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옥의 시와 사진 이야기

사진은 詩를 쓰고 詩는 사진을 찍고

13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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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멸치털이 (8점)

어부들의 타령에 구성진 하늘이 박자를 맞추면 멸치에겐 허공도 축복이다 갈매기는 먹잇감 쫓아 분주하고 흥얼거리는 노랫말로 어부는 노동을 잊는다 그물은 언제나 아버지의 무게로 휘청거리지만 만선의 닻이 항구에 머물면 바닷가는 온통 은빛 비늘이다 어둠과 빛이 뒤섞여 혼신의 힘으로 지켜온 공간 얼어붙은 바다에 몸이 묶일 때 즐거운 어부들의 비명 들리고 예고 없이 하늘 열리는 소리에 무심한 별들만 쏟아져 내렸지 하늘은 눈망울조차 청명했다 우리는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소주 한 잔으로 달아오른 마음들에게 연탄불에서 이리저리 뒤척였지 그럭저럭 몸은 다 풀어져 흔적도 없이 흐르다가 낯선 바다에서 잠이 들겠지

29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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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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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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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안도현

첫눈 오는 날 만나자/안도현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