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한정보]/♡ [디자인1]

cogito ergo sum 2006. 7. 9. 22:42
해외에서는 인쇄 광고 만들기가 정말 쉬워 보입니다. 눈길을 끄는 비주얼 하나와 로고만 있으면 되니까요. 카피라이터도 편하겠지요? 내용이 잘 설명되지 않을 때 짧게 한 줄만 써 넣으면 그만입니다. 광고 같지 않아서 독자들의 눈을 끌기 쉽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식의 광고가 평가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TV 광고는 브랜딩을, 인쇄광고는 정보전달을 해야 한다는 한 가지 상식만을 굳게 믿는 이들에게는 도저히 용서 받을 수 없겠지요. 아니 광고도 아니지요, 그런 입장에서 보면.

어쨌든 광고를 처음 보는 순간 신경이 쓰이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 뒤에 숨은 전략이야 어떻든 간에 첫 눈에 강한 공감대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 독자가 광고를 봐주기만 해도 제작비와 매체 비용은 뽑는 겁니다. 실제로 무언가를 공짜로 준다고 하기 전에는 광고 보자마자 제품 사러 바로 뛰어나가지 않을 테니까요.

오늘은 강한 흡인력으로 눈을 사로잡는 광고 몇 편을 소개합니다. 지난 번에 이어 저희 회사의 다른 나라 오피스에서 만든 것들입니다. 딱딱한 주제를 하나같이 참 쉽게 풀었군요. 아이디어 내는 게 저렇게 쉬운 일이었나? ‘아하!’ 하며 무릎까지 치지는 않지만, 한 줄기 질투심이 마음 속에 스며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아, 내가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마치 히치콕 감독의 영화 속의 한 장면 같군요. 오길비 브라질에서 만든 건데, 샤워실의 유리 벽을 따라 미끄러지는 손의 피가 사실은 머리 염색약이었습니다. 제품 옆에 작게 붙은 카피는 “새로 나온 도브 샴푸. 머리카락의 염색을 지켜드립니다.(New Dove Shampoo maintains the colour of dyed hair.)” 아니, 점잖은 브랜드의 광고에 이런 위험한 아이디어를 내다니. 세계적인 브랜드지만 만일 한국에서 일하는 우리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면 십중팔구는 팔지 못했겠지요. 하지만 약간의 불손함이 들어 있어야 좋은 광고가 된다고 고수들이 말했습니다. 어쨌든 첫 눈에 주의집중을 끄는 데 성공한 광고군요.


그런가 하면 똑 같은 브랜드를 위한 광고인데 카피만 갖고 신경 쓰이게 만든 경우입니다. “7일 동안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제목 아래 세 가지의 신기한 이야기를 펼쳤습니다. 1. 남자 굴이 여자 굴이 됩니다. 2. 1,498,000 에이커의 숲이 영원히 사라져 버립니다. 3. 피부가 부드러워집니다.
다 읽고 나서 광고의 하단으로 눈이 내려가면 아주 작은 글씨로 7일간의 테스트에 참가하여 부드러움을 확인하라는 메시지를 읽게 됩니다. 아하, 그랬구나. 그걸 모르고 있었구나. 한 번 써 볼까?


역시 7일이면 1. 호주의 사막 파리가 늙어 죽습니다. 2. 인간의 뇌세포가 70만 개 없어집니다. 3. 피부가 부드러워집니다. 라고 이야기하는군요. 제품을 7일만 쓰면 피부가 놀랄 만큼 부드러워진다고 직격탄을 쏘는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는 방법입니다. 나도 이렇게 돌려 말할 수 있었는데…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다짜고짜로 결혼하자고 하는 것보다는 당신의 식사를 평생 책임지겠다고 말하면 어떨까요? 그럴 필요 없다는 대답이 나올까요? 용감한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말만 믿고 세게 밀어붙여서 성공하는 수도 더러 있지만, 아무래도 거부감이 들지 않게 부드럽게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유명한 장난감 자동차 브랜드의 광고입니다. 아이들의 심리를 그대로 꿰뚫었습니다. 정말 단순 명쾌하게 표현했군요. 장난감 자동차를 손에 쥐고 마치 자기가 운전하듯 입으로 “부릉부릉” 소리를 내며 노는 아이들이 자동으로 연상되지요? “길이어도 좋다, 길이 아니어도 좋다.” 라고 했던 옛날 어느 오프로드 자동차 광고의 헤드라인이 생각납니다. 자동차 처음 사면 자꾸 운전하고 어디로 가고 싶어하듯이 아이들도 멋진 자동차를 사면 모든 것을 길로 보겠지요.


