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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Hyun 2015. 3. 1. 21:47

     

     

     

     

    축구판에 떠도는 광기 어린 전염병  : 인종 차별주의(Racism)

     

    (전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던 첼시팬들의 파리 인종차별 사건)

     

      유럽 현지 시간으로 2월 18일, 전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던 뉴스가 곳곳으로 퍼져갔다. 챔피언스리그 16강이었던 PSG와 첼시의 1차전 경기가 있던 2월 17일 저녁, 파리 지하철 리슐리외 드루오역에서 첼시 원정 팬들이 지하철을 탑승하려던 흑인 승객 술레만 S를 지하철 밖으로 난폭하게 밀어내면서 쫓아냈다. 그를 밀쳐낸 것도 모자라서 이 불청객들은 남의 나라에서 "우리는 인종차별주의자" 라는 가사와 함께 노래를 불렀고, 공교롭게도 그 역에 있던 같은 영국인인 폴 놀먼이 이 장면을 찍어 영국 가디언지에 제보를 했고, 곧바로 전세계 뉴스 사회 1면으로 보도되었다(한국에서도 이 뉴스가 보도되었다). 폴은 "첼시 팬들은 공격적이었고 역겨웠다" 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였고, 피해자인 술레만은 "공론화된 이상 경찰에 고소할 것" 이라고 의견을 표했다. 첼시 측은 이러한 혐오스러운 사건의 가담자 5명을 스탬포드 브릿지 출입금지 처분을 내리면서 급히 불을 진화시키려 했으나, 문제는 첼시 팬들이 파리에서 뿐만 아니라 런던에서도 벌였다는 점이다.

     

      같은 날에 영국 경찰은 첼시와 PSG의 경기가 끝난 후, 파리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건너온 첼시 팬 몇 명이 세인트 판크리스역에서 인종차별적인 구호를 외쳤고, 여행객들이 이를 역 직원에게 신고했다는 사실을 접수하면서 목격자들을 찾아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UN 인권고등판무관사무소는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첼시 팬들의 몰지각한 행동에 대해 강도높게 비난함과 동시에 "축구에서 인종차별주의를 추방하기 위한 대응을 강화하는 논의를 추진했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있음을 보여줬다." 고 지적했다. FIFA와 UEFA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 비난성명을 밝혔고, 첼시의 수장인 조세 무리뉴는 "축구장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의 마지막 사례가 되었으면 한다." 며, 고개 깊이 숙이면서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영국 내에서만 국한되고 있지 않고, 전세계 곳곳에서 스멀스멀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수원과 경기를 치뤘던 우라와 레즈는 작년 3월 8일, 서포터즈 중 일부가 자신들의 팀으로 입단한 리 타다나리(=이충성)를 직접적으로 저격하는 "JAPANESE onLY" 라는 문구를 사간 도스와의 경기하는 내내 내걸면서 도마 위에 올랐고, J리그 의장인 무라이 미쓰루는 "현수막을 내건 사람이나, 그걸 보고도 경기 종료될 때까지 철거하라고 지시하지 않은 구단 모두 인종차별적인 행위에 가담했다."고 강조하였고, 결국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물을 흐려놓는 바람에 우라와는 시즌 초반에 무관중 징계라는 무거운 처분을 받았다. 그 분위기가 결국 리그 경쟁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축구판에서도 인종차별적인 태도를 비롯한 우경화 현상이 가속되어가고 있다.

     

