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가]

하늘색꿈 2006. 4. 9. 22:38
봄꽃 찾아가는 세 가지 방법 ① 요트 타고 즐기는 동백꽃 유람

오동도 동백
editor 고선영 photographer 김형호

연인과 함께 300년 수령의 동백나무 앞에서 천 년의 사랑을 소원하고, 아슬아슬 해안 절벽으로 난 동백 숲길을 걷는다. 짙푸른 남쪽 바다와 어우러진 붉은 꽃, 동백 여행.

“여그 좀 보쇼잉, 이거이 바로 300년 된 동백나무랑께요. 이 앞에서 소원을 빌면 사랑이 천 년 동안 변하지 않는다요. 싸게싸게 소원 적어 줄에 묶어보쇼잉.”

거대한 동백나무 앞에서 한 연인이 종이에 소원을 적는다. 잠시 망설이던 여자는 돌아서서 수줍게 한자 한자 종이에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정성 들여 접은 종이를 동백나무 새끼줄에 곱게 매달았다. 숲을 뚫고 들어온 한 줄기 햇빛에 꽃잎처럼 발개진 여자의 뺨이 드러난다.

전국 최대의 동백 군락지인 오동도가 꽃과 사랑에 빠진 여심으로 붉게 타오르고 있다. 지난 1월부터 하나둘 꽃을 피워낸 오동도의 동백은 3월의 봄기운을 받아 한꺼번에 꽃을 피워냈다. 물 오른 동백꽃은 반질한 초록의 잎과 붉은 꽃잎, 샛노란 수술이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정열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다. 동백꽃을 여심화(女心花)라 부르는 것도 그 이미지 때문이다. 오동도에는 5,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있다. 대부분 수령 100~200년 이상 된 것이다. 어떤 것은 300년이 훌쩍 넘었다. 이곳의 동백은 대부분 토종 홑동백이다. 홑동백은 겹동백보다 꽃이 작은 편이다. 5~7개의 꽃잎이 꽃술을 둘러 피는데, 그 색깔이 훨씬 선명하고 밝다.

사실 동백 유람은 흐드러지게 핀 꽃만을 보는 꽃놀이가 아니다. 상록활엽수인 동백나무의 잎사귀는 짙고 푸르러 듬성듬성 맺힌 꽃봉오리를 가려버린다. 꽃은 겨울부터 봄까지 피지만, 벚꽃처럼 사람의 눈길을 확 잡아끌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 대신 동백꽃은 새빨간 꽃봉오리를 통째로 떨어뜨려 꽃길을 만든다. 비록 땅에 떨어져도 꽃봉오리는 여전히 붉고 예쁘다. 오동도 동백꽃놀이는 바다가 있어 더욱 좋다. 동쪽으로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서쪽으로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 둘러싼 섬인지라 섬 어디에서 바다를 바라보더라도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진다.

동백섬 데이트에 나선다. 카멜리아 선착장 옆 오솔길로 접어들면 울창한 동백 숲이 펼쳐진다. 키 큰 후박나무가 햇빛을 가로막았지만 동백은 잘도 자란다. 언덕을 조금 오르면 ‘천 년의 약속’이라 이름 붙은 동백나무가 등장한다. 잠시 숨을 고르며 각자의 소원을 적은 종이를 새끼줄에 걸어본다.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천 년의 약속’ 나무를 지나면 해장죽(시누대) 터널이 등장한다. 해장죽은 볏과에 속하는 식물로,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이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할 때 이것으로 화살촉을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2~3m 높이의 날씬하고 튼튼한 줄기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 들어서 있다. 여기가 바로 숨어서 뽀뽀하기 좋은 곳이다.

해장죽 터널을 지나면 멋진 해안절벽이 나타난다. 왼편으로 남해의 거센 파도 소리를 들으며 동백꽃이 뚝뚝 떨어져 만들어낸 꽃길을 걷는 기분이 그만이다. 해안절벽을 따라가다 보면 아줌마들이 ‘낄낄’ 웃는 남근나무(정말 신기하게 생겼다!)가 나오고, 더 가면 오동도 등대가 나타난다. 등대 전망대에서는 멀리 ‘애기섬 엄마섬’과 광양만, 남해대교, 검은 모래로 유명한 만성리해수욕장이 차례로 보인다.

Dica Point
오동도 동백 숲 산책로에서 용굴로 내려가는 나무 계단에 서면 동백과 바다 배경을 함께 사진에 담을 수 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짙푸른 바다, 붉은 동백이 어우러진 멋진 포인트다. 용굴은 오동도 북쪽에 있는, 용이 절벽을 뚫고 승천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

요트 타고 푸른 바다를 항해하다
바다에서 오동도를 조망하고 싶다면, 오동도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도 좋다. 섬을 한 바퀴 도는 데 10여 분 소요된다. 배를 뒤따르는 바다갈매기 무리와 나란히 달리는 것도 색다른 기분이다. 뱃삯은 2,000원. 아무래도 유람선만으로 아쉬움이 남는다면 가막만에 자리한 소호요트경기장으로 가본다. 이곳에서는 범선과 요트 체험을 할 수 있다. 삼면이 육지로 둘러싸인 가막만은 바람과 파도가 적당해 오래 전부터 요트 국가대표의 훈련지로 사용돼 왔다. 돌기처럼 좌우로 뻗어내린 여수 돌산도와 화양면 땅, 앞쪽의 백야도, 개도, 화태도 등으로 둘러싸여 바다는 커다란 호수처럼 잔잔하다.

