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권익 이야기/2018 청백리포터

국민권익위원회 2009. 5. 7. 18:01

자신의 권익을 능동적으로 보장받으면서도 생산자의 입장도 생각하는 소비자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소비자란 생각이 든다.

 

 

며칠 전 어느 소비자가 보낸 두툼한 서류봉투를 받았다. 지금까지 다니던 치과가 바가지를 씌웠다고 흥분한 이 소비자는 스스로“치아를 튼튼하게 하는 비법을 연구해 마침내 인류에 공헌할 거대한 성과를 거뒀다”며 개발한 제품을 보내왔다. 그 제품이란 구강면역력을 강화하는 치아운동용 나무였다. 더
쉽게 이야기하면 나무젓가락 비슷한 것을 약 10조각 내고 이것을 죽염 등에 넣어 처리한 것이다. 이 나무를 이리저리 물고 있으면 침이 나오면서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치아를 누르니까 잇몸이 튼튼해진다는 논리이다. 치과서비스에 열 받은 소비자가 자신의 침해받은 권익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나보고 이 제품이 많이 팔리도록 나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주면 20억 원을 주고, 향후 10년간 10억 원을 프로그램에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이 제품을 30명이 넘는 스텝들에게 씹어 보도록 했다. 사실 그 치아건강기(?)를 상품화하는 데는 일조하지 못했지만, 틈틈이 씹곤 한다.

 

  

어떤 소비자는 특수 코팅한 냄비가 문제가 있다고 제보를 하면서 이것에 대한 방송을 언제 할 것인지를 빨리 알려달라고 닦달을 했다. 다른 방송국에도 제보를 하고 소비자원에 도 제보를 했는데 다들 짜고 방송을 안 한다는 것이다. 체크를 해보니 타 방송사에서 비슷한 방송을 했었지만, 제품의 이름이 방송에 공개 되지 않아서 불만인 듯 했다. 모 유명 탤런트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하는데, 자신의 신분이 자신의 권익을 보장받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었던 모양이다.

 

 


이영돈PD의 소비자고발 이하 소비자고발’사무실에는 이처럼 자신들이 소비행위에서 손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분들의 화난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온다. 물론 소비자고발 홈페이지와 PD들의 블로그에도 화난 제보가 쏟아져 들어온다. “물건을 샀는데 환불을 안 해준다.”, “불친절하다.”,“약을 샀는데 효과가 없다.”,“ 대기업 브랜드의 TV라 믿고 샀는데 A/S가 잘 안 되더라…”
최소한 소비자고발 사무실의 스텝들은‘소비자가 왕이다’란 말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생각한
다. 실생활에서 정말 소비자를 왕으로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돈을 내기 전까지는 왕 비슷
한 취급을 받지만 돈을 일단 지불하고 난 후에는 소위 왕따를 당하기 쉽다.
이들의 불만은 자신의 권익이 침해를 당했다는데서 나온다. 즉 자신은 왕이라고 생각했는데
왕 대접을 안 해준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소비자가 왕이다’란 말은‘개인의 가치가 존중된다’기 보다는 소유한 재화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기 때문에 그‘재화의 가치가 존중된다’는 뜻일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한 그 재화 가치만큼만 소비자의 가치가 존중된다는
뜻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이상을 바란다는 것은 무리일까? 여기서 소비자와 생산자와의 갈등이 발
생한다. 생산자는 생산하는 제품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한계를 안다. 그러나 소비자는 미디어와
판매원을 통해 광고된 내용만을 안다. 만일 기업만이 알고 있는 상품의 단점을 소비자가 안다면
그 상품을 구입할까? 한 개 심는데 3백만 원을 받는 임플란트의 재료비가 5만 원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횟집 수족관에 거품 제거를 위해 화학물질을 쓰고 이끼제거제를 사용한다는 것을 안다
면? 내가 산 매트리스가 남이 10년간 쓰다 버린 폐 매트리스로 만들었다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정보의 불균형 속에 갇혀있는 우리의 소비자는 불행하다. 소비자의 권익은 실종되어 있다. 소비자고발을 시청하면서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바로 기업들이 이런 정보를 숨겼다는 데 있다. 알았다면 선택하지 않았을텐데 몰라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즉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받았다는 것이다.


과연 이상적인 소비자가 존재할까? 자신의 권익을 능동적으로 보장받으면서도 생산자의 입장도 생각하는 소비자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소비자란 생각이 든다. 물건을 싸게 사는 것만을 절체절명의 목표로 하는 소비자는 이기적이다. 합리적인 가격을 지불할 때 생산자는 좀 더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한 투자도 가능해 진다. 생산자가 어린이를 노동에 사용하는지, 노동착취 등 생산에 비
정상적인 방법이 동원됐는지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소비자의 권익을 지키는 중요한 일이다. 소비자고발은 이런 소비자를‘착한 소비자’라고 부른다. 생산자가 살아야 소비자가 살고, 소비자가 살아야 생산자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착한 소비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