한 술 더 뜨는군요. 너무 좋아서 과속으로 여기저기 달리다 보니 지렁이도 치고 지나갔다고요. 다행히 어린이 나라에서는 이 정도 사고라면 용서해주는 모양입니다. 멋진 자동차의 제품 컷이나 설명 등은 온데 간데 없고 로고만 한 구석에 들어있습니다. 실제로 광고 만들기는 수수께끼나 퀴즈 문제 내는 것과 비슷하지요. 일단 독자들을 궁금하게 만들어야 책장을 넘기지 않고 봐 주니까요. 그런 다음에 독자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고 ‘아하!’하는 반응을 할 수 있게 답을 슬기로운 방식으로 제시해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카메라가 발만 보이는 여 주인공의 시선을 잡고 있습니다. 매니큐어나 신발 광고일까요? 여드름 치료제 광고입니다(정확하게는 세안용 제품. 잘 보이지 않지만 제품명이 Daily Wash네요.). 제품 옆의 한 마디 카피가 걸작이군요. “세상을 바라보세요(Face the world)” 여드름이 너무 많이 나서 학교 모자를 옆에서 보면 거의 45도 각도로 푹 눌러 쓰고 다니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사실은 모두들 살기 바빠서 내 얼굴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는데 밖에 나가면 꼭 나만 쳐다볼 것 같아 괴로워 했지요. 그런 사람들에게 이 제품 자체가 얼마나 큰 뉴스인가요?


잊지 않고 남자 편도 만들었군요. 그 시기에는 꼭 여드름이 아니어도 괜히 세상 보기가 싫어서 땅만 보며 다니다가 야단도 많이 맞았지요. 그게 멋있는 줄 알고 책가방에 끈도 달려 있는데도 괜히 옆구리에 끼고 두 어깨 올리고 다녔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여기서는 구구절절 긴 설명 없이 한 장의 사진만으로 그런 미묘한 심리 상태를 잘 표현했습니다. 광고는 어차피 목표고객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니까 그 사람의 마음을 잘 읽고 거기에 잘 맞추어 말하는 기술이 필수지요.


볼 때마다 너무 재미있고, 만든 이들의 상상력이 부러워서 제 노트북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아 놓고 아침마다 보는 광고입니다. 접착력이 너무 세서 수갑도 필요 없이 범인의 손을 묶어버린다는 이야기지요. 그런데 전통적으로 접착제 광고가 모두 재미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접착제가 광고 만드는 이의 마음 상태를 그렇게 만드는 마법이라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선배들보다 더 재미있게 하려고 분발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지요.


또 하나의 퀴즈. 공원 도로의 한가운데 물 자국이 왜 길게 나 있을까요? 답이 바로 밑에 나옵니다. 물 자국은 바로 조깅하며 흘린 땀이네요. 그러니 이 음료로 수분을 보충하라는 이야기였군요.


그 친구가 공원에만 땀을 남긴 게 아니군요. 자기 집 마당의 농구대 아래에도 저렇게 흘렸습니다. 병원에라도 가보아야지, 저 음료 하나로 해결이 될까요? 고수들의 중요한 가르침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제품의 benefit을 과장하여 표현하라!” 이 광고도 바로 그 방식을 따르고 있는 셈입니다.


처음에는 뭐 이런 심심한 광고가 있나 생각했습니다. 토익 영어시험에 흔히 나올 법한 그림이군요. 녹음을 듣고 다음 중 사진의 내용을 잘 설명하는 문장을 고르시오. (A) 한 대머리 청년이 파란색 바닥에 앉아 잡지를 열심히 읽고 있다. (B) 한 대머리 청년이 파란색 담장에 붙어 앉아 잡지를 열심히 읽고 있다. 그렇습니다. B가 정답이었습니다. 인물은 그대로 두고 배경만 90도로 돌려 놓았네요. 카피는 “다른 각도에서 본 싱가포르. 스페이드 매거진.(Singapore from a different angle. Spade magazine.)”이라 붙였습니다. “각도”란 말에서 힌트를 얻어 아이디어의 각도를 비틀어 재미를 얻었습니다. 원래 아이디어란 “원래 있던 것을 나만의 새로운 각도로 보는 것”이라고 했던가요?

같은 시대에 살면서, 같은 이름의 회사에서 일하고, 같은 브랜드의 술 마시며, 같은 컴퓨터로, 같은 방식으로 일하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생각이 다를까요? 우리나라의 공기 때문일까요? 우리는 저런 방식의 표현을 (적어도 광고에서는) 좋아하지 않는 걸까요? 저런 게 진짜 더 효과적이긴 할까요? 남의 장사 가지고 예술 하는 걸까요? 광고주와 오래 이야기하기 귀찮아서 그럴까요? 상 받을 때만 저런 식으로 생각하는 걸까요? 우리가 서양 크리에이티브보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모자라는 걸까요?

중요한 질문을 빠뜨렸습니다. 광고 만드는 이들 말고, 우리의 소비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우리 식으로 하는 걸까요?

 

아~너무 재미있습니다...

갠적으로느 도브첫번째하고, 여드름치료제가 젤 맘에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