여행자는 53피트짜리 요트인 솔트랜드호를 탈 수도 있다. 15m 길이의 요트를 타고 가막만을 출발해 돌산대교와 돌산읍을 지나 남면과 사도를 다녀오는 일정이다. 특히 사도는 여수 사람이 가장 아끼는 섬으로 공룡발자국이 있고, 진도와 함께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바닷길이 열리는 섬. 바람에 팔락이는 흰 돛과 유려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솔트랜드호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것은 특별한 즐거움이다.
다도해를 바라보며 섬 이름을 맞혀보거나, 45° 이상 기울어지는 롤링을 즐기면서 ‘꽥꽥’ 비명을 내지르는 것도 재미나다. 크루즈를 할 때는 맛있는 도시락과 와인 한 병을 준비할 것.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몸으로 느끼며 마시는 달콤한 와인 한 잔이 완벽한 봄여행을 만들어 줄 것이다. 크루저 요트 프로그램은 1인당 5만원이다.

국내에 딱 한 대밖에 없는 범선 코리아나호도 이곳 소호요트경기장에 있다. 건조된 지 20여 년 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멋진 배다. 길이 41m, 폭 6.6m, 무게 99t의 육중하지만 날렵한 몸매다. 까마득히 치솟은 33m 높이의 돛도 당당하다. 아쉽게도 1일 체험 프로그램은 50~60명의 단체만 참여할 수 있다.

오는 4월에는 나가사키 국제범선축제에 참여하는 항해를 할 예정. 24일에 출항해 7박 8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항해에는 개인별로 참여할 수 있는데 참가비는 60만원이다.

Mini Interview
“진짜 남친, 진짜 여친이랑 다시 올래요”
김재한(25)·윤여정(21)
“아니에요. 저희 안 사귀는데…. 각자 남자친구, 여자친구 따로 있다고요.”
오동도 숲길을 산책하던 두 청춘 남녀에게 다짜고짜 사진기를 들이대자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한다. 둘은 순천 청암대학교 호텔조리과 선후배 사이. 오동도 동백꽃축제에 ‘사랑의 초콜릿 만들기’ 코너에 자원봉사를 나왔다가 잠시 짬을 내 산책에 나섰다. 오동도에는 처음 와봤다는 둘은 바닷가 산책로와 동백꽃길이 이렇게 멋진 줄 몰랐다고 감탄한다. 주말에 각자의 애인과 꼭 데이트를 오겠다고 다짐했다.

가볼 만한 동백꽃 여행지
완도 동백
완도 사람의 자랑거리 중 하나가 바로 동백이다. 섬에서 가장 높은 상황봉을 중심으로 해안 곳곳으로 뻗어내린 봉우리마다 야생 동백이 가득하다. 완도에서 동백을 한번에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완도수목원. 국내 최대의 난대림 수목원으로, 토종 동백나무를 비롯해 흰겹동백, 아기동백 같은 다양한 개량 동백도 볼 수 있다.

거제 학동 몽돌해변
천연기념물 제233호로 지정된 거제시 학동 동백 군락지는 끝없이 늘어선 동백 숲을 자랑한다. 학동 해안을 따라 3만여 그루가 자생한다.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 장승포항에서 뱃길로 30여 분 들어가는 지심도는 섬 전체가 하나의 동백 숲을 이룬다. 특히 수령 100년 이상 된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섬이라고도 불린다.

Information
Way to Way
호남고속도로 순천 IC를 빠져나와 여수시내로 진입, 여수역을 거쳐 오동도로 진입해 방파제를 건너면 오동도에 닿는다. 소호요트경기장은 여수시청을 지나 소호동 방면으로 가다 보면 나온다. 소호요트경기장에서 힛도에 이르는 22번 도로도 멋진 드라이브 코스다. 여수시청 관광홍보과 061-690-2225 소호요트경기장 061-684-2580

Eat
삼학집 여수에 들렀다면 꼭 한 번쯤 맛봐야 할 것이 바로 서대회다. 서대는 광어와 비슷하게 생긴 생선. 서대회는 잘 손질한 서대를 이틀 동안 급랭한 후 초고추장, 무, 부추, 마늘, 생강을 넣어 버무려 먹는 음식이다. 직접 담근 초를 1년 정도 묵혀 쓰는 것이 이 집만의 비법. 초를 만드는 방법은 지금도 서대회를 처음 만든 곽순엽 할머니(85)와 그 며느리만 아는 50년 된 비법이다. 서대회는 따뜻한 밥에 비벼서 먹어도 좋고 상추에 싸 먹어도 좋다. 도시에선 결코 맛볼 수 없는 쫀득한 육질과 감칠맛 나는 새콤달콤함이 미식가의 혀를 사로잡는다.
061-662-0261 서대회 1인분 1만원, 갈치구이 2만원 오동도 앞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1km 직진 후 동해냉동 맞은편 골목

Stay
카프아일랜드 오동도 선착장 바다 건너로 보이는 만성해변 절벽에 자리한 펜션. 여수에서 가장 처음 생긴 펜션이다. 룸은 모두 5개. 평일에도 대부분 예약이 끝날 정도로 인기 만점이다. 아침이면 침대에 누워 바다 일출을 볼 수 있고, 펜션 아래쪽 절벽에서 특별한 바비큐 파티를 열 수도 있다. 마음씨 좋은 펜션 주인 아저씨에게 소주 한잔을 청해볼 것. 여수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예쁜 펜션의 1층에는 간단한 식사와 차를 마실 수 있는 전망 좋은 카페도 있다.
061-654-4888 일반 룸 5만~8만원, 단체 룸 17만원 여수시 만성리 기차 건널목 앞 www.carpislan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