기 위해 노력하는 국가기관에 보내는 국민의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우리들 또한 부정부패 방지를 위해 힘쓰는 국민권익위가 마련한 정책을 믿고 따를 수 있다면 좀 더 청렴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