      피치에서까지 인종주의차별이 등장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전세계를 뒤덮은 장기적 경제불황이다. 유럽의 경우, 이미 유로화는 균형을 잃어버렸고, 그나마 버팀목이었던 영국·독일·프랑스마저도 손을 쓰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경제 위기에 따라 기존 유럽 자국민들은 이러한 불우함을 애꿎은 비유럽계 이민자 탓으로 돌리면서 그들을 향한 원시적인 감정 표현이 늘어났다. 사회 안전망이 부실하고 문화 격차가 상당히 큰 동유럽에서는 일찌감치 극우 패권주의와 인종차별이 극심하게 발호했다. 자기 사회 내부의 문제를 인종차별이라는 예민한 부분을 이용해 외부를 향해 폭력을 분출시키는 것이다.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불평등을 구조적으로 양산하여 대규모의 불안정한 상태가 장기화' 되고 있다고 분석하였고, 이 불만의 감정을 응집시키는 이데올로기가 바로 '인종차별주의'이고 '패권적 민족주의'다. 홉스봄은 '세계화', '국가 정체성', '외국인 혐오증' 이라는 3가지 상극 관계가 민족주의를 발판삼아 축구판에서도 폭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2년 11월 22일 로마에서 일어났던 라치오 울트라스의 유대인 토트넘 팬들을 향한 상해폭행사건의 현장)

     

      이에 유럽연합(EU)은 2013년부터 인종차별 발언 및 행동과 관련해 최대 7년의 금고형을 내릴 정도로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인종차별 행위가 감소되기는 커녕 오히려 더 극성으로 번져가고 있다. 이탈리아 내에서 가장 극성맞는 파시스트이자 레이시즘으로 대표되는 라치오의 울트라스의 2012년 유대인 토트넘 팬들을 향한 무차별 집단 폭행, 2010년 12월 러시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팬이 카프카스계 청년에게 총으로 피살당한 사건, 동유럽계에서 번져가고 있는 백인우월주의의 바람은 그칠 생각이 없다. 공공장소와 달리 축구장에서 인종차별에 대해 솜방망이식으로 처벌하는 점과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3년 5월 13일, AC밀란과 AS로마의 경기에서 AS로마 팬들이 흑인 선수였던 마리오 발로텔리와 케빈-프린스 보아탱에 인종차별 구호를 안기면서 그들에게 모욕을 주었다. 97초간 경기가 중단되었을 때, 이 두 선수는 경기장 밖을 나가는 것까지 고려했을 만큼 심각했다.

     

      이에 대해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보아탱은 도망친 것 밖에 해결되지 않는다. 피하기만 해서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발언을 남기면서 "RACISM AGAINST" 구호를 내건 FIFA의 수장이 맞는가 의심스러울 수준이었다. 그 외 AS로마의 제르비뉴는 2014년 9월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를 치르던 중, 당시 상대팀이었던 CSKA 모스크바의 팬들로부터 인종차별적인 조롱을 당했는데 이에 대한 처벌은 겨우 무관중으로 3경기 치르는 게 전부였다. 그 때 상처를 입은 제르비뉴는 유로파리그 32강전인 페예노르트와의 2차전에서 바나나로 조롱당하면서 또다시 피해를 입었다. 이것이 현재 축구계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 행위의 현주소이며, 사람들은 1980년대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표하고 있다.

     

     

     

    피치 주변에서 불어오는 봄바람 : 동성애 차별 반대 운동(Anti-Homophobia)

     

      축구계에 인종차별이라는 광기 어린 전염병이 퍼져 나가면서 관계종사자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고 걱정하고 있지만, 이것과는 전혀 상반된 분위기의 바람이 반대편에서 불어오면서 피치 위가 상처투성이 전장터로 변모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동성애 차별 반대 운동이다.

     

      축구계(축구계 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계에서도 금기로 불려왔다)에서 동성애는 터부시되어 왔다. 1990년에 커밍아웃을 선언한 잉글랜드의 축구선수 저스틴 파샤누는 그 이후 4년동안 축구선수 생활을 이어갔지만, 자신을 보는 주위의 시선들이 자신을 마치 불결하게 쳐다보는 것에 견딜 수 없어했고, 결국 2006년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독일 국가대표팀 출신 스타플레이어였던 토마스 히츨스페르거는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서야 커밍아웃을 선언하였고, 동성애자임을 밝힌 미국 국가대표팀 출신인 로비 로저스는 계약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커밍아웃을 선언한 이유로 팀에서 방출돼 25세 나이에 강제 은퇴행을 택하는 아픔도 겪었다(이후 LA 갤럭시로 현역 복귀했다). 여전히 '커밍아웃을 선언한 현역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사례는 없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없다'기 보다는 '숨기고 있다'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EPL의 스타플레이어인 조이 바튼을 필두로 세계 각지 무지개색 신발끈을 묶는 동성애 지지 운동이 시작되었다. 출처 조이 바튼 트위터)

     

      스포츠계에 널리 알려진 동성애 혐오를 몰아내기 위해 선수들이 직접 발벗고 나섰는데,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출신이자 EPL에서 유명세를 알리던 조이 바튼이 대표적인 선두주자다. 2013년 9월 15일, 조이 바튼은 자신의 트위터에 무지개색 끈을 맨 축구화 사진을 띄우면서, "사람들에게 축구에서 성정체성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자. 무지개색 끈 매기 운동에 동참하자" 라고 호소하였다. 그는 안티-호모포비아 운동에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힌 셈이다. 조이 바튼을 통해 EPL와 챔피언스리그 출전하는 전 선수단, 스코틀랜드 리그 42개팀에 무지개색 끈이 배달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9월 21일과 22일에 이 동성애자 지지 운동을 후원하는 패디 파워가 기안한 무지개색 끈을 매고 많은 선수들이 피치 위를 밟았다. 즉, 무지개색 끈을 매고 나온 이들은 안티-호모포비아 운동에 동참하는 의미와도 같다.

     

      영국 내에서만 보여졌던 것은 아니다. A매치 경기에서도 이 무지개색 끈을 볼 수 있었는데, 2014년 3월 5일 마드리드의 비센테 칼데론에 열렸던 이탈리아 vs 스페인의 A매치 경기에서 다니엘레세나를 비롯한 일부 선수들과 코치진이 착용하였다. 이탈리아 축구협회가 주도하였고, 이것이 자국 리그인 세리에A에서도 잔잔한 움직임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인종차별로 상당한 곤혹을 치르고 있던 세리에A의 암울한 분위기를 다소 반전시킬 수 있는 터닝 포인트였다. 이탈리아 축구협회에 이어 지난 9월, 잉글랜드 축구협회 또한 협회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호모포비아 추방'에 나섰다. 9월 8일부터 '레인보우 레이스(Rainbow Lace) 캠페인'을 시작하여, 선수, 감독, 코치, 심판, 구단 관계자, 서포터 등 축구장 안팎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차별을 몰아내자는 의도를 표명했다. 협회는 교육 영상을 만들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마련했다. EPL 클럽들 중에서는 가장 적극적인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클럽이 바로 아스날인데, 이들은 지난 2008년 'Arsenal For Everyone' 캠페인을 통해 이미 안티-호모포비아 운동을 시작하였다. 

     

    (아스날 스타플레이어들이 대거 참가하는 레인보우 레이스 캠페인 영상)

     

      아스날의 적극적인 운동 덕에 공식 LGBT 그룹(Gay Gunners)이 결성되었고, 늘 경기가 있는 날에는 이들이 준비한 무지개 빛깔 배너가 경기장에 펄럭거린다. 그리고 자신들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하여 아르센 벵거 감독이 레인보우 레이스 캠페인으로부터 끈을 받았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다시 한 번 자신들의 동성애 지지 운동을 밝혔다. 또한 9월 13일 자신들의 홈구장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졌던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무지개색 끈을 착용하였으며, 경기에 앞서 경기장 인근 'Arsenal' 역에는 무지개색 횡단보도를 설치하기도 했다. 블리처리포트에 따르면, 이번 작품은 런던 교통을 총괄하는 런던교통국이 마련하였고, 그들은 축구에서 호모포비아를 추방하는 캠페인을 지지한다고 SNS 공식계정을 통해서 밝히기도 했다.

     

     

     

      이렇듯, 현재 축구장에는 인권에 대한 상반된 움직임이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한 쪽은 동성애 지지자 운동을 밝히는 천사의 얼굴과, 인종차별이라는 어두운 면을 가진 악마의 얼굴이 한 공간에 공교롭게도 공존하고 있다. 양면의 상반된 얼굴이 아닌, 하나의 온화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피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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